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기탈출 플랜

남은 17개월…여기서 밀리면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가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국감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청와대발(發) 각종 의혹이 범람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위기의 나날을 보내는 박근혜정부의 타개책은 무엇일까.

집권 4년차 박근혜정부는 측근비리와 인사파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박 대통령이 임명한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부동산의혹이 쏟아지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개각카드 실패
샘솟는 의혹들

게다가 김 장관은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SNS에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음해·정치적인 공격이 있었다”며 “농식품부 장관으로 부임하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또한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본인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 장관은 장관해임결의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역대 정권 사상 장관해임결의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회의 결정이 민의를 대변한다고 생각해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라는 강수를 뒀다.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듯 여당은 연일 야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 대표실서 단식투쟁에 나서면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물러서면 다음에 제2, 제3의 이번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과거 같으면 야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은 국감에 임하고 있다”면서 “장관 해임안이 통과되는데 왜 여당이 의장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는지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끼리 ‘여기서 밀리면 끝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다”며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힘 대결로 생각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각종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임기 말 레임덕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여당을 방패삼아 난관을 극복하자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집권 4년차 들어 자고나면 의혹
모르쇠 버티기…새누리 방패삼기

앞서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이 대표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서 “이들은 대통령을 쓰러뜨린 후 국정운영을 잘못했다고 핑계대고 정권교체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쓰러질 때까지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지켜보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불참하는 등 파행이 빚어진 데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청와대는 국정 반전을 위한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해임건의안까지 제출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날선 공방만 남았을 뿐 협치는 사라지게 됐다. 최근에는 지난 2014년 이후 다시 한 번 비선실세 의혹이 부각되면서 청와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서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청와대는 “언급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에 대한 대기업 기부금 모금에 관여했다는 녹취록이 국정감사서 제기됐다.

더민주 노웅래 의원은 기부금을 출연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공개해 안 수석이 전경련에 모금을 종용했고, 이에 따라 전경련이 대기업에 출연금을 할당해 미르재단에 돈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이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각종 의혹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언급하지 않겠다’ ‘가치가 없다’고 말해 해명을 피하는 모습이다.

인사파행·측근비리라는 악재가 겹친 박 대통령은 어떤 플랜을 선보일까. 역대 정권들은 임기말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불거진 측근 비리와 이라크 파병 논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졌고 임기 말까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의 높은 지지율로 시작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20% 초반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후 중도실용 노선을 구축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해 레임덕을 맞았다.

사정기관 잡고
안보이슈 띄우고

대통령 임기를 17개월 남긴 박 대통령은 30% 초중반대의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잇단 악재로 인해 지지율이 빠지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지지율 30%를 레임덕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20%대의 지지율을 가지고는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안보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안보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국을 달궜던 사드배치를 둘러싼 이슈도 잠잠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우리 정부는 확고한 안보태세 위에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해다. 같은 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은 우리 대한민국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안보와 더불어 안전행보도 선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경북 경주 지진 피해 현장과 월성 원자력 발전소를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난 안전 시스템 마련’ 등을 지시했다. 이는 신공항 백지화와 성주 사드배치 문제로 뒤숭숭한 TK(대구·경북)민심 달래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박 대통령의 안보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안보 장사’에만 주력한다면 국민들의 안보 피로감이 더해져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기 탈출 해법으로는 사정기관 카드가 거론된다. 최근 박 대통령 최 측근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KBS보도외압‘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처가 부동산 거래‘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인턴 채용 외압‘ 논란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등이 권력을 남용한 흔적이 곳곳서 발견됐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 속에 새누리당 대표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내가 청와대와 소통을 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소통을 한다”며 “이 자리서 처음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님과 제가 필요하면 하루에도 몇번 통화를 하고 이틀에 (몇번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박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지만 검찰 수사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우 수석도 처가 부동산 거래 및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우 수석을 내사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뿐만 아니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 대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권 핵심부에 칼끝을 들이민 이 전 특별감찰관은 최근 사표가 수리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8일 특별감찰관보와 감찰관실 직원 6명에게 사퇴를 요청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 특별감찰관실 직원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청와대는 현 정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밖으로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의혹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의혹이 커지고 명확해 질수록 검찰은 수사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다면 박 대통령에게 내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민생행보 ‘척척’
또 재보선 개입?

다른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검찰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더욱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각종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일축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도 있다. 위 3명의 수사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될지 혹은 사그라들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창조경제’를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삼은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로 보폭을 넓혀 ‘창조경제’ 띄우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지난 8월26일 박 대통령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창조경제 혁신센터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차례차례 문을 연 이후 지금 지역의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의 혁신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800여개에 달하는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해 2850억원의 투자 유치와 1606억원의 매출 증가를 달성해 지난 1년간 약 1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다”고 치적을 강조했다.

중국 항저우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도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포용적 경제 모델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G20이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치적을 과시해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임기 말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민심 행보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의 포항공대에서 열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준공식’에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계속 떨어지는 지지율…안보로 만회?
민생행보 본격 돌입…제3지대 러브콜?

전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열린 ‘2016 지역희망박람회’서 각 지자체가 설치한 부스를 돌며 참가자들과 오랜 시간 대화한 데 이어 이날도 입주 기업 임직원들을 두루 만나며 민생 경제를 챙겼다. 박 대통령은 이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민생 행보를 잠시 중단하고 북한 규탄과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 사드반대 세력 압박 등에 치중했다.

당초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임기 말 국정의 포인트를 ‘민생’에 두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면서 정권의 성과를 관리해 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에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위기 탈출 의도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최근 민생 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민생은 언제나 최우선이었다. 더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여·야가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 사람들을 통한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도 위기 극복 플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은 개헌을 고리로 힘을 합쳐 독자세력화를 노리며 제3지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동참할 뜻을 내비쳐 공방을 거듭하는 여야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인물로 불린다. 만약 박 대통령이 대리인을 앞세워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야당과 대화의 길에 나선다면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내년 재보궐 선거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40%에 달하는 당선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에 있어 당선무효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도 ‘총선사범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을 각각 2개월 이내에 마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어 내년 4월 재선거 규모는 10명 안팎으로 점쳐진다.

지난 총선에선 친박 실세들이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이 제1당의 지위를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친박계가 새누리를 장악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친박 실세'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에 올라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선 앞두고
주도권 쟁탈

최근의 뒤숭숭한 정국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여소야대 정국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어떻게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야권과 뺏기지 않으려는 정부·여당 간의 대립은 점차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이상한 지시, 골프 쳐서 경기 활성화?
시국 어려운데…내수 진작 골프 권장
비상시국 맞아? 장차관 잇달아 라운딩

지난달 24일 청와대서 주재한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골프에 장관들이 나서달라”요청했다. 참석자들은 “골프를 쳐서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외 골프 등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원에 달해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국내 골프를 권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해 “지난 4월30일 유 부총리가 경제5단체장과 골프를 치셨는데 그 이후 왜 골프를 안 치시냐. 골프를 더 치셨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유 부총리는 “우리(장관들)끼리라도 내수 진작을 위해 (각자 비용을 부담해) 골프를 치자”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안보·경제위기로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장차관들에게 골프르 치도록 권장한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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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