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정운호 불똥이…다음은 남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재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롯데그룹이 신음 중이다. 오너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첫 케이스로 롯데가 장녀가 쇠고랑을 찼다. 그녀는 왜….

지난 7일, 거액의 뒷돈을 받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신영자(74·여)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롯데 측은 “회사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영에 오랜 시간 관여했던 신 이사장의 구속은 롯데그룹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장녀
꼬리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배임수재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프렌차이즈 업체 대표 등에게 롯데면세점·백화점 입점 로비를 받은 혐의다. 입점 청탁비로는 30여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딸들을 면세 컨설팅 업체 비엔에프(BNF)통상의 임원으로 거짓 등록해 40억원 상당의 급여를 챙겨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신 이사장은 비엔에프통상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메인 서버를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비엔에프통상은 신 이사장의 장남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검찰은 사실상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업체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검찰에 소환된 신 이사장은 지난 6일 피의자 심문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신 이사장의 비리는 지난달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부터 출발한 검찰은 우선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저택을 압수수색하며 조사에 착수한다.

검찰은 비엔에프통상의 대표 이씨와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등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 이사장의 지시로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었고,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위치도 유리한 쪽으로 바꿔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이후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한 총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저격하는 대규모 경찰수사가 진행된 것. 당시 압수수색 대상으로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신동빈(61) 회장의 자택도 대상에 들어가 있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이유로 밝혔다.

네이처 면세점 입점 로비 혐의로 구속
30억 수수…40억 자녀 챙겨준 의혹도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2015년 신동주(62) 전 부회장이 직위에서 해임되면서 비롯된 경영권 분쟁 ‘형제의 난’이 기폭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롯데쇼핑·홈쇼핑·정보통신 등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이 세운 SDJ코퍼레이션 측이 제출한 롯데의 회계장부를 통해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롯데 내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법조 비리와 관련된 물타기로 제 식구 감싸기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홍만표 변호사 사건과 정 전 대표, 그리고 이번 신 이사장의 사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

이번 사건 최고의 수혜자가 법조 비리 관련 인물이기에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앙일보>에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의 롯데그룹 라운지에 올라온 글을 통해 롯데 내부에서 홍만표 변호사 사건을 덮으려는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BS의 <직설 토크>에서는 “홍만표 변호사와 관련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조사하다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걸렸다”고 했다. 또 굳이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검찰 수사를 한동안 받고 있었던 홍만표 변호사라든가 진경준 전 검사장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유통가 대모
기업의 주역

모든 일은 정 전 대표에게서 시작됐다. 정 전 대표가 원정도박으로 기소되고, 이어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그를 변호하면서 엄청난 수임료를 받은 것이 밝혀진 것이다. 정운호 게이트로 알려진 이 사건을 통해 검찰은 수임료가 브로커를 통해 로비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정 전 대표는 동남아에서 10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대표는 항소를 했고 항소심에서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선임된다. 항소심에서 정 전 대표는 보석 신청을 하고 검찰에서도 신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에 최 변호사는 정운호 대표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최 변호사는 30억원을 정 전 대표에서 돌려준다. 사실상 20억원을 착수금으로 받은 셈. 이에 정 전 대표는 “석방이 되지 않았으니 나머지 20억원도 돌려달라”고 주장하나 최 변호사는 착수금으로 받은 것이라며 거부를 했다.

구치소에서 두 사람의 다툼이 생기게 되고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를 폭행죄로 고소한다. 여기서 정운호 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세간에 재벌들의 변호사 수임료가 수십억원이라는 풍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2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이 드러난 것.

