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6] 빨간날 많은 토끼해

직장인들 ‘싱글벙글’… 116일 쉬어 “경사났네 경사나”


2011년 새해 달력을 펼쳤더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매월 보너스처럼 새겨진 빨간 숫자가 한두 개는 꼭 끼어있다. 1:1 행사 서비스라도 받은 기분이다. 실제 2011년은 최근 4년 가운데 휴일이 가장 많아 직장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07년 이후 4년 만에 휴일 가장 많아 직장인들 기대 ‘최고’
현충일·광복절·개천절 월요일 주 5일 근무 기준 116일 ‘논다’


특히, 명절연휴가 요일 중간에 끼어 있어 최대 일주일에서 9일까지 휴식이 가능하고, 토·일요일과 이어지는 공휴일이 많아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총 116일이 ‘휴일’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황금연휴’를 품고 있는 2011년 새해 달력을 해부해 봤다.

2011년에는 쉬는 날이 2010년보다 많아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주 5일제 기준으로 2011년도 쉬는 날은 116일로 2010년보다 4일이 더 많다. 2008년과 2009년은 쉬는 날이 각각 115일, 110일이었다. 특히 2011년은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이 적고 오히려 주말과 이어지는 공휴일이 많아 직장인들은 더욱 기대에 차 있다.

빨간 날이 몰려온다
“1년 계획 세워보자”

2011년 달력을 살펴보면 현충일(6월6일)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 등이 모두 월요일이다. 주 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두 달에 한 번씩 ‘사흘 연휴’를 즐길 수 있는 것.

이밖에 3·1절과 석가탄신일, 어린이날은 화요일과 목요일이어서 징검다리 휴식이 가능하다. 이는 연차를 붙여 쓴다면 휴가 못지않은 연휴를 보낼 수도 있는 기간이다. 2011년 쉴 수 있는 휴무 중 백미는 단연 명절 연휴다. 명절이 유난히 빡빡했던 2010년과 달리 매우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것.

설날 연휴(2월2~4일)는 수~금요일이어서 이어지는 일요일까지 닷새 동안 넉넉한 휴일을 보낼 수 있다. 회사 측과 조율만 잘 된다면 전주 토요일부터 내리 9일간 휴가도 가능하다. 또 추석 연휴(9월11~13일)는 일~화요일로 나흘간 연휴가 계속된다.
 
2011년 유난히 달력에 빨간 날이 많은 것은 토·일요일과 겹치는 법정 공휴일이 성탄절(12월25일)과 추석연휴 첫날, 신정(1월1일) 등 3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휴일폭탄 소식에 네티즌들은 “2011년 휴일은 계획을 잡아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면서 이른 휴가계획을 잡기도 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2011년 휴일 덕분에 오랜만에 달력 볼 맛이 난다” “벌써 내년이 온 것 같아 들뜬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와 관련 한국천문연구원 민병희 연구원은 “최근 몇 년 법정 공휴일과 토·일요일이 많이 겹쳤고, 제헌절이 2008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돼 쉬는 날이 많지 않았다”면서 “2012년에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있어 쉬는 날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금연휴가 몰려있는 2011년 계획은 지금 세워야 제격이다. 미리미리 달력을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맞는 날짜를 정해 여행이라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연휴’가 유난히 많은 신묘년에 떠나면 좋은 여행지를 정리해봤다.

2011년 1월은 안타깝게도 추가되는 휴일이 없다. 1월1일이 신정으로 공휴일이지만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1월에는 각 지역별로 해돋이 축제가 유명하다. 해돋이 축제가 식상하다면 매년 1월 말 경기도 화천군 화천천에서 열리는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얼음축구대회, 산천어 얼음낚시대회, 얼음썰매타기 등 체험 위주의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해외여행으로는 매서운 한파에 따뜻함이 그리운 그곳, 일본 홋카이도 온천을 추천한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만큼 겨울에 만나는 홋카이도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안개로 유명한 도야호수 여행에서 온천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2월은 직장인들에게 ‘악몽의 달’로 불렸었다. 하지만 2011년은 다르다. 2월2일(수)부터 4일(금)까지가 설날 연휴로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합하면 최소 5일을 쉴 수 있고, 회사 측과 조율이 가능하다면 전주 토요일부터 최장 내리 9일의 ‘황금휴가’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은 벌써부터 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모(27·여)씨는 “올해 필리핀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면서 “2011년 설 연휴가 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금 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2월에 떠나는 해외여행은 호주와 뉴질랜드가 대세다. 야외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인 것. 오클랜드의 통가리로 국립공원과 카이도케 지역공원 등지에서 대자연을 만날 수 있다. 해외여행이 부담스럽다면 강원도 인제군에서 매년 2월 열리는 ‘황태축제’를 찾아보자. 겨우내 찬바람에 말린 황태가 첫 선을 보이는 시기로 맛 좋은 황태는 물론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징검다리 휴일도
잘 이용하면 ‘대박’

3월 공휴일은 3·1절이 대표적이다. 화요일에 걸려있어 내리 쉬지는 못하지만 월차가 가능한 직장인이라면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5일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3월 초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을 시기이지만 월차를 냈다면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3월의 베트남은 덥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아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3·1절 연휴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제주도의 3월 풍경은 보리밭과 유채꽃이 만발해 볼거리가 풍부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먹거리는 주꾸미가 제철이고 주꾸미 관련 축제도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니 미식가들이라면 한번쯤 발걸음 해보는 것도 좋다.


