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박찬종 변호사가 제시한 현정국 해법

“친박 핵심 6명은 자결이라도 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국이 뒤숭숭하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민심의 목소리도 매섭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 대통령은 국회를 웃는 얼굴로 방문했고, 우병우 전 수석은 팔짱을 끼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로 임명했다가 야권의 책임총리제 요구를 수용했다. 계획도 염치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우왕좌왕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찬종 변호사를 만나 초유의 국정농단 상태로 험로를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진단해봤다.

박찬종 변호사는 1939년 김해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재학 중에 고등고시 사법과와 행정과, 공인회계사를 모두 합격한 ‘수재’ 정치인으로 통한다. 제5공화국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10대 국회가 해산되자 정치규제 대상 811명에 포함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키도 했다.

당시 돈 안드는 선거유세를 펼쳐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그후 석궁 테러사건의 김명호 수학자, BBK 김경준, 박연차 변론 등을 맡아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2년에는 “무당파 단일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키도 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합의 책임총리 방안을 전격 수용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단 90초에 그쳤다. 열흘 뒤에는 9분의 사과를 발표했다. 두 차례의 사과 후 박 대통령을 하야 혹은 탄핵해야 한다는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 담장을 넘어 관저까지 밀려들고 있다. 대통령께선 이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민심이 분노한 근본 원인은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제 국회의장을 찾아가는 모습은 늦가을 비에 흠뻑 젖은 참새가 추위에 몸을 벌벌떠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또한 그 배경은 국민이라는 고양이 앞에 웅크리고 앉은 쥐 모양이었다. 이렇게 국회를 찾아가는 모습이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느냐’ 하는 탄식을 내뱉고 있다.

- 변호사님께선 대통령이 국민에게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국민주권원리에 따라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그 국민의 권력을 사용하는 틈새에 최순실 일당이 새치기를 한 것이다. 대통령은 그 새치기를 고의든 과실이든 묵인해 버렸다.

그래서 그것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 대통령권력을 이용해 각종 부정비리에 관여하고 잇속을 채웠다. 심지어는 이화여대 학사에까지 개입해 딸을 부당하게 입학시켰다. 그것이 전부 노출되니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 책임총리가 과연 현 난국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형식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고 책임총리로 세워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87조엔 국무위원(장관)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야당은 책임총리를 임명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은 2선 후퇴라는 말을 안 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총리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2선 후퇴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만 책임총리가 해법이 될 수 있다.


- 청와대는 ‘내치’는 총리가 ‘외치’는 대통령이 한다고 했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어떤 경우라도 국군통수권과 외교교섭권은 대통령이 수행해야 한다. 헌법해석상 이것까지 책임총리에게 위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단 2선 후퇴라는 말이 굉장히 모호하다. 책임총리로 행정각부로 통할권을 준다고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까지는 줄 수 없다. 외교교섭권을 살펴보면 열흘 뒤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총회에 황교안 총리가 대신 간다고 했는데 한 번쯤은 대신 갈 수 있다.

하지만 각국(대통령제 국가)은 대통령이, 내각제에선 총리가 오는데, 대통령제인 우리나라가 총리를 보내면 정상회담 자체가 안 된다. 박 대통령이 남은 1년2개월을 다 채운다고 하면 앞으로 G20, 아세안+3(ASEAN+3), UN총회 참석이 남아 있다.

당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취임을 하면 관례상 내년 2월 초순 한미정상회담을 하는데, 도덕적 권위와 국정 장악력을 잃은 식물대통령이 외교교섭권만 있다고 트럼프와 전략적 협의를 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 지금 상태로는 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도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셨습니다. 

▲ 그렇다. 우선 한국의 기이한 스캔들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에까지 보도가 된 상황이다. 우리가 줄곧 과거사를 뒤집는 일본의 아베총리를 두고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비판했는데 박 대통령처럼 권위가 상실한 사람이 일본 정상과 회담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1년2개월 동안 검찰 수사를 한 번만 받게 될지 두 번, 세 번 받을 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기소되고 재판받는 것은 면하겠지만 안종범 및 최순실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계속 나오게 되면 1심, 2심, 상고심까지 포함해 반년 이상이 걸린다. 재판 때마다 박근혜라는 이름이 나올 것이다. 이는 본인도 그렇고 국민 자존심이 굉장히 상하는 일이다.

“최순실이 권력 이용했다”
대통령도 포토라인 서야

- 대통령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십니까?

