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담> 새로운 길 모색 남경필 경기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46:45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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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이미 죽은 정당, 연정은 선택 아닌 필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래의 역사가들은 지난 2016년을 ‘최순실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이루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난 한해는 역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정권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화문 광장서 촛불을 들었다. 차분하면서 힘 있는 촛불혁명의 모습은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다. 정권과 친박(친 박근혜)계의 잇따른 실정에 30명의 비박계 의원이 새누리당을 떠나면서 사상 첫 보수정당 분당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의 선도자였다. 지난 11월22일 남경필 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함께 지난 18년간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새누리당 떠났다. 두 사람, 특히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지사의 탈당은 분당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비박계와 야권의 이른바 ‘탄핵 연대’도 공고해졌다.

탈당 당시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했다”는 남경필 지사의 말은 현 상황의 맥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요시사>는 지난 12월28일, 남경필 지사를 만나 현 정국 상황과 내년 대선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을 나눠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지난 18년 동안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떠나는 중대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특히 염증을 느끼셨나요?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죽은 정당이나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지금도 특정 계파에게만 당권이 집중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총선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했던 핵심 의원들이 공천권을 독점한 결과, 공천파동이 일어났습니다.

-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둡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새누리당은 ‘구체제의 정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 당원이 아닌 몇몇 의원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해버렸죠. 생명을 다한 새누리당은 해체가 답입니다. 지금 상황서 쇄신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탈당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새로운 정당을 내년 1월 중 창당할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어떤 성격의 정당인가요?
▲일반 당원들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당입니다. 새로운 기술로 국민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담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블록체인(온라인 금융 거래서 해킹을 막는 기술)을 접목해 스페인의 온라인 정당 ‘포데모스’와 같이 만들 생각입니다. 이러한 정당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순식간에 국민들의 의견이 집계되고 토론에 반영돼, 거기에 맞춘 정책 결정을 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 반대로 말하면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의견에 무심했다는 뜻으로 전해집니다.
▲전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촛불 민심을 봤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 최근 새누리당을 나온 비박계가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지사님도 함께할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만.
▲큰 흐름에선 그렇습니다. 보수신당 주도로 탄핵 연대를 유지하면서 구체제를 빠른 시간 내에 청산해내는 데 일조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수신당이 기존 새누리당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탈당파들이 권력투쟁에 져서 나왔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결국 ‘새누리당2’ 정도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전 새누리당을 왜 나왔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보수신당은 어떤 정책들에 공을 들여야 할까요?
▲전 경제민주화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법안 등을 오는 2월 국회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수신당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18년 몸담은 새누리 전격 탈당
‘개혁보수신당’ 합류 여부 관심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사님이 예상하는 대선 시기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결정을 한다고 가정할 때, 조기 대선은 5월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일각에선 조기 대선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정은 필수입니다. 내년 대선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연정을 해야 합니다. 치열하게 정책 대결하고 공감하는 정책은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권력, 자리, 예산 모두 함께 나눠야 진정한 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연정 전도사’란 별명이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 후보께도 제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앞서 연정부터 공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연정의 모델을 제시해 주신다면?
▲경기도처럼 정치적 합의에 의한 연정을 하면, 여야 협치와 정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비박계 탈당 후 경기도 연정이 흔들릴 거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새누리당의 분열과 관계없이 연정은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연정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정부지사는 물론 양당서 추천한 4명의 연정위원장과 협력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습니다.
 

2기 연정은 중앙정치의 여파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을 고려해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 자동 소집, 의장 산하 ‘연정중재위원회’ 가동 등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지난 12월16일부터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기본조례’를 제정·시행해 자치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연정이 정착단계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 288개 과제는 도민과의 약속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해 갈 것입니다.

- 연정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치적 제도라고 확신하시나요?
▲연정은 대한민국 정치 변화의 리더십입니다. 경기도서 양당 간 협치와 협력이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달라져야 합니다. “경기도처럼만 하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유불리를 떠나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연정의 정신’이라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구체제를 청산하고 여야, 그리고 보수·진보의 낡은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실현해가는 시작점이 연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내년 대선 출마 계획은?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직접 도전할지, 누구를 지지하는 선에서 할지 고민 중입니다. 현재 정치적 일정은 백지 상태라 보면 됩니다. 다만 정치 혁신을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전 대선 출마가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체제 정치판을 갈아엎는 데 온전히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한 정당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무엇을 바꿀까만 생각하고 걸어가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에 힘입어 지지율이 크게 올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이재명 지지율 급등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과 분노를 사이다처럼 뻥 뚫어줬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 탄핵까지는 과거 청산이었고, 여기서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래비전으로 본다면, 이재명 시장은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만한 것들을 아직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2년 연속 11조원 확보
“대선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 이번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구체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대통령 개인이 사사로운 인연에 집착해 국정을 운영한 문제, 그리고 권력집중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돼 있습니다. 기실 권력은 스스로 제어되지 않는 것이죠. 지금은 구체제의 종말을 고하고 새 시대를 시작하는 역사적 변곡점인 셈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해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고 새누리당 해체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2017년에도 대한민국 각 분야서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혁명 운동’이 계속될 거라 봅니다.

- 국회서의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개헌을 대선 과정서 시작할 수는 있을지라도, 대선 전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합니다.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두고 꿰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학적으로 흘러서는 절대 안 됩니다.


- 남 지사께서는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 꼽힙니다. 개헌의 모델을 제시해주신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니, ‘협치형 대통령제’가 맞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장관 배분을 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 봅니다.

- 지난 도정을 평가한다면?
▲연정으로 정치 안정을 이룬 결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 있었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6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전국 일자리의 55.5%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일례로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지난 2015년 89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고 현재 7만20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최고로 국비 11조6248억원 확보해, 2년 연속 11조원 이상을 달성해냈습니다. 2017년 예산안도 법정기일보다 3일 앞당겨 의결하여 의회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 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중심이 있다면?
▲제가 지향하는 바는 ‘도민 개개인의 행복을 만들어 드리는 것’입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정의 종착지는 결국 도민 행복입니다. 연정도 도민 행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을 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빌딩을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이라도 ‘제4의 길’을 열어 제치겠습니다.

- 제4의 길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자유의 바탕 위에 공유의 가치를 뿌리내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뜻합니다. 자원과 권력의 공유로 진정한 자유를 구현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돌파할 것입니다. 공유적 시장경제로 청년실업,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국가적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해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잊고 싶은 과거로 끝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어떻게 잘살게 해드릴 지, 고통 받는 일을 어떻게 해결해드릴 지 반성하고, 또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경필은?]


▲경기도 용인시 출생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전 <경인일보> 사회, 정치부 기자
▲전 한나라당 총재비서실 부실장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6·17·18·19대 국회의원
▲제34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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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