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기탈출 플랜

남은 17개월…여기서 밀리면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가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국감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청와대발(發) 각종 의혹이 범람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위기의 나날을 보내는 박근혜정부의 타개책은 무엇일까.

집권 4년차 박근혜정부는 측근비리와 인사파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박 대통령이 임명한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부동산의혹이 쏟아지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개각카드 실패
샘솟는 의혹들

게다가 김 장관은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SNS에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음해·정치적인 공격이 있었다”며 “농식품부 장관으로 부임하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또한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본인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 장관은 장관해임결의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역대 정권 사상 장관해임결의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회의 결정이 민의를 대변한다고 생각해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라는 강수를 뒀다.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듯 여당은 연일 야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 대표실서 단식투쟁에 나서면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물러서면 다음에 제2, 제3의 이번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과거 같으면 야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은 국감에 임하고 있다”면서 “장관 해임안이 통과되는데 왜 여당이 의장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는지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끼리 ‘여기서 밀리면 끝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다”며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힘 대결로 생각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각종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임기 말 레임덕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여당을 방패삼아 난관을 극복하자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집권 4년차 들어 자고나면 의혹
모르쇠 버티기…새누리 방패삼기

앞서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이 대표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서 “이들은 대통령을 쓰러뜨린 후 국정운영을 잘못했다고 핑계대고 정권교체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쓰러질 때까지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지켜보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불참하는 등 파행이 빚어진 데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청와대는 국정 반전을 위한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해임건의안까지 제출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날선 공방만 남았을 뿐 협치는 사라지게 됐다. 최근에는 지난 2014년 이후 다시 한 번 비선실세 의혹이 부각되면서 청와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서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청와대는 “언급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에 대한 대기업 기부금 모금에 관여했다는 녹취록이 국정감사서 제기됐다.

더민주 노웅래 의원은 기부금을 출연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공개해 안 수석이 전경련에 모금을 종용했고, 이에 따라 전경련이 대기업에 출연금을 할당해 미르재단에 돈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이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각종 의혹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언급하지 않겠다’ ‘가치가 없다’고 말해 해명을 피하는 모습이다.

인사파행·측근비리라는 악재가 겹친 박 대통령은 어떤 플랜을 선보일까. 역대 정권들은 임기말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불거진 측근 비리와 이라크 파병 논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졌고 임기 말까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의 높은 지지율로 시작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20% 초반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후 중도실용 노선을 구축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해 레임덕을 맞았다.

사정기관 잡고
안보이슈 띄우고

대통령 임기를 17개월 남긴 박 대통령은 30% 초중반대의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잇단 악재로 인해 지지율이 빠지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지지율 30%를 레임덕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20%대의 지지율을 가지고는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안보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안보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국을 달궜던 사드배치를 둘러싼 이슈도 잠잠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우리 정부는 확고한 안보태세 위에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해다. 같은 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우리 대한민국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안보와 더불어 안전행보도 선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경북 경주 지진 피해 현장과 월성 원자력 발전소를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난 안전 시스템 마련’ 등을 지시했다. 이는 신공항 백지화와 성주 사드배치 문제로 뒤숭숭한 TK(대구·경북)민심 달래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박 대통령의 안보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안보 장사’에만 주력한다면 국민들의 안보 피로감이 더해져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기 탈출 해법으로는 사정기관 카드가 거론된다. 최근 박 대통령 최 측근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KBS보도외압‘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처가 부동산 거래‘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인턴 채용 외압‘ 논란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등이 권력을 남용한 흔적이 곳곳서 발견됐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 속에 새누리당 대표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내가 청와대와 소통을 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소통을 한다”며 “이 자리서 처음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님과 제가 필요하면 하루에도 몇번 통화를 하고 이틀에 (몇번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박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지만 검찰 수사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우 수석도 처가 부동산 거래 및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우 수석을 내사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뿐만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 대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핵심부에 칼끝을 들이민 이 전 특별감찰관은 최근 사표가 수리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8일 특별감찰관보와 감찰관실 직원 6명에게 사퇴를 요청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청와대는 현 정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밖으로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의혹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의혹이 커지고 명확해 질수록 검찰은 수사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다면 박 대통령에게 내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민생행보 ‘척척’
또 재보선 개입?

다른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검찰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더욱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각종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일축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도 있다. 위 3명의 수사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될지 혹은 사그라들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창조경제’를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삼은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로 보폭을 넓혀 ‘창조경제’ 띄우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지난 8월26일 박 대통령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창조경제 혁신센터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차례차례 문을 연 이후 지금 지역의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의 혁신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800여개에 달하는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해 2850억원의 투자 유치와 1606억원의 매출 증가를 달성해 지난 1년간 약 1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다”고 치적을 강조했다.

중국 항저우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도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포용적 경제 모델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G20이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치적을 과시해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임기 말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민심 행보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의 포항공대에서 열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준공식’에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계속 떨어지는 지지율…안보로 만회?
민생행보 본격 돌입…제3지대 러브콜?

전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2016 지역희망박람회’서 각 지자체가 설치한 부스를 돌며 참가자들과 오랜 시간 대화한 데 이어 이날도 입주 기업 임직원들을 두루 만나며 민생 경제를 챙겼다. 박 대통령은 이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민생 행보를 잠시 중단하고 북한 규탄과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 사드반대 세력 압박 등에 치중했다.

당초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임기 말 국정의 포인트를 ‘민생’에 두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면서 정권의 성과를 관리해 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에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위기 탈출 의도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최근 민생 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민생은 언제나 최우선이었다. 더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여·야가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 사람들을 통한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도 위기 극복 플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은 개헌을 고리로 힘을 합쳐 독자세력화를 노리며 제3지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동참할 뜻을 내비쳐 공방을 거듭하는 여야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인물로 불린다. 만약 박 대통령이 대리인을 앞세워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야당과 대화의 길에 나선다면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내년 재보궐 선거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40%에 달하는 당선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에 있어 당선무효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도 ‘총선사범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을 각각 2개월 이내에 마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어 내년 4월 재선거 규모는 10명 안팎으로 점쳐진다.

지난 총선에선 친박 실세들이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이 제1당의 지위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친박계가 새누리를 장악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친박 실세'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올라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선 앞두고
주도권 쟁탈

최근의 뒤숭숭한 정국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어떻게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야권과 뺏기지 않으려는 정부·여당 간의 대립은 점차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이상한 지시, 골프 쳐서 경기 활성화?
시국 어려운데…내수 진작 골프 권장
비상시국 맞아? 장차관 잇달아 라운딩

지난달 24일 청와대서 주재한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골프에 장관들이 나서달라”요청했다. 참석자들은 “골프를 쳐서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외 골프 등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원에 달해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국내 골프를 권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해 “지난 4월30일 유 부총리가 경제5단체장과 골프를 치셨는데 그 이후 왜 골프를 안 치시냐. 골프를 더 치셨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유 부총리는 “우리(장관들)끼리라도 내수 진작을 위해 (각자 비용을 부담해) 골프를 치자”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안보·경제위기로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장차관들에게 골프르 치도록 권장한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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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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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