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리베이트 파문으로 당 대표를 물러난 그는 당내 호남 의원들로부터 견제를 당하고 있다. 대선 지지율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유의 강연정치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안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6월29일, 김수민·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연루된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안 전 대표는 같은 날 “이번 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4050세대 끌어 안기
당 대표를 내려놨던 안 전 대표는 최근 특유의 강연정치로 대권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세대 뿐만 아니라 4050세대를 아우르는 강연정치를 선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외연 확장에 나서려는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강원도 원주를 방문해 30∼50대 협동조합 종사자를 대상으로 ‘내일을 위한 혁신의 시작’을 주제로 강연 정치를 이어갔다.
그는 “예전보다 잘 살고 어려움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데 행복하지가 않다”며 “우리가 무엇에 대해 결핍감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시대적 과제로 정의, 격차해소, 안전을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청춘콘서트를 진행해 청년 세대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강연정치는 안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했다.
안 전 대표 관계자는 활발한 강연정치를 선보이고 있는 안 전 대표에 대해 “특정 공간에 많은 사람을 모으기 용이한 곳이 대학가 등 학교 단위여서 과거 강연이 대학가 위주로 진행됐었다”며 “지금은 모든 강연이 초청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강연 대상에 변화를 준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의 중심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현실정치에 꾸준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김영란법에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에 와서 문화 충격을 받은 게 이해 충돌 부분”이라며 “이 사회에서도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으면 바깥으로 나가는 게 상식인데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반대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부인이 대학교수이기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이해관계충돌방지법에 따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공론화되면 사회적 기준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중요한 한 축 중 하나가 공직자 부정부패 근절”이라며 “이 법이 필요 없게 될 때가 이 법의 목적이 완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권에서 여러 가지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전부 무슨 초등학생 수준(얘기 같다)”며 “아까 말씀 드린 대로 공부하기 싫어서 여러 가지 핑계를 대는 모습은 국민이 보시기에 좋지 않다”고 받아쳤다.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사드 체계에 대해서는 “국회서 공론화를 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의 크기를 견주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결과에 대해 승복하고 나라도 단일 뜻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퇴 후 대선 지지율 하향곡선
강연정치로 반전? 해법 불투명
안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강연정치에 나선 초반에는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퇴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대선주자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지지율 8.7%로 반기문·문재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주 연속 지지율 하락세를 보인 안 전 대표는 2주 연속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리얼미터'는 “안 전 대표는 서울, 충청권, PK지역, 진보 보수층에서 주로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과는 별개로 국민의당은 '안철수 색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부터 당 안팎에서 ‘안철수 사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의원들이 특히나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하향식 방식이 당의 위기를 심화시켜온 것이 아니냐”고 말해 국민의당 윗선의 독선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당이 안철수 사당으로 보이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안 전 대표 혼자서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안철수 한 사람으로 수권 정당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이대로 가면 손학규 같은 사람이 못 오게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김경진·박주현·이동섭 의원 등은 “안철수당을 만들면 안 전 대표도 어려워지고, 정권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당화 논란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은 불쾌감을 표했다. “지금처럼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안 전 대표가 정치적인 책임까지 지고 사퇴했는데 느닷없이 사당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20석으로 출발해 38석을 만든 것은 안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세일즈를 했기 때문이 아니냐. 그래 놓고 사당이라는 말로 안 전 대표를 부인한다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안 전 대표의 사당이라는 비판은 대선주자로서 안 전 대표의 표의 확장성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의 영입 계획에 대해 “이 두 분은 대권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여러가지 룰도 볼 것이고 가능성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스스로도 거물급 인사의 영입을 통해 강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승부수 나온다
최근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성급하게 당 대표를 사퇴한 것은 악수였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그가 앞으로 유력 대선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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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 이주영의 안철수 영입론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주영 후보는 지난 1일 당대표 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잠재적 여당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했다. 이 후보는 ‘지금 새누리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유력한 대선 주자가 절실하다”며 “당대표가 되면 천하의 인재를 끌어모으겠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입당을 거론하면서 안철수·손학규 전 대표의 영입을 언급했다. 그는 “당 정책 철학과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만나보고 필요하면 영입을 해서라도 강력한 대선주자들을 내놓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