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어느 티켓다방 여종업원의 변심

“결혼해 준다더니 돈만 받고 나 몰라라”

다방 그만두고 결혼하는 조건으로 선불금 갚아줘
빚 갚고 다방 그만뒀음에도 교제 거부하자 ‘소송’

최근 대법원에서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다방 종업원에게 홀딱 반한 농촌 총각을 연기했던 영화배우 황정민을 떠올리게 하는 판결이 나왔다. 다방 종업원과 교제하던 40대 남성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할 것을 약속한 다방 종업원을 위해 선불금 정산 비용을 지급했지만 다방을 그만둔 뒤 교제를 거부한 여성에게 받은 돈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것. 40대 남성의 순수한 사랑과 이를 이용한 다방 종업원의 ‘동상이몽’ 연애의 기술을 들여다봤다.

다방을 그만두고 결혼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도 변심한 다방 종업원에게 선불금 반환을 명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13일 이모(40)씨가 “결혼을 전제로 선불금을 갚아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속칭 ‘티켓다방’ 여종업원 전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전씨는 이씨에게 13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씨와 전씨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2009년 안산시에 소재한 속칭 티켓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전씨를 처음 만났다. 다방에 오가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씨는 전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두 사람은 같은 해 4월경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전씨에게 좋은 감정을 느낀 이씨는 전씨 부모의 병원비 명목으로 같은 해 5월6일 전씨에게 50만원을 건넸다. 이후 같은 달 18일에는 18만원이 넘는 전씨의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줬다.

당시 이씨는 전씨가 티켓다방에 메여있는 이유가 선불금 때문이라고 판단했고, 자신이 선불금만 갚아주면 전씨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전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씨는 이씨에게 선불금만 갚아주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할 의사를 밝혔고, 이씨는 전씨를 믿고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준 바로 그날 전씨에게 선불금 정산비용으로 1330만원을 송금했다.

1000만원이 넘는 큰돈이었지만 전씨의 사랑을 믿었던 이씨는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선불금 정산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전씨는 이씨가 보내준 돈으로 당일 다방업주와 선불금을 정산하고 그 길로 다방을 그만뒀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전씨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씨가 연락을 할 때마다 무슨 일인지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나아가 일부러 이씨를 피하는 듯한 낌새가 역력했다.

급기야 같은 달 29일에는 이씨에게 1330만원의 송금액을 갚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나 동거도 어느새 없는 이야기가 됐다. 사랑이라 믿었던 전씨의 난데없는 변심에 커다란 상실감을 느낀 이씨는 결국 돈이라도 되찾고자 하는 마음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와의 교제를 위한 증여금이라고 판단한 것. 사랑과 돈 모두를 잃은 이씨는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은 선불금 반환에 대해서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9월 수원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티켓다방 종업원을 위해 업주에게 선불금을 지급해 일을 그만둘 수 있게 한 것은 결혼을 전제로 한 조건부 증여이므로 교제를 하지 않는다면 종업원은 선불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

당시 재판부는 “전씨가 이씨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기로 해 선불금을 정산하고 티켓다방 생활을 청산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씨의 송금이 증여의 성격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는 전씨가 이씨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면서 “전씨가 티켓다방을 그만둔 후 이씨와 동거나 교제를 거절해 약속을 불이행했으므로 전씨는 송금액을 반환할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성매매와 결부되는 티켓영업을 하는 티켓다방 종업원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선불금 정산 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그 조건이 사회질서에 반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랑은 잃었지만…

그런가 하면 재판부는 “이씨가 전씨 부모의 병원비, 전씨가 조퇴하는 대신 다방업주에게 지급한 입금액 등으로 지출한 76만원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이씨가 다방 영업시간 중 전씨를 만나는 시간에 대해 다방업주에게 지급할 영업비 등으로 송금한 것으로 이씨가 전씨와의 교제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이씨를 기망해 송금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항소심의 재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전씨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역시 “이씨가 송금한 송금액 중 일부는 이씨가 전씨와의 교제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소액사건심판법에 규정된 상고 이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전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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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