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덕보는 기업들

매장될 뻔 했는데…그녀가 꺼내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검찰 수사력과 여론이 집중되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최순실 덕에 남몰래 웃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현 KDB산업은행)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관련 수사의 강도가 더해지는 모습이었다.

[대우조선해양]
[김새는 수사 ]

하지만 9월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력이 한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초반 검찰의 수사 의지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수환 게이트를 터뜨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양새였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된다.

박수환 게이트는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서 당시 홍보대행업무를 맡았던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석연찮은 행적에 초점을 맞추면서 터졌다. 특히 박씨와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까지 수사력을 확대하면서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력은 최순실 이슈가 불거지면서 약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검찰이 배에 힘주고 밀어붙이고 있는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9월말 법원이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 동력이 약해졌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여론의 관심을 피해가며 검찰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해가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구조조정 칼날마저도 피해가는 양상이다.

위기의 대기업 기사회생
국민들의 지탄 받다 잠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달전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출자전환을 통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뿐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정태옥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정무위의 산업은행 혁신안 및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현안보고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에는 자산매각과 관리직 인력감축, 협력업체의 구조조정에 그치는 수준”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의 과감한 구조조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어렵게 본 <매킨지 보고서>가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 동의 없이는 추가적인 현금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일단 정지]

효성도 ‘논란의 문’이 열리기 전 최순실 파문으로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효성은 그동안 ‘형제의 난’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효성 조석래 회장의 3형제는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차남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 의견이 맞지 않아 아버지 조 회장과 형 조현준 사장 등을 상대로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6월 조 회장과 조 사장을 횡령·배임 등 기업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진 것이다.

사건은 현재까지 치열하게 진행되는 양상이었다. 그결과 국세청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조석래 회장이 수천억원대 횡령·배임과 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1월 1심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인자금 유용이 드러난 조현문 사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심 재판을 치르는 중이다.

그러나 형제의 난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진정되는 기미다. 조 전 부사장의 지근거리서 법률 자문을 맡는 등 법률적 지원 사격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자 조 전 부사장의 힘이 크게 빠지고 있는 것.

현재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각종 이권 개입에 연루됐는지 검찰 조사가 한창이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과 우 전 수석 사이에 수상한 흐름이 파악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의 ‘형제의 난’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예상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 수사]
[동력 상실]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묻히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경영권을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사장 사이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설까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를 만들어 낸 것.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지난 6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4개월동안 검찰은 롯데그룹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롯데수사 성과는 외견상 화려했다. 신격호·신동빈·신동주 등 오너일가 5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검찰이 밝혀낸 총수일가 범죄금액도 3755억원에 이를 만큼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당초 핵심 의혹인 오너일가 비자금, 제2롯데월드·롯데홈쇼핑 인·허가 관련 비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미 다른 건으로 기소됐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돼 검찰의 수사력에 한계를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로 인해 여론의 관심마저 차갑게 식어 롯데로서는 재판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줄어든 모습이다. 실제 지난 15일, 롯데그룹 비리 관련 재판이 열렸지만 각 언론의 ‘헤드라인’ 자리는 최순실 관련 기사에 내줬다.


[네이처리퍼블릭 ]
[오너리스크 해소]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오너리스크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불법 도박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정운호 전 대표가 변호사 폭행 스캔들에까지 휘말리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대표직을 맡고 있던 정운호 전 대표는 스캔들로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대표자리까지 김창호 현 대표에게 넘기면서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이었지만 상황 타개가 쉽지 않았다.

당시 실적이 이를 반영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반기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63억원에 당기순이익을 시현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손실 1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오너리스크가 더욱 두드러진다.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5억원으로 무려 76.4%나 감소했다.
 

2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전환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37억원, 당기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1분기 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고, 2분기에는 645억원으로 10.9%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가 확대되자 당시 추진 중이던 기업공개(IPO)를 현재까지도 못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부터
오너 리스크까지 한방정리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주요 관심사가 네이처리퍼블릭서 청와대로 옮겨갔다. 또한 여론의 부정적인 관심 역시 네이처리퍼블릭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 불필요한 관심이 제기돼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이 악재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전 대표의 지분 매각설은 6월경부터 구체화돼 업계에 돌고 있으며, 추락한 실적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약품]
[슬그머니 위기탈출]

한미약품은 지난 9월말 늑장공시를 통한 편취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목이 집중됐지만 역시나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베링거잉겔하임 기술이전 계약 해지 관련 정보를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도 한미약품 논란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사건 발생 초기에 강력한 의지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례적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범행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패스트트랙(조기 사건 이첩) 제도를 통해 사건을 지난달 13일, 검찰로 이첩했다.

그러나 최순실 파문으로 한미약품 수사가 국민들의 관심서 멀어지면서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증권가서조차도 검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던 한미약품 직원이 실종되면서 검찰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31일, 김모씨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뒤 실종된 것.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에 힘이 빠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인데, 한미약품으로서는 한시름 놓은 셈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력이 더욱 집중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검찰의 수사력이 최순실 게이트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대비가 편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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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