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누명쓴 필리핀 새댁사건 진실게임

필리핀 새댁이 강도?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한국인 남편의 학대에 못 이겨 남편이 잠든 사이 돈을 훔쳐 집을 나간 혐의로 기소된 필리핀 여성 A(23·여)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A씨의 남편 김모(46)씨는 A씨가 자신의 금품과 여권을 훔쳐 달아났다며 배상청구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김씨가 제기한 배상청구를 각하했다. 김씨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날부터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학대를 겪은 A씨의 파란만장 한국살이를 재구성했다.

22세 연상 한국인에게 시집온 24세 필리핀 여성 
갖은 학대와 멸시, 협박에 목숨 위협까지 느껴 
학대 벗어나기 위해 수면제 탄 커피 혐의 인정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설범식)는 지난 14일 남편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넨 뒤 현금 20만 원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로 불구속 기소된 필리핀 여성 A(23·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역시 만장일치로 무죄라고 평결했다.

끔찍했던 결혼생활

A씨는 지난해 5월27일 김모(46)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0월2일 한국에 입국했다. 그때부터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모 오피스텔 12평 규모의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필리핀을 떠나왔지만 A씨의 행복한 상상은 2주 만에 끝이 났다. 어쩌면 두 사람의 결혼은 혼인신고를 진행했을 때 멈췄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김씨가 A씨와 결혼을 약속했을 때 A씨는 김씨가 이혼한 경력이 있고, 전처 사이에서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자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위해 한국대사관에 찾아갔다가 이런 사정을 전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김씨를 믿고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혼인신고를 마쳤다.

혼인신고 이후에도 비자발급 문제로 한국으로의 입국이 늦어졌고, 사건 발생 2주 전인 2010년 10월2일에야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김씨는 A씨가 한국에 입국한 이후 태도가 급변했고, A씨를 거칠게 대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거친 태도는 A씨의 입국 당일부터 시작됐다. 여독으로 피곤해 하는 A씨에게 오피스텔을 청소하라고 윽박지르고 이를 거부하는 A씨를 드라이버로 위협해 결국 A씨는 지친 몸으로 청소를 했다. 이후 대부분의 끼니는 라면과 초콜릿으로 때우게 했으며, A씨가 불만을 토로하면 욕설을 하거나 불같이 화를 냈다.

A씨가 한국에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김씨는 A씨에게 나이트클럽에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김씨는 A씨에게 탁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라고 시켰고, A씨는 마지못해 김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때 김씨는 A씨에게 필리핀 여성 20명 정도를 데려와 술집에서 일하게 하고 A씨가 그들을 관리해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상상했던 결혼생활이 아님을 후회하던 A씨는 다음날인 10월14일 저녁 김씨와 심하게 말다툼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화가 난 김씨는 평소 집안에 보관하고 있던 수갑으로 A씨의 양손목을 묶고, 삼단봉으로 때릴 듯이 겁을 줬다. 또 장난감 총을 들이대며 A씨에게 "나는 마피아의 일원이다. 사람을 죽이는 일도 한다"는 말로 겁을 줬다.

한국에 입국한지 한 달은커녕 이제 보름도 되지 않은 A씨는 자신이 믿고 따라온 김씨에게 잦은 학대와 협박을 받게 되자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A씨는 김씨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학대 피해 도망친 것


생명에 위협을 느낀 A씨는 한국에 온 지 2주 만인 지난해 10월16일 아침 7시께 수면제를 탄 커피를 김씨에게 건넨 뒤 남편이 잠든 사이 미리 챙겨둔 김씨의 돈 20여만 원과 보석이 박힌 반지와 여성용 백금반지, 김씨의 여권 등을 챙겨 집을 나갔다.

A씨가 돌아오지 않자 김씨는 같은 달 17일 오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에서 실종신고로는 수배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A씨를 절도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 역시 친족상도례에 의해 수배가 어려웠고, 결국 김씨는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19일, A씨를 강도죄로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가 가져가지 않은 물품을 허위로 추가시켰다. 현금 100만원과 여권, 패물 100만원 상당의 반지, 모친의 반지 등 피해품을 뻥튀기 시킨 것.

하지만 A씨는 경찰은 물론 검찰과 법원에서도 일관되는 주장을 했다. 자신이 도망 친 것은 생명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고 자신이 가지고 나온 것은 현금 20만원과 김씨에게 선물로 받은 반지 2개, 노트북 가방과 김씨의 여권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노트북 가방은 자신의 옷 등 짐을 담아 나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을 뿐이고, 강취할 의사가 없었으며, 김씨의 여권은 결혼관련서류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파일철의 서류 사이에 끼워져 있어서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을 뿐 가지고 나올 고의가 없었다는 것. 또 A씨는 김씨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수면제를 탄 거피를 건네주기는 했지만 김씨는 그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A씨가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껴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고, 현금이나 여권을 빼앗으려고 수면제를 탄 커피를 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씨가 고의적으로 강도행위를 했다는 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 참여한 7명의 배심원 역시 A시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