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 한민족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0.17 11:08:08
  • 호수 10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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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삼국, 뿌리가 같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리 서운해 하지 말게. 어차피 소리에서 온 몸 다시 소리로 돌아간다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할 뿐이네.”
 
마령간은 항상 두 사람에게 주지시켰었다.
 
모든 생명체의 시초는 소리고 또한 모든 것이 소리에서 나왔으며 언젠가 돌아가는 그곳도 반드시 소리의 세계라고.
 
아울러 항상 거문고 소리처럼 맑고 투명하게 살아야 할 일이라고.
 
두 사람의 잔을 채우자 유신이 병을 잡아 마령간의 잔을 채웠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잔을 바라보던 마령간이 바로 잔을 비우고 이내 빈 잔을 춘추에게 내밀었다.
 
춘추가 공손하게 잔을 채웠다.
 
“자, 이제 다 같이 한잔하세.”
 
마령간의 제안에 청동으로 만든 세 개의 잔이 부딪치자 청아한 소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오늘 자네들에게 긴히 할 이야기가 있네.”
 
마령간이 잔을 내리기 무섭게 입을 열자 유신과 춘추가 바짝 긴장했다.
 
그들의 모습을 주시하던 마령간이 고개를 돌려 산 정상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저 달을 보게.”
 
두 사람이 동시에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보름달을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 왕이 생각나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유신 군은?”
 
“뭔가 가득 찬 듯한 포만감이 일어납니다.”
 
잠시 마령간의 시선이 두 사람을 오갔다.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요?”
 
춘추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마령간을 주시했다.
 
“춘추 군, 자네는 진정으로 신라 최초의 왕인 박혁거세께서 알에서 태어났다고 믿는가?”
 
춘추가 답을 하지 못하고 유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아. 말이 그렇지 사람이 어찌 알에서 태어날 수 있는가?”
 

“그럼 처남은 그리 믿지 않습니까?”
 
“허허, 그럼 매부. 자네는 정말 그 말을 믿는가?”
 
나이 어린 매부, 춘추를 바라보는 유신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는 일종의 상징이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가 묻네.”
 
마령간의 재차에 걸친 질문에 춘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믿기지는 않지만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이기에.”
 

“유신 군, 자네는 어찌 받아들이는가?”
 
“일종의 권력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들끼리 권력을 독식하고 유지하려는 야욕 말입니다.”
 
마령간이 유신의 대답을 새기며 춘추를 바라보자 슬그머니 뒤통수를 긁적였다.
 
“춘추 군, 박혁거세 왕이 누구신가?” 
 
“그야 스승님의 선조되시지요.”
 
“그렇다네. 우리 가문의 시조시라네.”
 
“하온데.”
 
“지금 유신 군이 말한 그대로일세.”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만들어 냈다는 말씀이십니까?”
 
“신라를 최초로 세우신 그분을 추앙함과 동시에 또 끼리끼리 나눈 권력의 기틀을 유지하기 위해 초월적인 무언가가 필요했지.”
 
“어떻게 그런!”
 
마령간이 답에 앞서 두 사람의 빈 잔을 채우고 스스로 잔을 채워 단숨에 비워냈다. 
 
“나의 선조 중 한 분인 박제상 할아버지로부터 비밀리에 가문에 전해 내려왔네.”
 
 
마령간의 선조 박제상.
 
눌지왕이 권력을 잡자 고구려에 인질로 잡혀있던 동생 복호를 몹시 보고 싶어 했다.
 
박제상이 삽량주(경남 양산)의 간(지방관의 수장)으로 있던 중 그 사실을 접하고 동생 복호를 데리고 오겠다며 눌지왕 앞에 나섰다.
 
눌지왕은 허락했고 고구려에 들어간 박제상은 장수왕과 담판 짓고 복호를 데리고 신라로 다시 돌아왔다. 
 
박혁거세 신화…권력유지 야욕의 산물 
뿌리 같은 고·백·신…징심록에 등장?
 
복호를 만난 눌지왕이 이번에는 왜에 인질로 잡혀간 또 다른 동생인 미사흔을 그리워하자 박제상은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왜로 건너갔다.
 
우여곡절 끝에 왜의 왕을 속여 미사흔이 경주로 돌아올 수 있게 하였고 자신은 결국 그곳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다.
 
 
“스승님, 저희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유신의 눈동자가 달빛에 반짝였다.
 
“그렇지 않아도 내 그 이야기를 하려고 자네 둘을 불렀다네. 이렇게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고.”
 
“스승님!”
 
두 사람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높였다.
 
“그건 그렇고, 여하튼 나의 선조께서 당시 고구려에서 능히 복호 왕자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다 그만한 사유가 있었네.”
 
유신과 춘추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조께서 장수왕과 담판 지을 때 하신 말씀이 있었네.”
 
“무엇이었는지요?”
 
마령간이 즉답을 피하고 춘추를 바라보며 사이를 두었다.
 
“자네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었으리라 생각하는가. 내 선조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고구려의 장수왕이 선선히 복호 왕자를 내주었다 생각하는가?”  
 
“혹 그 대가로 땅…….” 
 
마령간이 춘추를 바라보며 가벼이 혀를 찼다.
 
“그러면 신라에서 뭔가 대가를 제공했다는 말인가?”
 
마령간의 반문에 춘추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하오면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요?”
 
마령간이 대답하지 않고 다시 자신의 빈 잔을 채웠다.
 
이어 두 사람에게도 술 마실 것을 종용하고는 한 번에 비워냈다.
 
모두 잔을 비우자 마령간이 병을 들어 자신의 잔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이와 같은 이치라네.”
 
두 사람의 시선이 술병과 잔과 마령간을 오고갔다.
 
“하오시면.”
 
“지금 한 병에서 나온 술이 세 개의 잔을 채웠듯이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는 한 나라라는 말일세. 아니 한 민족이라 해야 더 옳겠군.” 
 
“고구려와 백제는 그렇다 해도 저희 신라까지 말입니까?”
 
반문한 춘추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네.”
 
“어떻게!”
 
마령간이 물끄러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민족, 한민족의 시원은 현재 당나라가 점령하고 있는 황하 주변이었다.
 
그곳에서 백의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평화롭게 지내던 우리민족이 점차로 강성해진 요임금, 순임금 등 오랑캐의 침범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전쟁이라곤 몰랐던 우리 민족은 북으로(몽골 지역) 이동하여 그곳에 정착하나 거기서도 끊임없이 이민족에게 침입을 당하면서 밀리고 밀려 마침내 동쪽 땅 끝에 이르러 흩어져 살게 되었다.  
  
 
“정말 고구려, 백제 그리고 신라가 같은 민족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사유로 고구려의 장수왕이 복호 왕자를 선선히 내주었다네.”
 
춘추가 믿기지 않는지 의혹이 가득한 시선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춘추 군, 아직도 믿기지 않는가?”  
 
“믿고 말고를 떠나 너무 당혹스럽습니다.”
 
“당연히 그럴 테지.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사실을 발설하지 않으셨으니.”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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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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