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6 국정감사 결산

최순실로 시작해 송민순으로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말 많고 탈 많던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여권의 비선실세 ‘감추기’ 대통령 ‘감싸기’를 국민들은 허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정책보다는 이슈에 치우쳐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국감으로 전락했다. <일요시사>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에 시달린 올해 국감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법률법률소비자연맹과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중간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감이 시작된 9월26일부터 10월7일까지 20대 국회 1년차 국감 절반에 대한 성적을 종합한 결과 F학점이란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F학점은 국감 모니터단이 활동을 시작한 15대 국회 말 이래 18년 만에 내놓은 최악의 성적표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D학점)보다 못한 성적이다.

파행

20대 국회 첫 국감은 파행으로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국감은 일주일 동안 야당 단독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목숨을 바치겠다”며 강수를 뒀다.

단식을 이어가던 이 대표가 국감 복귀를 전제로 단식 중단을 선언하며 야권으로부터 ‘명분 없는 투쟁’이었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파행으로 인해 국감은 19일까지 연기를 해놓고도 사실상 14일 주요 국감 일정이 종료돼 ‘부실국감’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최순실

국감 초기부터 ‘비선 실세’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최순실씨가 재벌에 압력을 행사해 800억원을 모금한 의혹이 일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 관계자들을 소환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가 거셌다. 또한 최씨의 딸 정모씨가 지난해 이화여대 입학 당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상황은 ‘최순실 게이트’로 번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무분별한 증인 신청으로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면서 증인채택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안건조정위원회에 최순실과 차은택의 증인채택 건을 회부하면서 증인채택은 무산됐다. 이로써 국감 파행의 단초를 제공하고 대부분의 이슈를 집어삼킨 최순실 의혹은 ‘설’만 무성한 채 사법기관으로 공이 넘어갔다.

전경련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원을 중심으로 전경련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은 지난 14일 산자위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전경련은 재벌과 정치권력의 카르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고, 더민주 홍익표 의원도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전국경제사범연합회’”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미르재단에 돈을 내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 물었지만 이 부회장은 “검찰수사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주요 답변들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게다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법인의 설립 허가·취소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하는 사안이라 신중해야 한다"고 답해 전경련을 감싸는 모양새를 취했다.

백남기

백남기 농민 사태 또한 국감 내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전행정위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과 더불어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을 당시 경찰 대응이 주된 논란거리로 부각됐다. 백씨 부검 집행에 대해서도 여야의 해석이 엇갈렸다. 이와 관련해 법제사법위에선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발부를 두고 여야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모니터단 F학점 ‘역대 최악’ 평가
초유의 파행…정쟁만 남은 첫 국감

보건복지위에선 백씨의 사인이 ‘외인사냐 병사냐’를 두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백남기 농민을 둘러싼 책임 소재는 제대로 가려지지 못했다.

MS

지난 6일 교문위는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국감 도중 ‘MS오피스’와 ‘한컴오피스’를 언급하면서 “왜 공개 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 했느냐”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다그쳤다.
 

이에 조 교육감은 MS외에는 살곳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여기에 이 의원이 “(수의계약은) 법률 위반이며 사법기관에 고발돼야 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국감 이후 이 의원은 ‘황당 질의’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의원은 언성을 높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질의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MS오피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각종 패러디를 양산해냈다.

불량 증인

올해 국감에선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교문위 국감에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화장실에서 본인을 겨냥한 야당의원을 두고 “내가 안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 이런 수모를…이라고 발언한 것이 들통나 비난을 받았다.

지난 11일 KBS와 EBS를 상대로 국정감사가 실시된 미방위에선 고대영 KBS사장의 자세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더민주 유승희 의원이 현 KBS 보도국장에게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있었던 청와대 보도외압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고 사장은 보도국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야당은 고 사장의 고압적 태도를 비난하면서 증인이 증언을 방해한 행위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송민순

운영위원회 국감장에선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날선 공세가 이어졌다. 여권은 이성호 인권위원장을 향해 질의를 했지만 실상은 야권을 질타하는 모양새였다. 새누리당 강석진 의원은 “인권결의안에 대해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며 “이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성호 위원장은 여권의 공세성 질문에 일관적으로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현재 인권위는 북한인권결의안이 나올 때마다 환영성명을 냈다”면서 “과거 정부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반복되는 국감 무용론


국감이 끝나고 나면 매년 ‘국감 무용론’이 제기된다. 우선 국감의 권한과 범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국감의 한계”라고 말했다. 피감기관의 자료제출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의원은 “전반적으로 보면 국감을 앞두고 행정부가 거의 한 달 이상 마비된다”고 말해 국정감사가 행정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키도 했다.

또한 피감기관은 700여개에 달하지만 국감은 단 2주밖에 되지 않아 부실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처럼 국감 파행이 발생하면 국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새누리당이 불참한 1주차 국감에선 대법원, 기재부, 국세청, 경찰청 등 주요 국가기관 98개가 국감을 피해갔다. 또 같은 기간 137개 기관은 야권만 국감을 진행한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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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