<신년특집> ‘암울한 경제’ 희망의 경제 메시지

힘 합쳐 다시 일어섭시다 ‘으쌰으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해 국내 산업계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기불황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환율악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더해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상황 역시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나 악재만 가득한 건 아니다. 몇몇 호재는 올 한해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예상하게끔 만든다.

대한민국의 대외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016년 대외 수출이 2015년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이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브렉시트 파장을 겪고 있는 영국(-12.3%)에 이어 두 번째였다.

녹록지 않은
경제 분위기

2017년 역시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회복이 불투명하고 ‘트럼프 리스크’는 보호무역주의 악재의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공백 등 부정적 요인들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2% 및 2.3%로 올해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259개 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서도 2.3%라는 전망치가 나왔다. 올해(2.6%)보다 성장이 더 둔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성장률과의 격차도 더 벌어진다는 예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 2.2%로 예상했다가 지난달 18일 2.1%로 다시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시장 악화 등 경기적 요인과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주거비 부담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가는 1.5% 상승해 당초 전망(1.4%)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올해(0.9%)보다 상승세가 소폭 확대될 전망이지만, 국제 유가의 제한적 상승, 국내 수요 부진 확대,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상승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동력이
변수 만든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한동안 감소추세를 보였던 수출물량은 2017년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예상치를 내놓는 곳들도 제법 눈에 띈다.

한국무역협회는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수출은 전년보다 3.9% 증가한 51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다 본 2017년 수출 증가율은 연간 3.8%(상반기 5.8%, 하반기 2%)다. 포스코경제연구소와 산업 연구원(KIET)은 각각 3.2%, 2.1%로 증가율을 예측했다.
 

수출 현장서도 2016년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은 전국 250개 수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 2017년 중 제조업 수출이 올해 대비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67.9%가 2017년 수출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수출 회복을 견인할 요인 중 하나는 수출 단가의 상승이다. 수출처의 물가가 오르면 수출 단가도 상승한다. 수출 회복세가 더뎌졌던 한국으로선 반길 일이다. 미국에선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Trump+Inflation)’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서도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수출만이 살길…호재 이용 관건
정부 먼저 내수 살리기 총력전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한국 수출 산업에 호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 4.6%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치 1.6%, 4.2%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2017년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면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름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8년 만에 산유량 감축을 결정했고 덩달아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 경제가 살아나면 수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2017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선 내년엔 신기술에 기반한 제품들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서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IT산업군이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정보통신기기는 SSD, 웨어러블 기기, OLED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3D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수출 호조도 예상했다.

고급화, 개인화, 고기능성화로 경쟁력이 높아진 한국산 음식료는 중간 식재료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이다. 섬유도 코트, 자켓, 셔츠, 유아복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더욱이 12대 주력산업 중에선 자동차, 조선, 가전을 제외한 모든 분야서 내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올해 -21.3%나 빠진 정유는 내년엔 올해보다 10.7% 가량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역시 올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석유화학도 내년엔 5.5% 수출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OPEC 감산 합의 효과가 지속될 경우 그동안 위축됐던 중동, CIS(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독립국가), 중남미 시장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으로 이들 나라의 수요가 살아나면 한국의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물론 건설·플랜트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 지원

정부 차원의 내수 지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거란 기대감도 올해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제5차 경제현안점검회의서 “경기 하방에 대응하기 위해 1분기 내 재정을 조기투입할 예정”이라며 “특히 17조원에 달하는 청년 일자리 예산을 조기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내년 1분기 약 30% 안팎(중앙재정 기준, 올해 경방 준용시)의 재정이 대거 민간에 풀릴 전망이다.

이밖에도 한국전력공사 등 투자여력이 있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신산업 투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생안전 대책도 나온다. 우선 정부는 노인·청년 등 취약계층이 몰려 있는 1∼2인 가구에 대한 지원책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또한 최저임금 미준수 임금체불 등을 막기 위한 근로감독과 파견 강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저출산 대책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이 육아휴직을 얼마나 실시하고 있는지를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개별여행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고가 여행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부유층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한류비자'를 발급한다. 개별관광객의 여행 편의를 도모하고자 안내판 등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등을 만들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동남아 시장 각각에 맞는 마케팅을 펼쳐 관광 시장을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 넘어 산’ 올해도 쉽지 않다
내성 키우는 선별작업 필수

물론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 정책 기조와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둔화폭 확대 가능성, 지정학적 불안이,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와 구조조정 여파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국내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경기 악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환율 역시 올해보다 기업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170원 수준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절하되겠지만, 유로나 엔, 위안화 등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여 실효환율은 올해보다 2%가량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교역 환경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가 수출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대외 여건이 불안해지는 등 부정적 요인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가 한국 주력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한 불확실
대외리스크

수출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중국 등 개도국의 기술 추격, 국가 간 수출 경쟁 심화, 신성장동력 부재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실질 수출 증가율은 2014년 2분기 이후 2015년 4분기를 제외하고 글로벌 교역 증가율을 장기간 밑돌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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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