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기문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1:02:32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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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이 둘 명운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 거취문제가 헌재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지율 상위권을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 정국에 본격적으로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두 잠룡의 양자대결 구도를 살펴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1주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의 지지율은 23.1%로 18.8%를 차지한 반기문 총장을 따돌리고 6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시 즉각 퇴진’을 선언하는 등 선명성 경쟁에 뛰어든 문 전 대표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올해 말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총선 이후 줄곧 지지율 1위를 지키다가 최순실 파문이 터진 이후 2위로 내려앉았다.

대세 vs 대망
대권 행보 착착

지난 15일, 문 전 대표는 외신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조기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누가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는 확실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월 말에서 3월 초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예상되고 4, 5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는 현 시국을 정권교체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검증을 통과한 문 전 대표와 아울러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회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조기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여야를 대표했던 두 잠룡들의 대선 암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포럼’ 기조연설서 각종 거대 담론을 제시하며 대선 보폭을 넓혔다. 그는 “광장의 촛불은 구시대의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고, 이제 정치가 길을 제시할 때”라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 공정·책임·협력국가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 등 ‘3불’과 결별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거대 담론을 제시한 그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통해 대권 행보 수순을 밟고 있다면 반 총장은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국내 복귀와 동시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은 반 총장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신당을 꾸려 반 총장을 추대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반 총장께서 귀국해 판단하고 밝힐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최근 새누리당 분열과 반 총장을 향한 비박계·제3지대 등 러브콜에 “반 총장이 귀국 후 어디로 간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오히려 총장님 쪽으로 모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반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조기대선
누가 유리하나

만약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판이 조성될 경우, 조기대선 시기에 따라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은 63일이 걸렸다. 최장 180일이 소요되는 탄핵심판에 3분의1 기간만 사용한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한 기간 안에 가결로 종결된다면 내년 2월 중으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선은 4월 말경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4월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양자구도서 누가 승자가 될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4월 대선이 치러질 경우,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야권의 한 축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완주를 의지가 강해 야권통합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크호스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탈당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현재 이 시장은 더민주 당내 경선룰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경선룰은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의 힘을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 내 친문계의 힘을 확인된 바 있다.

문, 정권교체 자신 “4∼5월 대선 예상”
야권 통합 딜레마…이재명 변수 어떻게?

현재 15% 이상의 지지율로 반 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이 시장의 탈당은 문 전 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과 안 전 대표를 축으로 한 야권 표 분산은 문 전 대표의 대권행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4월 대선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을 제외한 야권 잠룡들이 저조한 지지율로 전면서 세몰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에 굵직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청신호다.

지난 대선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마친 점도 더 이상 지지율이 깎일 여지를 줄여준다. 물론, 가장 큰 호재는 현재의 시국이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은 이반됐고, 새누리당은 분당 사태에 직면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을 충분히 노려봄직하다.

내년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도 시기상으로는 문 전 대표와 한판승부를 벌여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반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반 총장의 약점은 수십 년간의 행정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 경험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국내 정치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지는 검증이 안 된 분”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2월에 탄핵심판이 가결되고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은 허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틈을 노리고 반 총장이 중도·보수층 세 결집에 나선다면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검증 딜레마
세 확장 변수


4월 대선 이후로 거론되는 대선 시기는 8월이다. 헌재가 내년 6월 중으로 탄핵 결론을 내리고 나면 8월 중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은 최장 180일 즉 6개월이다. 63일이 걸렸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르게 박 대통의 경우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 수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헌재가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받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헌재가 직접 증인 심문과 증거를 조사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한 심리 진행도 어렵다. 박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헌재가 조속한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만약 탄핵심판이 길어져 8월 대선이 확정되면 이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승부에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의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야권세력이 규합해 세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재명 시장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나오는 대선주자가 등장하면 문 전 대표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부진했던 안 전 대표가 힘을 받고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서 물러났다. 최순실 파문이 터진 뒤에는 전면에 나서면서 탄핵정국을 주도했지만 지지율은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바라는 세력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안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 국면을 헤치고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안 전 대표가 지지율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4월 조기대선, 검증 없이 가면 된다
8월 변수…문 대세론 언제까지 가나

안 전 대표가 대선레이스를 완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상승은 문 전 대표에게 달갑지 않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반 총장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

우선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정치권에 검증할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줄곧 야권 잠룡들은 반 총장을 정치권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런 점에서 반 총장이 신당 창당을 본격화 하고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권의 반 총장 ‘검증론’이 정치권을 휘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증과정서 부정적 요인이 나타나면 그의 현재 지지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서 반 총장이 정치권의 공세를 견뎌낼 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공격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흠집 없이 대선가도를 달리던 반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반 총장이 세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반 총장은 반사모, 반딧불이 등 정치권 외곽의 지원을 받아왔다.

친박계에선 한때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라는 구도를 만들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며 정권 재창출을 노렸지만 친박계는 현재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반 총장도 친박계와 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홍을 수습하고 반 총장이 충분한 시간을 바탕으로 여·야 정치인들과의 연대를 펼치면 세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개헌론이 대선판에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는 때가 아니다’ 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도 개헌을 공약했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정국이 끝나고 안정된 상황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정치권에 의한 개헌이 아니라 시민,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개헌 분수령
문재인 압박용?

이렇듯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지율 1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 전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스스로 걷어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잠룡들이 개헌을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반 총장은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서 내년 1월 귀국이 예상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야 잠룡들이 꺼내든 개헌에 동조하는 입장을 피력할 경우 대선판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책사 윤여준이 본 문재인·반기문
“둘 다 약하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 9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그 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모습은 중심이 너무 약하지 않나. 그리고 도대체 이 시대적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자기가 말할 때 보면 시대교체도 얘기하고 그러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미래 시대는 어떤 시대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철학과 소신이 없다는 평과를 내놨다.

“문, 철학과 소신이 없다”
“반, 외교관으론 좋은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인품 참 좋고 외교관으로 유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봤을 때 직업 외교관에게 국가를 맡길 순 없다는 생각이다”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당사자중에도 최고의 당사자인데 외교관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이런 시기에 국가 통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반기문 지지모임은 지금…
‘반딧불이’ 세 결집 나선다

반기문 총장 팬클럽으로 알려진 ‘반딧불이’가 본격적으로 조직 구축에 나섰다. 반딧불이는 내년 1월10일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교수, 변호사,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50여 개 단체가 연대해 100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글로벌시민포럼 출범 앞둬
귀국전 전국 광역본부 창립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은 “오피니언리더 중심으로 운영하고 명망가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반 총장 귀국 전까지 반딧불이 회원 5500명을 바탕으로 전국에 광역본부도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딧불이는 또 반 총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임덕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반사모)’ 회장과 오장섭 전 충청향우회 총재를 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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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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