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분수령’ 조기대선론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11:29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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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프로그램 가동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박 대통령 사퇴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기대선론’이 힘을 받고 있다. 조기대선론은 1년2개월여 남은 차기 대선을 앞당겨 권력을 이양하자는 정국 시나리오다.

조기대선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들고 나왔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서 ‘조기대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작은 혼란과 고통이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면서도 “모든 새로운 탄생엔 껍질을 벗는 아픔이 있지 않느냐”고 말해 조기대선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내리고
선거 치르자”

다만 박 시장은 “국민의 요구와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시장이 조기대선론을 처음 언급했다면 정의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조기대선론을 위한 절차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심 대표는 지난 4일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여야 4당이 국회의장 주재로 과도중립내각을 확정해야 한다”며 “권력이양 일정이 확정되면 ‘조기대선준비특위’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조기대선 실시에 따른 문제점과 혼란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과도중립내각을 구성한 뒤 조기대선을 실시한다는 로드맵이다. 심 대표는 내년 4월10일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에 맞춰 대선을 치르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통령 사임은 조기대선일 전 60일로 정한다. 즉 대통령이 사임 날을 조기대선일에 맞추는 것이다. 과도중립내각은 권력이양 및 일정관리, 헌정유린 사태 진상규명·헌정유린 사범 단죄, 경제·안보 등 국가위기 관리를 목적으로 운용된다.

같은 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도 조기대선론을 강조했다.그는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 있다가도 여론이 조금이라도 우호적으로 돌아온다 싶으면 언제든지 권한을 행사할 위험성이 있다”며 “현재 보수적인 헌법재판소 구성상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맞물려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까지 대통령이 명예롭게 하야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퇴진 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국회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대통령의 조기대선이 거론됐다. 지난 7일 전직 국회의장 6명은 국회의장 초청으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임채정 전 의장은 “대통령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내각에 모든 권한을 넘겨야 하며 앞당길 수 있으면 대선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했다”며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출구 전략 거론
박원순 최초 언급…“국민 요구에 달려”

차기 대선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조기대선론에 동참했다. 안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난 9일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조기대선 실시에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은 “나라의 혼란을 가장 빨리 수습하는 방법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라며 지난 12일 ‘민중 총궐기’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언급해 박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수렴한 책임총리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조기대선이 해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과도거국내각의 성역 없는 수사, 선거관리, 6개월 후 조기대선을 강조했다.

민 의원은 선출 권력이 아닌 과도내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됨을 들어 대선을 6개월 후로 앞당기자고 말했다. 일정기간의 시간을 둬 차기후보들이 대선 준비를 마치고 경선에 참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돼 안정된 권력이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일부 의원이 공개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면서 조기대선안에 힘을 실었다.

이상민, 안민석, 홍익표, 한정애, 소병훈, 금태섭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은 이미 붕괴돼 산산조각이 났고, 다시 복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퇴진을 하게 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 선거를 통해 임기 5년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만큼 국정혼란 수습과 새 출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이 조기대선론을 주장하는 교수의 강연을 들어 이목이 집중된다. 새누리당 당내 소장파 모임인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약칭 진정모)’은 지난 8일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초빙해 조언을 들었다.

2선 후퇴 후
대선 치른다?

김 교수는 강연서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을 철회한 뒤 현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박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 안에 조기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로 바뀌는 것이 문제 해결의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초빙한 전문가가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의 입장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이처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조기대선론은 대통령의 모르쇠와 버티기에 대한 야권의 응수타진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하며 야당이 주장한 국회 추천 책임총리 방안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야3당은 대통령의 국회 국무총리 추천 요청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거부했다. 이들은 강력한 검찰수사와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데도 의견을 함께했다.

이들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한 이유에 대해서는 2선 후퇴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의 요청은 2선 후퇴도, 퇴진도 아니고 그냥 (사태를) 눈감아 달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정에서 한시바삐 손을 떼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겠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야권이 주장하는 ‘2선후퇴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야권이 주장하는 2선 후퇴론은 대통령이 내치뿐만 아니라 외치까지 모두 내려놓고 새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야권 인사 중 2선 후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추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외치든 내치든 자격이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외교·국방 분야에 대한 권한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엇갈리는 잠룡
조기 뛰어든다?

