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덕보는 기업들

매장될 뻔 했는데…그녀가 꺼내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검찰 수사력과 여론이 집중되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최순실 덕에 남몰래 웃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현 KDB산업은행)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관련 수사의 강도가 더해지는 모습이었다.

[대우조선해양]
[김새는 수사 ]

하지만 9월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력이 한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초반 검찰의 수사 의지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수환 게이트를 터뜨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양새였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된다.

박수환 게이트는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서 당시 홍보대행업무를 맡았던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석연찮은 행적에 초점을 맞추면서 터졌다. 특히 박씨와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까지 수사력을 확대하면서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력은 최순실 이슈가 불거지면서 약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검찰이 배에 힘주고 밀어붙이고 있는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9월말 법원이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 동력이 약해졌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여론의 관심을 피해가며 검찰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해가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구조조정 칼날마저도 피해가는 양상이다.

위기의 대기업 기사회생
국민들의 지탄 받다 잠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달전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출자전환을 통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뿐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정태옥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정무위의 산업은행 혁신안 및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현안보고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에는 자산매각과 관리직 인력감축, 협력업체의 구조조정에 그치는 수준”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의 과감한 구조조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어렵게 본 <매킨지 보고서>가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 동의 없이는 추가적인 현금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일단 정지]

효성도 ‘논란의 문’이 열리기 전 최순실 파문으로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효성은 그동안 ‘형제의 난’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효성 조석래 회장의 3형제는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차남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 의견이 맞지 않아 아버지 조 회장과 형 조현준 사장 등을 상대로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6월 조 회장과 조 사장을 횡령·배임 등 기업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진 것이다.

사건은 현재까지 치열하게 진행되는 양상이었다. 그결과 국세청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조석래 회장이 수천억원대 횡령·배임과 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1월 1심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인자금 유용이 드러난 조현문 사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심 재판을 치르는 중이다.

그러나 형제의 난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진정되는 기미다. 조 전 부사장의 지근거리서 법률 자문을 맡는 등 법률적 지원 사격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자 조 전 부사장의 힘이 크게 빠지고 있는 것.

현재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각종 이권 개입에 연루됐는지 검찰 조사가 한창이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과 우 전 수석 사이에 수상한 흐름이 파악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의 ‘형제의 난’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예상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 수사]
[동력 상실]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묻히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경영권을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사장 사이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설까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를 만들어 낸 것.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지난 6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4개월동안 검찰은 롯데그룹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롯데수사 성과는 외견상 화려했다. 신격호·신동빈·신동주 등 오너일가 5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검찰이 밝혀낸 총수일가 범죄금액도 3755억원에 이를 만큼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당초 핵심 의혹인 오너일가 비자금, 제2롯데월드·롯데홈쇼핑 인·허가 관련 비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미 다른 건으로 기소됐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돼 검찰의 수사력에 한계를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로 인해 여론의 관심마저 차갑게 식어 롯데로서는 재판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줄어든 모습이다. 실제 지난 15일, 롯데그룹 비리 관련 재판이 열렸지만 각 언론의 ‘헤드라인’ 자리는 최순실 관련 기사에 내줬다.


[네이처리퍼블릭 ]
[오너리스크 해소]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오너리스크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불법 도박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정운호 전 대표가 변호사 폭행 스캔들에까지 휘말리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대표직을 맡고 있던 정운호 전 대표는 스캔들로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대표자리까지 김창호 현 대표에게 넘기면서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이었지만 상황 타개가 쉽지 않았다.

당시 실적이 이를 반영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반기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63억원에 당기순이익을 시현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손실 1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오너리스크가 더욱 두드러진다.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5억원으로 무려 76.4%나 감소했다.
 

2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전환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37억원, 당기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1분기 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고, 2분기에는 645억원으로 10.9%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가 확대되자 당시 추진 중이던 기업공개(IPO)를 현재까지도 못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부터
오너 리스크까지 한방정리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주요 관심사가 네이처리퍼블릭서 청와대로 옮겨갔다. 또한 여론의 부정적인 관심 역시 네이처리퍼블릭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 불필요한 관심이 제기돼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이 악재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전 대표의 지분 매각설은 6월경부터 구체화돼 업계에 돌고 있으며, 추락한 실적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약품]
[슬그머니 위기탈출]

한미약품은 지난 9월말 늑장공시를 통한 편취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목이 집중됐지만 역시나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베링거잉겔하임 기술이전 계약 해지 관련 정보를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도 한미약품 논란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사건 발생 초기에 강력한 의지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례적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범행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패스트트랙(조기 사건 이첩) 제도를 통해 사건을 지난달 13일, 검찰로 이첩했다.

그러나 최순실 파문으로 한미약품 수사가 국민들의 관심서 멀어지면서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증권가서조차도 검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던 한미약품 직원이 실종되면서 검찰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31일, 김모씨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뒤 실종된 것.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에 힘이 빠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인데, 한미약품으로서는 한시름 놓은 셈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력이 더욱 집중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검찰의 수사력이 최순실 게이트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대비가 편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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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