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외부세력’ 음모론

말 안 들으면 ‘종북’ 취급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현 정권의 ‘외부세력 개입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무리가 나오면 귀신같이 외부세력을 색출해낸다. 정부와 여당은 외부세력이 시위를 이념 갈등으로 끌고 간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정부의 불통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정부와 여당이 종북으로 몰아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15일, 경북 성주군서 열린 사드 반대집회를 둘러싼 ‘외부세력’에 대해 “성주군민 외에 타지에서 그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첩보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외부세력’의 기준에 대해서는 “성주군민 아닌 사람이라고 정의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성주 출생으로 초·중·고를 성주에서 나왔더라도 타지로 간 사람은 성주군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정부 투쟁
전문 시위꾼?

지난달 21일, 청와대서 열린 NSC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북한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인 우리의 사드배치 결정을 적반하장격으로 왜곡·비난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면서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순세력이 (사드 반대 시위에)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경찰청에 따른 외부세력으로 지칭된 사람은 박철우 민중연합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 이상현 전 통진당원, 손솔 민중연합당 공동대표, 변홍철 밀양송전탑대책위원장, 김찬수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김두현 사드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다.

이들 중 박 공동위원장은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로 옛 통진당 산하 민주수호청년특위에서 활동했고 손 대표는 지난 3월 흙수저당,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 등 3개 당이 연합해 조직한 민중연합당의 공동대표로 옛 통진당 산하 대학생기구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나 주민 선동, 경찰과 마찰 유도, 조직적 퇴로 차단 등 좌파의 전형적 집회방식을 답습해 배후 조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성주 집회 현장서 포착된 이들 3명은 사실상 옛 통진당 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성주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된 민중연합당 관계자들이 정당해산 절차를 거친 과거 통진당이 수평 이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황교안 총리 방문 당시 성주군에서 벌어진 폭력행위와 관련해 “소위 직업적 전문 시위꾼들의 폭력행위는 엄단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총리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면서 폭력행위를 벌였다”며 “4대강,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 등 국책사업마다 직업적으로 다니며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책사업 반대하면…외부세력 프레임 씌우기
전문 시위꾼 있다? “배후조종 가능성 높아”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성주 지역 시위에 대해 “외부세력이 있는지 여부는 경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역주민 사이에 스며들어 폭력시위를 주동하는 세력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보수단체 토론회서는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논란의 핵심이 이념대결로 변질되어 간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국책사업 반대 집회마다 나타나는 전문 시위부대는 겉으로는 환경보존과 노동자 인권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정부·반미를 선동하는 위장된 분열조장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제주 해군기지, 2013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 등을 꼽았다. 그는 “국책사업 지연에 따른 직접 피해비용은 물론 과도한 보상, 갈등 후유증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된다”면서 “국책사업이 정치화로 변질돼 직접비 비용이 매우 커지는데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정치화 이후 비용이 정치화 이전 비용보다 약 370배 많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전문적 직업 시위꾼 등 제3의 세력이 개입할 때 사회갈등은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갈등해소 방안은 당사자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할 경우 갈등 해결 능력을 갖춘 세력에 한해 법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사태를 두고 바른사회는 “정부가 주민들을 상대로 설득하는 대화창구가 어김없이 외부세력들에 의해 차단돼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국책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북한 핵 위협 앞에 국민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결정된 이번 사드배치에도 결국 단골 국책사업 훼방꾼들이 등장한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보수단체·정부·새누리당은 하나같이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세력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했다. 

‘종북’으로 몰릴까
식별 코드 만들어

또한 정부와 여당의 계속되는 외부세력에 대한 비판이 있고 난 뒤 최근 성주에서는 외부세력과 성주 군민을 구분 짓는 코드가 생기기도 했다. 외부세력 프레임에 갇혀 의견개진에 어려움을 겪던 투쟁위는 지난달 21일 상경 집회 때 외부인 개입을 막기 위해 거주지와 이름이 적힌 목걸이 명찰과 함께 파란 리본을 활용했다.

