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감> 한눈에 보는 핵심 쟁점

그곳에 살벌한 기운이 감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19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열린다. 사회적 이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국 주도권 쟁탈을 위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국정감사 시즌을 맞이해 상임위별 핵심 쟁점들을 모아봤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총 15개 상임위별로 국가기관, 시·도청, 정부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국정감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임위별 핵심 쟁점사항들이 대거 부각돼 정부와 국회, 여야 간 날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의욕의 초선들

우선 모든 법안이 통과하는 최종 관문 역할로 ‘상원’으로 불리는 법사위는 검찰·법원·감사원 등을 감사한다. 법사위의 핵심 쟁점은 첫째 ‘법조비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법관 비리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경준 전 검사장부터 김형준 부장검사에 이르기까지 비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감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두 기관이 동시에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 신설을 두고 여야 의원 간 설전도 예상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는 공수처 설치법 추진을 공언했고, 국민의당도 이에 공조할 방침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공수처 설치가 ‘옥상옥’에 해당한다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사위·예결위와 함께 핵심 상임위로 통하는 운영위에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운영위에선 지난 7일, 국감 계획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서 여야의원 간 우 수석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우 수석의 증인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처가의 부동산 거래 및 아들 의무경찰 보직 특혜 의혹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의혹에 대한 정당한 검증은 용인하지만 무분별한 공격에 대해선 ‘청와대 흔들기’로 규정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운영위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KBS 보도축소 압력 논란’에 대해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소관 8개 기관 등 총 43개 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당국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등 16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오는 27일과 29일로 예정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집중 감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와 특혜 지원 등 제기된 의혹 규명 차원서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다.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 결정이 내려진 서별관 회의의 맴버 중 한 명이다.

이 문제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로 이어졌지만 홍 전 회장이 출석을 거부해 '수박 겉핥기'로 끝난 바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얼마 전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1차였다면 이번 국정감사를 2차 청문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혀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했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총 56개 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산자위에선 원전 문제와 누진세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9일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해 인근에 위치한 원전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

20일간 공포의 레이스 스타트
사드·지진 등 각종 의혹 털기

다음달 10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전원자력연료에 대한 국감이 예정돼 있어 의원들이 원전 안전문제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여름 논란이 됐던 전기요금 ‘누진세 개편 방안’도 점검 대상이다. 특히 야당은 매년 여름 전기요금 개선 요구가 반복돼 온 만큼 이번 국감을 통해 누진세 개편안을 확실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 32곳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복지위는 콜레라·C형간염, 청년수당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국감에선 15년 만에 국내 환자가 발생한 콜레라와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 미비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간 갈등을 겪은 청년수당 문제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에선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에선 실업 상태가 길어지는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문위에서는 누리과정 예산과 최근 불거진 미르재단·K스포츠 법인 설립 의혹이 집중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은 법인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과 재단설립 과정서 문광부의 특혜가 없었는지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재단과 관련해 청와대서 한명의 증인도 출석시켜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관련자의 증인 채택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추경안 심사 시작과 동시에 불거지면서 파행의 최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국감서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정부가 내놓은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야당의 공세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들어간 교육세를 분리해 누리과정 등 특정 용도로 사용토록 하는 방안이다.
 

정국을 강타하며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사드문제 관련해선 국방위와 외통위서 여야 의원 간 치열한 설전이 예상된다. 사드배치를 놓고 새누리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더민주는 반대에 가까운 견해를 밝히고 있고, 국민의당은 반대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사드를 놓고 야권에서는 외교 갈등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부각해 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대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는 과정의 전제는 보수정권 9년 사이에 경제가 얼마나 파탄났는가에 대해서 점검하는 일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그에 따라 우리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선실세 주목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야당은 일부 상임위서 특정 기업인에 대한 군기잡기식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며 “19대 국회서 증인으로 나와 5분 미만의 답변이 76%였고, 12%는 답변 기회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글로벌 무대를 뛸 기업인이 앉아만 있거나 망신만 당하면 국회, 국가 신인도에도 문제라며 신중해달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감기관 표정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이 의원들의 무분별한 자료 요청에 울상을 짓고 있다. 다시 피감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의 중복 자료 요청, 과도하고 불명확한 자료 요청으로 인해 국감 기간때만 되면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무위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회의자료 일체 등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번 회의를 하면 그 분량만 500페이지에 달하는데 이를 다 모으면 1만페이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실의 경우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을 길들이기 위해 100여건의 자료를 1∼3일 만에 제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피감기관 입장에서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 불평을 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감 당일 피감기관장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불필요한 증인의 과도한 출석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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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