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한민국 ‘오디션 공화국’ 내막

“나도 ★을 이룰 수 있다”

일반인의 ‘스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오디션 프로그램. 지난해 케이블 음악방송 엠넷의 <슈퍼스타K2>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 현재 방송 중이거나 제작 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만 해도 약 10개에 이른다. 왜 대한민국은 오디션 열풍에 빠진 걸까.

케이블발 열풍, 지상파 방송3사로 확산
스타보다 일반인 리얼 도전기에 공감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석은 케이블 채널이 다졌다. 케이블 채널들은 엠넷의 <슈퍼스타K2> 성공 후 아예 해외에서 대박을 터트린 오디션 프로 판권을 사들여 한국판을 내보내고 있다.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와 <오페라스타 2011> 등이 대표적인 예다.

케이블 채널에서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지상파 방송3사가 가세하면서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방송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도입한 MBC는 시청률 상승에 힘입어 오디션으로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을 시작했다.

SBS는 6월 말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장르에서 활약할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을 시작할 예정이다. KBS도 같은 달 코미디, 클래식 음악, 뮤지컬 등 특화된 장르의 예비스타를 뽑는 <도전자(가제)>를 선보인다.

그렇다면 이렇듯 오디션 프로그램이 러시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근 몇 년간 예능의 주를 이뤘던 리얼 버라이어티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이던 예능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식상

무수히 방송되는 비슷한 유형의 예능프로들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박진감에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시청자와 같은 일반인들의 꿈을 향한 도전 또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이끄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도전자들의 개별 스토리까지 더해져 오디션 프로그램이 드라마 못지않은 감동을 안방에 전달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람의 욕망과 성공, 감동의 스토리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오디션 프로그램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다만 드라마는 픽션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논픽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건 없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인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감정이입과 대리만족의 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하는 삶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때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TV를 집어삼킨 가장 큰 이유는 공감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동시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며 “도전자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나도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대리만족을 심어준다”고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기회 제공


모 대학의 한 심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은 노래와 연기를 향한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감동하고 그들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며 “그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힘이자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티브다”고 말했다.

오디션 열풍 현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성별, 학벌 등에 제한 없이 끼와 재능,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기회가 주어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승자 독식의 구도는 경쟁 심리를 지나치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경쟁’이라는 구도를 갖기 때문에 상대는 떨어트리고 자신은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의 법칙을 지니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 연령대인 10~20대에게는 이런 경쟁구조가 당연한 룰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또한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사생활 침해를 꼽을 수 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은 오디션 프로를 통해 그들의 모든 것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단순한 콘테스트가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참가자들의 사생활 일부가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나 최근 참가자들 대부분이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돼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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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