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 탐색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07 11:40:04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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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혼을 지켜라”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계소문이 예복을 갖추어 입고 아침 일찍 안학궁으로 걸음을 놓았다.

조정에서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영류왕을 만나 직접 일의 전모를 따져 물을 참이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처사였다.

단순히 대대로란 직책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찌 북방 오랑캐들, 특히 당나라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장성 축조작업을 멈추라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필시 당나라의 압력이 있었거나 아니면 당나라에 아첨하는 세력들이 모종의 일을 획책하기 위해 그리 일처리 했는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물론 자신이 그들의 눈에서 벗어난 부분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귀족이랍시고 거드름 피우며 고구려의 혼을 좀먹는 족속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런 연유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귀족들을 무시했고 어떤 경우엔 아예 인간으로 취급하지도 않았었다.

그러한 이유에서 초래된 일이라면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뿌리까지 뽑아 완전히 갈아치우는 방법, 결국 피를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다지며 안학궁 가까이 이르자 두 명의 병사가 길을 막아섰다.

“비켜라!”

연개소문이 한마디 내뱉고는 자신을 막아 선 병사와 주변 병사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회의 시작 전까지는 아무도 들일 수 없습니다.”

“뭐라!”“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지엄한 명이 있었습니다.”

“누가!”

병사가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이놈들, 당장 물러서지 못할까!”

고함과 동시에 바로 앞에 선 병사의 허리에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나 연개소문이다. 이곳 책임자는 어느 놈이냐!”

칼을 든 연개소문이 살기를 품은 눈으로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연개소문이라는 말과 갑자기 돌변한 상황에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순식간에 칼을 빼앗긴 병사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한 병사의 안내로 중간 지휘관 정도 되어 보이는 군관이 급히 다가왔다.

“대인께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

연개소문을 잘 알고 있는 듯한 군관이 머리를 조아렸다.

“전하를 알현하고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군관이 답에 앞서 주위 병사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작심한 듯 연개소문 곁에 자리했다.

“소장이 모시겠습니다. 들어가시지요.”

낯은 익지만 누군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를 바라보며 칼을 다시 병사에게 돌려주었다.

“어제 대신들이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어느 누구도 들이지 말라 했습니다.”

“어느 놈이 그랬단 말인가?”

“이리 대신을 중심으로…”

그 다음 말은 안 들어도 훤했다.

슬그머니 이가 갈렸다.

“대인, 저희들은 오로지 대인만을 추종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군관을 살펴보았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도국이라 하옵니다만, 저희 같은 놈들의 이름이 무에 중요하겠습니까. 그저 유사시에 대인을 따라 움직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진심어린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 말을 새기며 영류왕과 귀족들의 처사를 생각했다. 절로 이빨이 갈렸다.

왕의 거처에 도착하자 연개소문의 출현을 알아챈 궁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쩔쩔맸다.

그렇다고 경비를 담당하는 군관과 함께 들어선 그를 제지할 수 없는 노릇인지라 어쩔 수 없이 연개소문이 왔음을 고하였다.

살기 어린 연개소문…영류왕과 독대
갈팡질팡 영류왕…고구려의 미래는?

“무어라! 아직 회의가 열리기 전 아니냐?”

“전하, 신 연개소문입니다. 전하를 알현하고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뵈었나이다.”

연개소문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안으로부터 어수선한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얼마 후 안으로부터 들이라는 전갈이 전해졌다.

연개소문이 마음을 가다듬고 안으로 들어서자 부스스한 모습의 영류왕이 애써 미소 지으며 맞이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인 일인가?”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태연하게 말하는 영류왕을 보자 은근히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납득하지 못할 일이라니?”

“신의 직책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북방 오랑캐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한 공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연유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전하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영류왕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씀 주시기 곤란하시옵니까?”

연개소문이 차분하면서도 음험하게 말을 하고 왕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영류왕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 흡사 주객이 전도된 듯했다.

그를 살피며 바로 일을 벌일까 하는 생각이 솟구쳤다.

그러나 이미 작정한 일 섣불리 행동하면 오히려 모든 일 그르칠 수 있었다.

호흡을 조절하여 마음을 가라앉히며 영류왕의 답을 기다렸다.

“실은 내 대인을 부르려던 참이었네.”

영류왕이 핑계거리를 찾는 듯 우물거렸다.

“전하, 바로 여쭙겠습니다. 당나라 놈들의 요구 때문입니까 아니면 조정에서 내린 결정입니까?”

“당나라가 드러내놓고 우리 내정에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면 조정 대신들이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입니까?”

영류왕이 다시 우물거렸다.

가만히 영류왕을 바라보며 저걸 왕이라고 인정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솟구쳤다.

“전하, 소신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물러나겠습니다.”

“말해보게.”

두 가지라는 소리에 적이 마음이 놓였는지 영류왕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고구려가 누구의 나라이옵니까?”

영류왕이 순간적으로 당황한 모양이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연개소문을 주시할 뿐이었다.

“전하, 이 나라는 고구려 혼의 나라입니다.”

영류왕이 고구려의 혼을 되뇌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만의 나라가 아닙니다.지금까지 피땀 흘려 고구려를 일구어낸 우리 선조들과 뒤를 이어 이 고구려를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물려받은 우리 모두의 나라입니다.”

“무슨 의미인가?”

“우리 고구려의 혼이 일부 사람들의 알량한 이욕 때문에 함부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특히 오랑캐들에게 고구려의 혼을 팔아넘기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연개소문이 오장을 끄집어내듯 절절하게 말을 이었다.

“내 무슨 말인지 알겠네. 다음은 무엇인가?”

빨리 말하고 나가라는 영류왕의 의도를 연개소문은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 없었다.

잠시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전하, 왕과 귀족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리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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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