야권 내부서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범위를 놓고 노선이 엇갈리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일단은 적어도 내정에 대해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천 전 국무총리 역시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를 운영해보니 총리가 갈 수 있는 회의가 있고 대신할 수 없는 회의가 있다. 대통령이 갈 곳에 총리가 대신 가면 큰 나라 대통령들은 상대도 안해주더라”고 말해 대통령의 외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헌법 제74조를 보면 국군 통수권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등 안보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헌법에 따라 군을 통수할 수 있는 권한은 총리에게 없는 셈이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 박 대통령에게 외치까지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을 두고 자진해서 내려오게 하기 위한 압박용 포석이라 분석이 나온다.


또한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라는 단어를 명시함으로써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간섭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게다가 통치 능력과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이 외교와 안보를 통할할 수 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2선 후퇴’라는 용어는 ‘하야’라는 단어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넘어 하야를 한다면 조기대선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궐기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헌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각 당의 잠룡들도 빠르게 대선정국에 합류할 전망이다. 우선 조기대선론에 대한 각 잠룡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하야-과도중립내각-조기대선 로드맵
물건너간 거국내각…엇갈리는 잠룡들

당초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가능하냐에 대한 견해가 분분했다. 지난 5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법상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하게 되어 있는데, 공직선거법 53조에는 공무원의 경우 (선거전) 90일 이내에 사퇴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며 “이 규정에 의하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성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자치단체장들은 차기 대선에 출마를 못하게 된다”고 말해 여야 잠룡들을 압박했다.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2일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게 돼 있지만 지자체장이 출마하려면 90일 이전에 사임해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렸다”고 말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는 “출마가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35조는 대통령 사임으로 대선을 치르게 되는 경우 ‘보궐선거’ 규정을 준용해 자치단체장들이 입후보하는 경우 30일 이전에 사퇴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기대선론에 대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는 명시하지 않았다. 조기대선도 검토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 측근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국정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고 탄핵 사태까지 경험했다”며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차선책은 거국내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하야하고 조기대선을 치르면 솔직히 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국정이나 헌정의 문제는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헌정중단이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도 신중한 모습이다. 안 지사 측은 조기대선에 대해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지가 문제이지 향후 정치 일정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2선 후퇴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청와대에 각을 세웠지만 하야라는 표현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외교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여야 합의 총리에게 이양하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다만 조기대선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후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권한대행 필요
내년 4월 적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현재는 헌법적으로 대통령 ‘사고’ 상태”라며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한대행 총리는 합헌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가지면서 국정을 운영하고 조기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 교수는 “내년 대통령, 국무총리, 여야 대표가 내년 4월12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 조기대선을 치른다고 합의 공표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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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대통령 햐야’ 갈리는 야권 잠룡들
야권 공조 깨진다?

잠룡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야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조찬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박탈하고 형사처벌해야 한다”며 “금품갈취 집단범죄의 왕초는 그냥 두고 졸개들만 처벌하고 끝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손학규 부정
박원순-안철수 긍정

반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은 하야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는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국민들의 대통령 하야 요구는 당연하지만 지금 하야했을 때 생기는 정치적 혼란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며 하야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박 대통령 하야 여부를 놓고 야당 잠룡들의 셈법이 엇갈리면서 공조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사 속 기사> ‘대통령 퇴진’ 국민의당 당론 보니…

국민의당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국민의당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1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공식화 했다. 아울러 오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 촛불집회에 당 차원에서 적극 참여키로 결정했다.

중앙위원들 간에 박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하야 촉구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2시간이 넘는 격론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논의 끝에 구체적 퇴진 방향은 추후 결정키로 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퇴진 운동 방향에 대해 “먼저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그 총리의 책임 하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씨 사단을 인적 청산하고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으로 진실규명이 되면 그 결과를 갖고 국민 정서를 보면서 해결방법을 내자”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시작한 박 대통령의 퇴진 서명운동을 중앙당 및 전국지역위원회 차원으로 확대 실시키로 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의원총회와 비대위에서 사실상 퇴진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서명운동으로 이어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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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