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사내 자살 미스터리

끙끙 앓다…목숨 던져 목소리 내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현대인에게 직장은 일터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직장은 삶 자체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일터에서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을까.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경,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 순위 1위 넷마블게임즈 구로동 사옥 20층서 퇴사 직원 박모씨가 몸을 던져 자살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망한 직원은 회사 내부서 회사 재화를 무단으로 취득해 사적으로 이득을 취한 비위로 인해 징계를 받았고 극한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절실한 목소리
마지막 몸부림

넷마블 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박씨는 현금 기준 억대 수준의 게임머니를 불법유통시킨 혐의가 드러나 사내 조사를 받았다. 관련 혐의는 박씨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씨는 징계 조사 과정서 부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자살 전 메신저를 통해 “윤리경영팀장의 고압적이고 인신 모독적 발언과 비아냥까지 감수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유서는 이미 지난 주에 인사에 보냈으니 가족에게 전달 부탁드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넷마블서 다들 건승하길”이라며 회사측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비위사실에 대한 정상적인 조사절차를 진행했고 고압적인 자세 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한쪽에선 죄가 있더라도 조사 과정서 인격 및 인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넷마블이 숨진 직원에 대해 고압적인 분위기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개인 비위 규모가 큰데 조사 과정이 거칠다고 회사 탓을 하며 목숨을 끊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회사가 지난해 말 박씨의 비위를 한 차례 눈감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직장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 끊어
왕따에 내부고발 사연도 가지가지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지난 7월 넷마블서 직원이 돌연사 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 당시 넷마블 소속의 30대 사원이 사우나서 사망했다. 넷마블 모바일 RPG ‘길드 오브 아너’ 배경 원화를 담당한 30대 남성 직원이 휴가 중 사우나서 쓰러진 채 발견돼 숨졌다.

당시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넷마블의 높은 근무강도가 사망의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넷마블이 업계에서 업무강도가 높은 회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씨의 죽음이 넷마블의 높은 근무강도가 원인이 됐는지는 그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유족 측도 사망의 원인이 과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선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넷마블은 ‘구로역의 등불’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야근이 많은 것으로 전해져 실체 없는 의혹이 떠돌고 있다.

한 게임업계의 관계자는 “넷마블 직원들이 구로역의 등불이라는 별명을 의식해서인지 블라인드를 치고 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넷마블은 올해 두 차례나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회사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탄압에 의해 근로자가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유성기업의 근로자였던 한광호씨는 지난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공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유성기업 노조원인 한 씨는 2011년 회사와 노조가 대립각을 세우던 때 불법파업을 이유로 견책을 받았고, 2013년 노조활동에 대한 회사 관리자들과의 대치과정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출근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10일엔 회사로부터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 출석요구서’를 받은 뒤 동료들에게 우울감을 호소했다. 7일 뒤 그는 세상을 등졌다. 그의 자택에는 뜯지도 않은 경찰 출석요구서가 발견됐다.

억울한 사람들
사연은 제각각

유성기업은 한씨가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간부로 활동했던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11차례 고소했다. 이 가운데 2건만 기소되고 나머지 9건은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노조 측은 “한씨가 사실조사 출석요구를 해고 수순으로 받아들였으며, 평소에도 치료는 받지 못했지만 회사의 임금 삭감·고소고발·징계 등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해왔다”며 “한씨의 죽음에 유성기업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측은 한씨가 숨지기 전에 유서 등을 남기지 않았고, 우울증 진단경력이 없었던 점을 들어 “자살이 유성기업의 노무지휘권을 사실상 박탈당한 상태서 불법적인 노조 활동을 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사업주인 유성기업의 지배 관리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서 이를 원인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지난 달 18일, 근로복지공단은 한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는 판정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는 한씨의 유족이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질병판정위원회는 “한씨가 수년간 노조활동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건 발생 1주일 전 (회사로부터 받은 무단결근) 사실조사 출석요구서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롯데의 2인자로 평가받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인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이 이 같은 경우다. 지난 8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자살을 선택한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현재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총수 일가의 경영활동을 보좌하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두 가지 분석이 나왔다.

하나는 단순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압박감을 느껴 개인적인 압박감에 자살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자살하는 경우에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 수사 가운데 자살한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17명의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검찰 수사에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핵심 인물인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가 그룹사 전체에 강도 높게 진행되자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격모독 참을만
폭력에 노예생활

실제 이 부회장이 자살하자 검찰의 수사는 흐지부지 되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 17곳, 관계자 500여명을 조사했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롯데그룹 3부자의 구속영장은 줄줄이 기각됐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롯데수사가 ‘용두사미’ 수사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진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평사원부터 시작한 이 부회장이 회사에 갖는 애사심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경우도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경북 포항서 A건설사 간부 2명이 함께 목을 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서 회사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구 A건설사의 중견 간부로 지난달 13일 오전 8시께 포항시 북구의 한 야산서 같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숨진 현장서 유서가 발견됐다. 분량은 A4용지 4장.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내용과 함께 회사 내의 비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회사 대표가 법인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대구 모 사립학교 건설 공사 수의계약 수주 과정서의 비리의혹과 함께 공무원 등에 뇌물성 편의를 제공한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하다 갑자기 왜?
잇달아 터지는 비보

사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례도 있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달 20일, 2년 간 직장 후배로부터 월급 등 3900만원 상당을 금품을 빼앗은 강모(22)씨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직장 후배를 상대로 ‘조폭생활을 했다’며 문신을 보여주며 위력을 과시하는 등 지난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42회에 걸쳐 폭행과 강요 등으로 3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직장 후배에게 사소한 이유로 폭행을 일삼으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군입대 강제 연기에 이어 실행되지 않았지만 보험사기 제의와 허위 신고 등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인 직장 후배는 더 이상 노예로 살수 없다며 최근 3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상태”라며 “강씨를 구속해 여죄를 수사 중이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를 위해 지역 내 고질적인 갑질 횡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 왕따(따돌림)가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올초에는 직장서 왕따를 당하던 여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사실상 자살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유족들은 직장내 따돌림이 자살 원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서 A(29·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살던 남동생이 A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흔적이 없어 경찰은 A씨가 자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녀의 자살 원인은 직장 내 왕따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찰은 모 대기업 인턴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가 지난 25일 지인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 ‘죽으라는 소린가 보다’, ‘내가 없어지면 그만이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직장 내 왕따도 혐의가 입증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2014년 판례를 살펴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직장 내 왕따로 자살을 기도하고 우울증 판정을 받은 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동사무소 직원인 A씨는 일처리 과정서 동료 직원들과 갈등을 빚어오다 동료 직원이 민원인들 앞에서 자신을 모욕하자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이후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동료 여직원과 폭행 시비가 붙기도 한 A씨는 우울증이 심해지자 자살기도를 한 뒤 2008년 주요우울장애 판정을 받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산재 신청을 냈다.

사측의 압박
못이겨 그만…

그러나 공단 측은 A씨의 우울증 등이 업무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2심 재판부는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지만 근무지에서 상급자나 주변 동료들로부터 적절한 배려를 받지 못했다”며 “이 과정서 과도한 업무량이 부여돼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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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