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인터넷 방송서 상품 뽑기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적은 돈으로 기계를 모두 털어버리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부러움과 호기심을 느낀다. 과연 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일요시사>에선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뽑기 선수’ 오아롱씨를 만나봤다.
경기도 군포시 당동의 한 뽑기 기계 앞. 사람들이 연신 환호성을 지른다. 환호성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아롱(33)씨. 그는 ‘뽑기 선수’다. 그가 정확한 기술로 인형을 뽑아낼 때마다 대리만족이라도 하듯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수수한 옷차림의 그는 기자와의 첫 만남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상품 두 개를 연달아 뽑아냈다. 상품의 각도와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재는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오아롱씨의 실력을 확인한 후 곧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계 주인과 싸움
그가 뽑기에 입문한 시기는 11년 전. 현재 휴대전화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오아롱씨는 2005년 인형뽑기를 처음으로 접했다고 한다. 그때는 대부분 크레인형식으로 인형을 뽑는 방식이었다. 오아롱씨는 인형뽑기 기계를 지나다 안에 있는 상품이 너무 가지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취미들보다 건전한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시거나 하면 돈이 들어가고 남는 게 없지만 뽑기를 하면 남는 게 있어 좋다고 그는 말한다. 또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뽑기로 생기는 이익만을 따져봐도 한 달 평균 500만원가량.
“카페서 기술과 정보 공유한다.”
오아롱씨는 현재 ‘뽀로롱’이라는 뽑기 카페 회원이다. 이번 인터뷰도 카페 회원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했다. 회원들끼리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같은 취미를 즐긴다. 오아롱씨는 지나가다가 뽑기 기계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좋은 상품이 있는지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본다.
“처음에는 한 달에 500만원 쓰기도 했다.”
오아롱씨가 처음부터 뽑기 선수 였던 것은 아니다. 10년이 넘는 시간과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왔다고 한다. 오아롱씨는 기술을 익히기 전과 익힌 후로 나뉜다고 했다. 기술을 익히기 전에는 한 달에 500만원까지 써봤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면 엄청난 이익을 남긴다. 5만원 정도면 뽑기 기계에 있는 모든 상품을 뽑아버릴 정도.
“기계 주인들과의 마찰도 빈번하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뽑기 기계를 텅텅 비게 만드는 선수들을 기계 주인들이 좋아할 턱이 없다. 하지만 오아롱씨는 돈을 넣고 정상적인 플레이로 상품을 뽑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다른 재주…10년간 실력 키워
한달 수입 무려 500만∼600만원
오히려 상품을 뽑지 못하도록 본드를 발라두거나 실리콘을 달아놓는 등의 정직하지 못한 주인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들이 마음먹고 못 뽑게 세팅을 해 놓는다면 아무리 초고수라도 뽑지 못한다는 것.
“생활에 지장 없어야 한다.”
오아롱씨는 뽑기에 관심 있고 뽑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모든 건 적당히 해야 좋다”고 충고했다. 적은 돈으로 비싼 상품을 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뽑기도 중독성이 강하다. 때문에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해 놓지 않으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방송하면 조작 많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이나 정규 방송서 뽑기 선수들이 나오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 믿을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뽑기 어렵게 세팅돼 있던 곳도 방송에 나갈 땐 쉽게 세팅을 한다. 방송을 보고 입소문이 퍼지며 사람이 몰리면 다시 어렵게 세팅을 바꿔 놓는다는 것. 뽑기 선수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모서리에 걸치듯이….”
오아롱씨는 독자들을 위해 초보자들을 위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일단 아크릴 세팅은 어렵다면서 플라스틱 박스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운데를 밀면 잘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모서리에 걸치듯이 해야 잘 밀린다. 상품에 실리콘이 달린 게 보이는데 실리콘이 달린 부분을 밀어야 한다. 실리콘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단호히 말하는 오아롱씨.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고 싶은 사람 심리를 이용한 잘못된 상술이다.”
최근 초등학교 앞 뽑기 기계에 상품으로 현금이 들어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오아롱씨는 “잘못됐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 부분은 뽑기 동호회나 카페회원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왔던 부분. 심지어 기계 주인들 사이에서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말 그대로 사행성 도박과 같다는 것.
“뽑기는 건전한 취미생활로 봐주기 바란다.”
오아롱씨는 뽑기를 ‘건전한 취미’라고 말한다. 단 의식주나 생활비 등 기본적인 생활에 타격이 안 가는 선에서 말이다. 얼마든지 적은 금액으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다. 뽑아서 나온 상품들도 국가 인증을 거친 합법적인 물건이다.
그는 뽑기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든 정직하게 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많은 취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차별의 시선을 거두기를 당부했다.
과하면 탈 난다
“꾸준히 보육원에 전달한다.”
뽑은 상품들을 꾸준히 보육원에 전달한다는 오아롱씨. 실제로 상품을 파는 건 적다. 그는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뽑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