정영길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전체 군민 4만5000명 중 800명 이상 삭발을 하게 되는데 머리카락 길이가 또 하나의 식별코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순수한 군민만 삭발식에 참가할 수 있는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참하려는 군민의 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성주군민들은 오는 광복절(8월15일)에 대규모 삭발식을 열고, 삭발식 자체를 기네스북에 등재하기로 했다. 도희재 투쟁위 총무재정분과 부단장은 “사드배치 철회를 염원하는 군민들의 결집 된 힘을 삭발식으로 보여주고, 기네스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며 “각 단체와 읍면동 별로 100여 명이 신청해 2주 뒤인 삭발식 당일 815명 이상이 참가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부세력 주장에 인권단체연석회의를 비롯한 50여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19일 성명을 발표했다. 수사기관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달걀과 생수병을 던진 성주 군민들을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공안과 종북몰이 정국으로 몰아 비판 여론을 차단하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드배치 철회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몇 시간 차량에서 스스로 군민관의 소통 대신 고립을 택한 황 총리의 무능력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사드배치에 반대하기 때문에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박근혜 정권은 외부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도 외부세력론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외부세력으로 격하한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지난달 18일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김안수 공동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복 공동위원장의 외부인 개입 발언에 대해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은 외부인에게 있다. 우리 군민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외부인이 선동을 해서 시위가 과격해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동위원장이 여럿 있다 보니 그런 말이 나갔다”며 “나도 모르는 젊은 사람이 더러 있는데 계란과 물병이 날아와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해 이 위원장의 발언이 전체 투쟁위의 입장이 아님을 밝혔다.

경찰이 대대적인 색출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말에 김 위원장은 “안타깝다. 우리가 쓰레기장이나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아주 최첨단 무기체계를 갖다놓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폭도로 보면서 수사를 시작하고 또 강압적인 수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꾸 외부세력이 와서 조직적으로 했다고 비쳐지는데 우리는 순수한 농업인”이라고 말했다.


반대 하면
외부세력?

정부의 외부세력 개입론은 이번 성주 사드배치 문제가 처음은 아니다. 국책사업에 시민들이 저항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프레임이다. 지난 2013년 밀양 초고압 송전탑 사태에서 권력의 대응이 그랬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도우러 오는 연대자들을 외부세력이라고 칭했다.

지난 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시간도 없고 대안도 없다"며 공사 재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대도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홍 지사는 “국회가 구성한 전문가 협의체도 지중화나 우회송전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반대 주민들을 지원하는 세력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은 당장 추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지에도 있었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현장, 한진중공업 사태 현장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에 ‘종북세력(외부세력)’이 가세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2013년 10월 당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 된 와중에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종북세력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이 가세해서 공사현장의 갈등이 격해지고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투쟁위 대대적 색출작업 한다
세월호·제주기지 때와 똑같다


그는 홍 지사와 마찬가지로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세력은 제주 강정마을과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등의 문제 때만 되면 나타나서 개입해 왔고,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갈등 조장에 앞장서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두고 외부세력을 거론했다. 지난 2014년 10월 새누리당 김 전 대표는 “국가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방”이라며 “일부 외부세력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제주도민들이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측은 성명을 내 “김 대표가 외부세력을 운운하면서 갈등을 키우는 핵심 세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 측은 “김 대표는 안보 장사하듯 ‘색깔론’을 들고 나와 저열한 이념공세로 갈등을 확산시켜온 평화 파괴 외부세력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외부세력을 운운키도 했다. 지난 2014년 9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태를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보장사
언제까지?

지난달 20일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회정론관에서 “정부와 여당이 또 다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른바 외부세력론”이라며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언론은 권력이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외부세력론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소수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연대와 저항을 차단하고, 고립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외부세력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활용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부세력 중심은 민중연합당?

민중연합당은 지난 2월13일 민중정치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흙수저당·농민당·비정규직철폐당 등 3당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들은 정치주체 교체와 진보세력 단결을 강조하고 기존 여야 정당이 1%의 기득권세력만 대변해 ‘헬조선’을 초래했다고 강조한다. 지난 2월27일에는 정식 창당 대회를 열고 4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정치사에서 청년들이 앞장서서 만든 최초의 정당’임을 강조하면서 ‘알바 권리’ ‘청년 실업 해결’ ‘국정교과서 폐기’ ‘세월호 문제 해결’ 등을 주장한다. 창당 이후 옛 통합진보당 광주지역 기초의원 8명이 민중연합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의원직을 상실한 김재연, 김선동, 이상규 전 의원이 입당했다. 이상규 전 의원은민중연합당에 입당하면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야당이 집권하려면 당당하게 종북 몰이에 맞서서 북한과 손잡고 평화 통일, 대화를 통해 정의와 평화가 물결치는 정당이 필요하다"라고 말해 논란이 가중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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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