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면세점 혈투 관전포인트

결과 뻔한데…막판 총력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서울 시내신규 면세점 특허심사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업체 간 막바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후보업체들은 심사날짜가 정해진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혹시나 모를 일말의 불안감이 엿보인다.

롯데면세점·SK네트웍스·현대백화점·HDC신라면세점·신세계DF 등 내로라하는 유통공룡들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심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관세청은 신규 사업자 발표 날짜를 오는 17일로 정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에게는 지난 8일, 사업자 프레젠테이션(PT) 계획이 일괄 통보된 상태. 5분씩 배정된 후보자들의 PT 발표가 끝나면 2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거쳐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결정만 남았다

최근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된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져 나왔다. 특혜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특허권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계속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정부의 면세점 제도 운용에 대한 일관성·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당초 일정대로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만큼은 투명성을 의심받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심사 결과 발표 때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명은 물론 해당 업체의 총점과 세부항목별 점수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심사는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의 정부위원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경제단체 등에서 선발된 민관합동 특허심사위원회가 맡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관세청도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부담됐을 텐데 큰 결정을 내렸다”며 “심사기준에 의거해 공정한 결정이 이뤄지도록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보업체들은 심사날짜가 정해진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간 후보업체들은 원칙대로 심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 왔지만 혹시나 모를 심사 무산을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관세청의 심사 강행 의지를 가장 기뻐할 후보자로 손꼽힌다.

심사날짜 결정에 안도하는 ‘빅5’
최순실, 막판 돌발변수 작용하나

유일한 신규 사업자인 현대백화점은 그간 경쟁업체인 롯데·신세계의 면세점 특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번 기회가 간절했다. 5년간 총 500억원 환원계획을 발표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은둔형 경영자로 평가받던 정지선 회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것도 면세점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도 관세청의 심사 강행을 절실히 기다리온 후보자들이다. 두 곳은 지난해 상실한 월드타워점(롯데)과 워커힐면세점(SK)을 이번 심사에서 반드시 부활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유통업계도 심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될 경우 롯데와 SK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면세점 사업 확장을 노리는 신세계DF와 HDC신라면세점은 상대적으로 절실함이 덜하지만 안정적인 사업영위를 위해 추가 면세점 특허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라는 막판 변수가 여전히 불안요소다. 공교롭게도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업체 4곳은 최순실 게이트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이 속한 그룹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다는 건 잘 알려진 내용이다.

추가로 롯데그룹과 SK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신세계DF와 HDC신라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화장품브랜드가 면세점에 입점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특허권을 획득하더라도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했던 현대백화점은 반사효과를 기대해 봄직하다.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채 정경유착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후보자들에게 시내면세점 특허권 3장을 모두 배정한다는 건 관세청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변수만 없다면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부심사 기준을 밝히고 평가 점수를 공개하기로 정한 만큼 평가항목 이외의 판단 기준이 더해질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나 최근 사회 분위기상 관세청이 최순실 관련 이슈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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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