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②사회경제적 손실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살 문제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예인을 비롯해 지도층이나 경제인 등 유명 인사들의 경우 손실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사회적 충격은 물론 그 여진이 모방으로 연결되는 탓이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조원이 넘는다. 자살률 감소 시 1년에 수천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 돈잔치 열린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은 한국 재계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2003년 8월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2003년 5∼6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으며, 이어진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연속적으로 받았다. 때문에 검찰 압박에 대한 부담감이 자살 원인으로 유력했다.
일반인들은 실직, 빚, 취업난 등 경제적인 부담에 가정불화와 우울증이 맞물리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인 등 상류층은 다소 다르다. 사회지도층의 자살 원인은 외부 압박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2000년 10월 ‘정현준 게이트’연루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엔 안상영 전 부산시장(동성여객 로비 의혹),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대통령 인사청탁 의혹), 박태영 전 전남지사(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의혹)와 이준원 전 파주시장(전문대 설립 뇌물수수 의혹) 등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사회경제적 손실 연간 3조원 추산 “자살률 1위답다”
1명당 2억7천만원…정부 올 예산 고작 5억6천만원

이후에도 2005년 11월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이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에, 2006년 5월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돼 세상을 등졌다.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자살 사건이 있을 때마다 검찰의 강압 수사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고위층 인사가 검찰청만 다녀가면 자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유가족 측에선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로 피의자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고,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한 인사는 “검찰이 나를 괴롭혀서 항복을 받아낼 욕심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수사하고 있다. 차라리 죽어서 명예를 지키겠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자살이 사회적 파장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지도층 등 유명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 여진이 ‘베르테르 효과’, 즉 모방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사회 유명인사의 자살 후 평소의 10배 이상 자살사건이 증가한다는 경찰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20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연간 무려 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답다.
2006년 7월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로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매년 3조8백56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2004년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1년간 소비한 의료비용과 조기 사망으로 잃은 생산성 손실액 등을 합한 결과다.
2004년 한해 자살자 수가 1만1천5백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자살자 1명이 발생할 때마다 2억7천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고서의 비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입 상실 등 자살자의 간접 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비·장례비·수사비 등 직접 비용 95억4천만원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적 직접 비용 47억6천만원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적 간접 비용 1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가족 의료·교통비 등 외부 직접비용 47억6천만원
가족의 기회 노동력 손실 등 외부 간접비용 10억원
수입 상실 등 간접비용 3조7백2억4천만원
진료·장례·수사비 등 직접비용 95억4천만원

 

 
김진학 국립서울병원 정신보건연구과장은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자살이 사망 원인의 4위를 차지하는 등 중대한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연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자살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우울증으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액은 간접비용(작업손실비용, 자살방지비용 등) 1조8천5백50억원, 직접비용(의료비 등) 1천6백3억원 등 매년 2조원이 넘는다.
정상혁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연속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선진국처럼 청소년기부터 정신건강 프로그램 등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등 자살에 대한 국가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자살로 인한 정부의 지출 비용도 막대하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백한 고의가 아닌 자살 시도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치료와 사후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이때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쓴 건강보험급여 비용은 39억원에 이른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살시도자 건강보험급여 적용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자살시도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들이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은 것은 총 2천9백12건으로 39억3천5백만원이 지급됐다. 월별로는 건수 기준으로 2007년 9월이 3백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2007년 8월이 4억2천1백4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 진료비도 연간 1조원에 육박했다. 역시 같은 날 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정신질환 진료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천8백38억원(8백74만8천6백3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5천2백80억원과 비교해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비용이다.
벌써 올해 상반기에만 5천4백27억원(5백17만3백52건)을 기록하고 있다. 진료비가 가장 많았던 정신질환은 ‘우울증에피소드’로 1천4백11억여원(2백9만여건)이 들었다.
반면 정부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살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할 때마다 정부는 “예산지원 확대”를 공언해 왔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자살 문제에 대해 연령대별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2008년부터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따라 올해 위기자살대응팀 설치(2개소)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을 새로 반영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대책사업인 ‘생명존중정신건강증진사업’의 올해 예산은 고작 5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2005년엔 2억원이었고, 2006년에도 5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정부 산하기관인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매년 1백억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복지부가 2004년 자살예방 기본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지만 올해 예산이 5억6천만원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어렵다”며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대 3조8백56억원으로 추산됨에 따라 자살률을 10% 감소할 경우 연간 약 3천9백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가 자살 예방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문 상담원조차 두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며 “자살문제를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살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 등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전체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국가차원의 문제로 심각히 볼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자살로 야기되는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다. IMF 재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살의 증가폭 또한 그 시절로 회귀한 듯하다. 정부는 어떻게든 IMF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꼭 돈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인 자살 미스터리
열리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
자살을 택한 대기업 CEO들은 검찰 조사 와중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살 원인이 미제로 남은 경우가 허다하다.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대 대북송금과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판도라의 상자’열쇠를 쥔 핵심 인물들이 여러명 거론되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정 전 회장의 죽음이 메가톤급 ‘폭풍’을 머금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시 경찰은 정 전 회장의 친필유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를 내세워 “충동적 자살로 추정된다”며 사건이 터진 뒤 불과 이틀 만에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 의문을 키웠다.
200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살한 상황도 비슷하다. ‘남상국 미스터리’는 지금까지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남 전 사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각종 원인이 부상했다. ‘대우건설 비자금 때문이다’,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다’, ‘검찰의 강압 수사 때문이다’등의 설왕설래가 떠돌았다. 심지어 ‘죽지 않고 해외로 도피 잠적했다’는 어이없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청와대가 친인척 관련 사건의 증인을 은닉하기 위해 남 전 사장을 도주시켰다는 괴담이다.
이밖에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등이 비리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줄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자 경 검찰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망 원인을 놓고 타살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이후 자살한 사례
2000년 10월21일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 정현준게이트 연루 의혹
2003년 8월4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 현대비자금 사건
2004년 2월3일 전모 부산국세청 직원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2월4일 안상영 전 부산시장 - 동성여객 로비 사건
2004년 3월11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 대통령 친인척 인사청탁 의혹
2004년 4월29일 박태영 전 전남지사 -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청탁 비리 의혹
2004년 6월4일 이준원 전 파주시장 - 전문대 설립 관련 뇌물수수 의혹
2005년 11월20일 이수일 전 안기부 2차장 -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2006년 1월21일 강희도 경위 - 윤상림게이트 연루 의혹
2006년 5월15일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 현대차 사옥 인허가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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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