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야권이 잡은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기 대선이 열릴 것으로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이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는 야권통합 카드를 꺼내며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이에 국민의당은 불순한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야권의 양축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대선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과 새누리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주장하며 선공을 취했다. 국민의당은 이를 결례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왜 싸우나?
지난 11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내년 1월부터 야권통합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논의는 안 해봤지만, 야권이 분열된 상태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 제1야당인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야권통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더민주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줄기차게 아권통합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박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총회서 “더민주에서 공개적으로 통합 운운하는데, 우리 국민의당에 대한 대단히 결례된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공개적으로 통합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의당을 음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야권통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자는 의견인 반면, 국민의당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연대는 고려치 않고 대선을 완주해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별개로 더민주는 국민의당이 새로운 세력과 연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비박계는 새누리당 탈당을 결의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30여명은 오는 27일, 집단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박계의 탈당 선언에 대해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서 시작된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다른 당으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국가적으로 정치 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비박계의 연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이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서 “남의 당 문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분당을 계기로 일각에선 이러저러한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대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제3지대는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해 비박계와 국민의당 연대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아울러 우 원대대표는 “대선주자에 따른 정당의 분화는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조기 대선에 따라서 정당 중심의 대선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볼 때 이렇게 급조된 군소정당들이 정책공약 하나 제대로 준비하겠나”라고 평가절하했다.
현재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필두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포진해 있다. 다만 원내 제2야당인 국민의당과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의 부상은 더민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탄핵결정이 나오는 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세 확장은 정권교체를 노리는 더민주에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민주의 바람과 달리 국민의당은 외곽 인사들과의 연대를 통한 세 확장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안 전 대표 측근은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입당 후 다음달 15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에 연대를 제의하며 세 확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인사들에게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등의 인사들과 ‘강한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반 총장 측 인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민주 야권통합 딜레마
국민의당 제3지대 러브콜
문재인 발언 두고 설전
즉 국민의당은 강한 경선을 통해 더민주 대선주자에 견줄 강력한 대선후보를 내세워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외연확대라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국민의당이 굵직한 잠룡들을 대거 영입해 경선을 치른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한 경선은 국민의당 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민주가 풀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더민주는 문재인이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있지만 강한 경선(경선 흥행)에 실패한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탄핵정국을 통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확신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더민주 부대변인과 국민의당 대변인이 문 전 대표의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당 이용호 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치고는 가볍기 그지없다”며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인수위원회가 가동되지 못해 경선 과정서 예비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문 전 대표가 섀도 캐비닛을 발표하겠다고 조급증을 드러냈다”며 “탄핵심판 결과도 나오기 전부터 취임준비를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 정진우 부대변인은 “이용호 대변인의 저급한 비난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며 “예비내각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은 수권을 지향하는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매우 책임 있는 태도라 할 것”이라고 국민의당을 겨냥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비선 실세와 공식 내각을 구분하지 못하나. 문재인, 이재명, 반기문 등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빅3에 한참 못 미치는 군소 대통령 후보밖에 보유하지 못한 당의 대변인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렇더라도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은 차기 대선 국면을 둘러싸고 날선 비방전도 불사하면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갑자기 예비내각?
한 정치평론가는 야권통합에 대해 “지금은 야당의 각 주체들이 국정혼란을 최소화해야할 시기”라며 “정치 정략적으로 야권이 모여라, 해체하라 식으로 접근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뜨는 더민주 지는 국민의당?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당지지도가 40%까지 올라 18년 만의 최고수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더민주 지지율은 전주 대비 5% 상승한 40%를 기록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지지도가 40%대를 기록한 건 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탄핵 정국에 촛불시위로 앞장선 국민의당 지지율은 1% 하락한 1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4% 떨어진 3%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계 관계자는 “위기사태에서 국민들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