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별세로 본 샘표 숨겨진 가족사

대추나무 연 걸리듯 배다른 친척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최근 샘표에서 감지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전히 어딘지 모를 전운이 감돈다. 일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툼이 촉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호시탐탐 샘표를 노린다는 세력에 대한 소문을 그냥 흘려듣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존재한다.

샘표에 지난달 23일 비보가 전해졌다. 박승복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1922년 함경남도 함주서 출생한 박 회장은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피도 눈물도…

1976년 선친의 뒤를 이어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박 회장은 샘표를 이끌어왔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샘표 일가의 가족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샘표의 향후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서울 충무로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닻을 올린 샘표는 1959년 서울 창동에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장류업계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당시 샘표를 창업했던 인물이 바로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조부인 고 박규회 창업주.

박 창업주는 배다른 자식이 있었다. 박승복 회장과 2006년 10월 작고한 박승재 전 사장이다. 이복형제는 1976년 박 창업주가 별세한 후에도 별 탈 없이 샘표식품을 공동경영했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될 듯 보였던 공동경영 체제는 1997년 4월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금이 갔다.


당시 박 회장은 박 전 사장을 해임하는 동시에 대표이사직을 아들인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주는 결단을 내린다. 이 같은 결정에 박 전 사장은 즉각 반발했고 이때부터 지리멸렬한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다. 일진일퇴의 물밑 지분경쟁은 법정공방을 거쳐 이듬해 8월이 돼서야 일단락됐다. 승자는 박 회장이었다.

고인의 이복형제 일가와 15년 갈등
마무리 됐지만 지금도 미묘한 기류

하지만 불완전한 평화는 미봉책에 불과했고 2006년 9월 무렵 2차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번에는 사뭇 다른 형태로 싸움이 진행됐다.

당시 박 전 사장 측을 비롯한 ‘박승복 반대파’ 15명은 샘표식품 지분 24.1%를 주당 1만5000원에 우리투자증권이 설립한 마르스1호에 매도했다. 여기에는 박승혁·승우·승호씨 등 박 전 사장의 동복형제 일가 9명의 지분 약 16%가 포함됐다.
 

마르스1호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실체를 두고 설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 부자에 밀린 이복형제 일가가 마르스1호와 이면계약을 맺어 경영권 회복을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이면계약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펀드의 풍부한 자금을 빌어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박 전 사장 측의 ‘적대적 M&A’ 노림수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결국 2012년에 사모펀드의 잔여지분 매각과 함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 기간 동안 박 회장 측은 골머리를 썩어야 했다. 매년 주주총회와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까닭이다. 샘표가 자사주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도 당시 경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술 더 떠 샘표는 최근 회사의 기본 골격마저 뜯어고쳤다.

지난 7월 샘표식품은 지주사 ‘샘표’와 식품사업부문 자회사 ‘샘표식품’으로 분할을 결정했다. 그간 샘표식품이 양포식품, 조치원식품, 샘표아이에스피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던 형태서 샘표가 최상위 회사로 올라서는 구조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박승복·박진선 공동대표 체제에도 변화가 도래했다. 박 회장은 지주사인 샘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샘표식품은 박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창립 70주년’을 내세워 샘표식품이 최대주주인 박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고 있다. 실질적인 목적이 박 사장의 지배력 강화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샘표식품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30.38%이며 박 사장 등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30.02%다. 지주사인 샘표가 자사주를 통해 받게 될 샘표식품의 지분을 합치면 박 사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은 60%를 초과한다. 전면에 내세운 의도는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와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였다.

더욱이 지주사 체제로 바뀐지 석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박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박 사장의 지배력 강화에 목적을 둔 체제변화였다는 추측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상찮은 공기

공교롭게도 박 회장 사망을 계기로 현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던 박승대 전 사장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부쩍 많아졌다. 심지어 박승혁·승우·승호씨 등 박 전 사장 동복형제 일가의 경영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마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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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