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vs 국민의당 파워게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09:43:26
  • 호수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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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밀리면 끝장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야권이 잡은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기 대선이 열릴 것으로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이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는 야권통합 카드를 꺼내며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이에 국민의당은 불순한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야권의 양축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대선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과 새누리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주장하며 선공을 취했다. 국민의당은 이를 결례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왜 싸우나?

지난 11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내년 1월부터 야권통합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논의는 안 해봤지만, 야권이 분열된 상태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 제1야당인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야권통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더민주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줄기차게 아권통합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박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총회서 “더민주에서 공개적으로 통합 운운하는데, 우리 국민의당에 대한 대단히 결례된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공개적으로 통합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의당을 음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야권통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자는 의견인 반면, 국민의당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연대는 고려치 않고 대선을 완주해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별개로 더민주는 국민의당이 새로운 세력과 연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비박계는 새누리당 탈당을 결의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30여명은 오는 27일, 집단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박계의 탈당 선언에 대해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서 시작된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다른 당으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국가적으로 정치 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비박계의 연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이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서 “남의 당 문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분당을 계기로 일각에선 이러저러한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대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제3지대는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해 비박계와 국민의당 연대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아울러 우 원대대표는 “대선주자에 따른 정당의 분화는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조기 대선에 따라서 정당 중심의 대선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볼 때 이렇게 급조된 군소정당들이 정책공약 하나 제대로 준비하겠나”라고 평가절하했다.

현재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필두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포진해 있다. 다만 원내 제2야당인 국민의당과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의 부상은 더민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탄핵결정이 나오는 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세 확장은 정권교체를 노리는 더민주에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민주의 바람과 달리 국민의당은 외곽 인사들과의 연대를 통한 세 확장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안 전 대표 측근은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입당 후 다음달 15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에 연대를 제의하며 세 확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인사들에게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등의 인사들과 ‘강한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반 총장 측 인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민주 야권통합 딜레마
국민의당 제3지대 러브콜
문재인 발언 두고 설전

즉 국민의당은 강한 경선을 통해 더민주 대선주자에 견줄 강력한 대선후보를 내세워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외연확대라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국민의당이 굵직한 잠룡들을 대거 영입해 경선을 치른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한 경선은 국민의당 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민주가 풀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더민주는 문재인이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있지만 강한 경선(경선 흥행)에 실패한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탄핵정국을 통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확신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더민주 부대변인과 국민의당 대변인이 문 전 대표의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당 이용호 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치고는 가볍기 그지없다”며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인수위원회가 가동되지 못해 경선 과정서 예비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문 전 대표가 섀도 캐비닛을 발표하겠다고 조급증을 드러냈다”며 “탄핵심판 결과도 나오기 전부터 취임준비를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 정진우 부대변인은 “이용호 대변인의 저급한 비난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며 “예비내각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은 수권을 지향하는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매우 책임 있는 태도라 할 것”이라고 국민의당을 겨냥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비선 실세와 공식 내각을 구분하지 못하나. 문재인, 이재명, 반기문 등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빅3에 한참 못 미치는 군소 대통령 후보밖에 보유하지 못한 당의 대변인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렇더라도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은 차기 대선 국면을 둘러싸고 날선 비방전도 불사하면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갑자기 예비내각?

한 정치평론가는 야권통합에 대해 “지금은 야당의 각 주체들이 국정혼란을 최소화해야할 시기”라며 “정치 정략적으로 야권이 모여라, 해체하라 식으로 접근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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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뜨는 더민주 지는 국민의당?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당지지도가 40%까지 올라 18년 만의 최고수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더민주 지지율은 전주 대비 5% 상승한 40%를 기록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지지도가 40%대를 기록한 건 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탄핵 정국에 촛불시위로 앞장선 국민의당 지지율은 1% 하락한 1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4% 떨어진 3%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계 관계자는 “위기사태에서 국민들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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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