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잠룡들 현주소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52:44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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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탄핵해도 지지율 안 오르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현 탄핵정국의 호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잠룡들도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율 정체 국면에 있는 잠룡들의 대선 행보를 살펴봤다.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면서 야권 잠룡들의 견제도 시작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국정농단의 ‘공범’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아울러 비주류 유승민·오세훈 등 잠룡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 정체

우선 탄핵정국서 앞장서서 탄핵을 주도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거기에 따라서 국민들께서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래 지지율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요동치게 마련”이라고 말해 지지율 정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처럼 탄핵정국을 주도하고도 지지율 정체에 빠진 사람으로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꼽힌다.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박 시장은 5%대 안팎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해 메르스사태 당시 발 빠른 대응력으로 국민적 호평을 받으며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커진 셈이다.

박 시장은 일정을 앞당겨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 후 경선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17∼18일 광주로 향해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광주 방문은 지난 5월 이래 약 7개월 만이다.


5월 방문 당시 박 시장은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말해 대권 행보를 암시했다. 이후 박 시장은 스크린도어 사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주춤했다.

사실상 정체국면에 있던 박 시장은 탄핵정국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등 선명성을 드러냈다. 아울러 광화문 촛불집회를 후방에서 전폭 지원했다. 이러한 박 시장을 두고 5년 서울시장으로서 검증을 받은 그가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측면에선 이재명 시장처럼 튀는 모습을 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야권 충청대망론의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설 모양새다. ‘고구마’ 문재인, ‘사이다’ 이재명 등 야권 차기 대선 주자 성품과 음식을 매칭하는 홍보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안 지사는 지난 14일 “저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흰쌀밥”이라고 자평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안 지사는 지난 5월, 야권 잠룡들이 하나둘씩 대권출마를 고려할 때 “직접 슛을 때릴지 고민”이라며 대선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던 안 지사는 지난 10일, 부산 방문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경쟁은 우리 모두를 발전시킨다”라며 “경쟁 없는 조직은 망한다. 멋있는 경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문 전 대표와 대결해 이번 대선서 꼭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박 탄핵 주도…이재명 좋은 일만?
황무지 여권서 유승민·오세훈 뜬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다른 잠룡들에 비해 거대 담론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이 “박원순·안희정·김부겸과 머슴들의 팀을 만들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정치”라며 이 시장의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이 시장은 “비문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꼬리를 내렸다.

이 시장의 발언으로 자칫 야권이 분열 조짐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안 지사가 대권주자로서 중심을 잡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안 지사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균형감은 돋보이지만 임팩트가 없다는 것. 정치권에선 안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이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키는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굵직한 대선주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끝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 종로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패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서울시장 경력을 바탕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있지만 반등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탄핵정국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키도 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면서 비박계 의원들과 스킨십을 높였다. 다만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비박계 모임서 오 전 시장의 역할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분당 이후 정치권에 합종연횡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이 유력 대권주자로서 발돋움할 명분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황무지로 비유되는 새누리당에 유승민 의원의 역할론도 대두된다. 새누리당 내 인사들 사이에선 “마지막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유승민 의원이 여권 후보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을 지나 킹메이커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대신해 비주류서 입지를 다졌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선언해도 탄핵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친박계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현재 유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당 내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보단일화?

부산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새누리당이 두 동강이 나든, 새누리당이 해체된 뒤 새 간판을 내걸든 결국 구성원들은 반기문파와 유승민파로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내 경선서 맞붙든, 각각 다른 당에 몸을 담았다가 나중에 후보단일화 경쟁서 맞붙든, 두 사람은 결승전 진출을 위한 어느 시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권 개헌 셈법

정치권에서 개헌 시점을 놓고 양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시한 후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자는 진영과 개헌 논의를 즉각 착수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우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시했다.

안 지사는 “개헌을 매개로 당장의 정계 개편 수단으로 삼는 건 개헌 논의의 순수성마저 의심받을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 김부겸 의원,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등은 대선 전 개헌을 목표로 즉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2개월이면 개헌이 충분하다”며 개헌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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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