▲ 우선 대통령 수사방법에는 서면조사, 소환조사, 청와대 방문조사, 제3의 장소 등이 거론된다. 일단 서면조사는 조사가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 이에 대한 반대심문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보내나 마나인 셈이다. 검찰이 청와대로 가는 것은 독립성 문제가 불거진다.

청와대 방문 자체에 검찰이 떨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제3의 장소도 마땅치 않다.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 대통령도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 이는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도 ‘잘하지 못하면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경고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측면서 봤을 때 평등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법처리에 있어서 대통령에 대한 특혜는 딱 한 가지 ‘소추유예’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하야’와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 탄핵 사유는 충분히 발생해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보면 헌법에 위배된 행위를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은 당시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대통령이지만 우리당 소속(열린우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통령으로서 선거중립을 안 지켰다고 해서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이 국회 탄핵을 결의했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4·13총선 당시 “유승민을 찍어내라”고 말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최순실에게 국가 기밀문서를 유출시켰고, 직권을 남용해 문체부 국장·과장을 물러나게 했다. 재벌들 등을 쳐서 돈을 뺏기도 했다.

이로써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새누리당이 어깃장을 놓으면 안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게 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기까지 4개월이 소요된다. 최순실 재판과 탄핵 재판이 있는 그 기간은 정국이 소용돌이 칠 것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

- 탄핵 이외의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 박 대통령의 시대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야라는 말 대신 대통령 스스로 임기를 1년 단축한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즉 임기를 스스로 단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국회의장을 찾아갈 일이 아니고,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국회지도자를 찾아가 의견을 수렴해 사임 이후 정국이 소용돌이치지 않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탄핵사유 충분…용단 내려야
새누리 지도부 물러나야 해결

갑자기 박 대통령이 내려오게 되면 분명히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경험을 안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니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내가 어느 시점에 사임을 하려고 하니 차기 대선주자들은 마음의 준비들을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또한 총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것이다.

- 직접 시위 현장에 가보셨다고 들었습니다.

▲ 지난 토요일 시위현장을 지켜봤다. 이게 직업꾼들의 민심이 아니다. 바로 일반 보통사람들이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왜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을 평가해 주신다면.

▲ 경제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 중이다. 수출의존형인 우리나라는 해운, 전자, 자동차, 철강, 섬유화학 부분의 수출이 떨어지고 움츠러들고 있다. 일본과의 비교는 금물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기초과학 및 기술기반이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튼튼하다. 성장률이 낮아도 기술력으로 버틸 힘이 있다. 게다가 일본은 내수가 80%이기 때문에 수출에 적신호가 켜져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 80%, 내수 20%이기 때문에 수출이 막히면 견딜 수가 없다.

게다가 일본국민은 개인 저축률이 굉장히 높다. 다시 말해서 개인들도 부자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개인 채무가 130조에 달한다. 집집마다 다 빚이 있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곤두박질치면 거지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

- 현 시국 야당의 행보를 평가해 주신다면. 

▲ 야당이 대통령 햐야를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방안을 세워놓고 내려오라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60일 안에 대선을 치를 자신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젊은 사람들이 하야 하라고 주장하는 데 동조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어떻게 피해를 줄이면서 하느냐를 먼저 머리를 모아 생각해야 한다.

- 여당의 태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 새누리당은 친박 핵심이 책임져야 한다. 아마 일본서 이 사태가 발생했으면 자결했을 것이다. 최소 친박 핵심 6명은 자결해야 한다. 이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고,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고 자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살 궁리만 하고 있다. 왜 그런가 보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친박 핵심들은 자신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자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박 대통령의 은혜로 공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된 이상 헌법 46조를 명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내팽개쳐 버리고 박 대통령을 지키고만 있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된다? 그것은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최순실 파동이 나도 아무런 말 한마디 안하고 불쌍한 대통령을 지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통령이 저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당 대표가 “물러나느냐”는 소리를 하고 있나.

- 친박 핵심 6명은 누구입니까?

▲ (웃음) 실명을 밝히기는 어렵다. 이들은 4·13 총선 공천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한 공범들이다. TK핵심들은 그 파동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 모두 당선이 됐는데 멀쩡한 사람들을 낙선시킨 꼴이 됐다. 특히 수도권서 정두언, 정미경 등 현역의원 30명은 반드시 될 수 있었는데 공천파동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몰살당했다. 재밌는 부분은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정당끼리 잘 협치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이런 소리가 어디 있는가. 새누리 당권을 쥐고 있는 핵심들은 당연히 물러나야 된다.
 

<shs@ilyosisa.co.kr>

 

[박찬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학사
▲법무법인 유담 대표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나라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5선 의원 (9·10·12·13·1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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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