만우절로 한 달을 시작하는 4월은 안타깝게도 공휴일이 없다. 법정 공휴일이던 식목일이 빠지는 바람에 4월은 직장인들에게 그저그런 달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이 즐거운 이유는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연인의 손을 잡고 야외로 나가기 가장 좋은 시기다. 공휴일이 없어 해외여행은 어렵겠지만 혹시 시간이 난다면 대만이 여행지로 좋다. 4월 내내 시내 곳곳에서 불꽃놀이와 가장행렬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에는 5일(목) 어린이날과 10일(화) 석가탄신일 이틀의 공휴일이 포함되어 있다. 릴레이 휴일은 아니지만 징검다리 휴일도 직장인들에겐 감지덕지다. 요즘 센스 있는 기업에서는 징검다리 휴일이 끼어 있는 주에는 알아서 휴일을 몰아준다니 이 점을 기대해볼만 하다. 5월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놀이동산이나 명승지만 찾을 것이 아니라 한적한 유적지를 찾아가보는 것이 좋다. 지역축제도 다양한 시기이기 때문에 관심 있는 축제 일정을 미리 알아보고 발품을 파는 것도 좋다.

6월에는 6일(월) 현충일이 주말과 연결된 공휴일이다. 들로 산으로 놀러가기 좋은 날씨의 6월에도 지역 축제가 많이 열린다. 또 6월은 딱히 축제를 즐기지 않더라도 야외로 나가 콧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6월 먹거리는 ‘자리돔’이 제철이고, 릴레이 휴일을 이용해 가까운 일본 도쿄에 다녀오는 것 도 좋은 일정이다. 성수기 전이라 저렴한 게 특징이므로 일본여행에 관심 있다면 6월 공휴일을 이용해 다녀오는 것이 좋다.

7월에는 17일 제헌절이 끼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2011년 제헌절은 일요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에서 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7월은 공휴일이 없다고 서운해 할 것 없다.

8월 공휴일인 광복절 역시 월요일이다.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지만 이 시기만 잘 보내면 일 년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다. 8월 여행지는 일본의 훗카이도를 추천한다. 한여름 평규기온이 20도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태백시 화전동 용연동굴이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볼 수 있고 국내 최고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용연동굴은 한 여름에도 동굴 내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서늘해 더위 퇴치에 좋다.

9월에도 명절 황금연휴가 포함되어 있다. 11일(일)~13일(화)까지가 추석 연휴로 설날 연휴보다 짧긴 하지만 토요일부터 내리 나흘을 쉴 수 있다. 가을은 누가 뭐래도 전어의 계절. 가을 전어로 입맛을 돋우고, 각종 먹거리 축제가 풍부한 9월에는 주말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오히려 죄악이다.

10월 공휴일 개천절도 월요일이다. 축제의 달이라고도 불리는 10월, 경남 진주남강에서는 유등축제가 열리고 광주에서는 김치축제, 전남에서는 남도음식문화축제가 진행된다.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는 고소한 대하축제가 미각을 자극하고 전국 곳곳 밥상에 대하가 모습을 드러낸다.

“잘 쉬었다” 2011년
2012년엔 과연?

쉬는 날 없는 11월은 제일 인기가 없는 달이다. 하지만 단풍은 절정이다. 대표적인 단풍명소인 정읍 내장산, 고창 선운산, 장성 백암산 등이 장관을 이루고, 고창에서는 국화축제가 진행된다. 11월 쉬는 날이 너무 없어 삶이 나른해졌다면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홍콩이나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두 곳 모두 11월부터 다양한 축제로 온 도시가 시끌벅적한 이유에서다.

2011년의 마무리 12월에도 추가로 쉴 수 있는 빨간 날은 없다. 성탄절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일요일이다. 그래도 서운한 감은 적다. 과거 다른 해와 비교해 2011년은 빨간 날이 많아 이미 뽕(?)을 뽑았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가기 허전하다면 12월 관광지로는 지난 한해를 차분히 돌이켜 볼 수 있는 해넘이 명소가 좋고, 해외여행지로는 금요일 저녁 출발해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밤도깨비’여행을 추천한다. 홍콩, 일본, 싱가포르, 상하이 등을 다녀올 수 있고 항공권과 숙박비가 50%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1월 1일(토, 신정)
2월 2일(수, 연휴)
      3일(목, 설날)
      4일(금, 연휴)
      5일(토, 연휴)
3월 1일(화, 삼일절)
4월 휴일 없음
5월 5일(목, 어린이날) 
      10일(화, 석가탄신일)
6월 6일(월, 현충일)
7월 휴일 없음(제헌절  일요일)
8월 15일(월, 광복절)
9월 11일(일)
      12일(월, 추석)
      13일(화, 연휴)
10월 3일(월, 개천절)
11월 휴일 없음
12월 휴일 없음(성탄절 일요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