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부가 사드배치를 천명하면서 정국이 뒤숭숭한 상황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때만 하더라도 한-중 간 밀월 관계는 오래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사드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중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일요시사>는 ‘살아있는 중국통’ 아태경제문화연구회 윤석헌 회장을 만나 사드정국의 해법을 물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중국전문가로 정평이 난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 그는 민간 외교사절로서 우리나라와 중국 간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사드문제로 한-중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윤 회장은 초당적 자세·소통·매뉴얼을 강조했다. 작금의 상황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윤 회장의 목소리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한 깊은 애정도 묻어났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선 중국은 사드 탐지거리가 북한을 주 타깃으로 하는 한반도 내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내부까지 탐지할 수 있다는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사드의 최대 탐지거리가 1800km이기 때문에, 중국의 수도인 북경과 내지인 몽골까지 볼 수 있다고 중국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이 반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발표하는 사드의 탐지거리나 한반도에 배치하는 사드는 순수하게 북한의 핵미사일과 대량 살상용 화학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에도 중국정부는 발표를 믿지 않고 있다. 미국의 최종 목표는 중국이 타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 한 사드배치 문제가 양국의 발목을 잡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국익을 지키기 위한 판단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
▲ 대통령 입장에서 이미 사드배치를 공식화했다. 한 나라의 국군 통수권자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는데 국내외적으로 이런저런 여론이 있다고 해서 사드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드를 포기하면 오히려 그 후폭풍이 더 강렬할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은 지금의 한-미 군사동맹 관계와 그동안 양국이 사드배치를 위해 협의해온 강도를 짚어 보면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 최근 사드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와 야권 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는 야당의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데 최소한의 물밑 접촉은 있어야 하지 않았냐며 정부의 독선적인 정국 운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일인데, 당파적 이익을 떠나 협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야권의 사드에 대한 대응방법을 보면 차기의 수권의지를 내비치는 당으로서 유연한 대응이 아쉽다. 이웃의 일본이나 미국이 경우를 보면 여야가 국익 앞에서 한마음인 것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한미중 삼각파고 넘어야”
초당적 자세 필요 강요
- 더민주 초선의원 6인이 중국에 방문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는데.
▲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자유의사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가 없다. 다만 외교는 지극히 전문분야이고 국내정치와 국제외교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외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야당의 의원들이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한 것을 염려하는 정부 여당의 우려와 보수단체들의 반발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여야는 국민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민감하고도 중차대한 사안인 사드배치를 단순한 정책적 노선의 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라 초당적 자세에서 봐야 할 것이다.
- G2로 성장한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사드가 돌발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사드배치의 득실은?
▲그동안 가까운 친구로 지냈던 사이에 갑자기 사드라는 변수로 인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에서는 직간접적으로 한국에 대한 섭섭한 감정표시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지 사드배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 여러 경로를 통해 언질을 주고 있다.
한-중 양국은 지난 5000년 동안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로 점철돼 왔다. 19세기 중반에 영국 총리를 2번 역임하고 외무장관을 3번 역임한 파머스턴이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단지 영원한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한 말을 오늘의 세계가 증명하고 있다.
- 정부가 사드배치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양국 관계가 언제까지 냉각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한-중관계는 박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주석과의 개인적 친분이 작용해 수교 이후 가장 친밀한 관계가 유지된 것이 사실이다. 한-중 간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급기야 미국이 한국에게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태까지 갈 정도였다.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양국관계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현재 한-중 양국은 서로가 양보하기 어려울 만큼 먼 길을 서로 걸어가고 있다고 보인다. 서로 멀리 간 만큼 회복의 시간도 더딜 것이라 생각된다. 양국은 이미 서로가 없으면 안 될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국에게 다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차기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관계가 점차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G2인 미-중 양국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견지해야할 것은?
▲러시아가 빠진 자리를 중국이 완벽하게 자리매김해 G2국가로서 세계최강 미국과 경쟁하며 자웅을 겨루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미-중 양국의 파워게임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지나친 몸집불리기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 때마다 온 나라가 좌표 잃은 배처럼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현재 위치와 상황,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21세기형 매뉴얼을 만들어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일류국가로 가야 한다. 새 친구 중국, 오랜 친구 미국과의 사이에서 분명한 현실을 인정하고 중국 외교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민간 외교 채널을 활성화해 21세기의 높고 험난한 한-미-중 삼각 파고를 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