논란이 일자 최 변호사는 “받은 돈은 6800만원이었으며 그 중 서류 복사비 1400만원, 2개월간 서울 구치소로 접견을 가기 위한 교통비 2400만원을 제외하고 수익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억지를 부린다. 최 변호사의 변명을 들은 정 전 대표는 로비스트 8인의 리스트를 공개한다. ‘전관예우’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홍 변호사도 여기에 연류 돼 있었다. 일각에선 대한민국 법조계의 썩은 실태와 전관예우의 폐해를 온 천하에 드러내는 사건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위 사건만 보면 롯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지만 검찰이 정 전 대표의 로비 계좌를 추적하면서 의혹은 연결이 됐다. 롯데 그룹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맞은 꼴.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신 이사장에게 사건이 이어진 것이다. 신 이사장으로 시작된 롯데 비자금 의혹은 결국 롯데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로 번지고 말았다.

안그래도 그룹 뒤숭숭한데…
수사 롯데가 전체로 ‘활활’

롯데그룹 비리 수사 착수 이후에 오너가의 일원이 구속된 건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구속된 신 이사장은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장녀로 신 총괄회장이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 전에 결혼한 고(故) 노순화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이 태어나기 전 일본으로 떠나 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그 사이에 어머니를 여읜 신 이사장은 많은 고생을 하며 자랐다고 한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처음 얻은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큰 딸을 애틋하게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부산여고와 이화여대를 나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한때 대학동문인 이명희(73·여) 신세계그룹 회장과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유통가의 대모’로 불린 적도 있다. 신 이사장은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오늘날 롯데쇼핑과 면세점을 일군 장본인으로도 꼽힌다.

신 이사장은 1983년부터 롯데백화점 영업담당 이사와 상무, 롯데쇼핑 상품본부장과 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2008~2012년 롯데쇼핑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이자 경쟁사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롯데가 국내 유통업계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주역인 셈.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호텔,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이언츠, 롯데쇼핑 등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와 대홍기획, 롯데건설, 롯데리아 등 3사의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2%), 롯데칠성(2%), 롯데푸드(1%), 롯데정보통신(3%), 코리아세븐(2%), 대홍기획(6%)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자녀로는 1남3녀를 두었고, 장남 장재영(48)씨는 이번에 조사를 받은 비엔에프 통상의 최대 주주다. 차녀 장선윤(45)씨는 롯데호텔의 해외사업개발 담당 상무로 재직 중이다. 삼녀 장정안(43)씨는 2004년 국제 변호사와 결혼 후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형제의 난 때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큰누나인 신 이사장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신 이사장이 아버지의 큰 신임을 얻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선택으로 결과가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

신동빈 편?
신동주 편?

롯데그룹이 국내에서 우뚝 서게 한 주역이자 사랑받던 맏딸이 롯데가 전체로 번지는 수사의 시작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재 롯데 측은 신 이사장의 혐의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심 계열사에서 오랜 시간 경영에 관여해온 신 이사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은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 관련 등 수사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형량 감경을 조건으로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법조계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 이사장의 구속은 롯데그룹의 임원급들을 포함한 오너일가 전체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로 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망에 오른 것은 신 총괄회장의 셋재 부인 서미경과 그의 딸 신유미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씨 모녀는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은 서씨 모녀가 보유한 부동산이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통로라는 의혹을 제시하며 자산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서씨 모녀 소유의 부동산은 1000억원 상당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씨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운영 특혜를 줬다고 ‘일감 몰아주기’라며 공정위에 지적받았던 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은 부동산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서씨 모녀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그룹 정책 본부의 핵심 3인방에 대한 검찰 소환도 시작된다. 일명 ‘신동빈의 남자들’로 알려진 이들은 신 회장의 측근으로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황각규 운영실장, 소진세 커뮤니케이션실장이다. 롯데그룹의 배임·횡령이 사실로 들어나면 그 과정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의 신병처리가 끝나는 대로 이 본부장 등 3인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진 상태라고 한다.

신 이사장을 시작으로 측근들의 조사까지,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신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의 속도대로 수사가 진행되면 그룹 내 핵심 인물들은 물론 신 회장의 검찰 소환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 법조계 일각에선 신 회장에 대한 소환 시점이 이달 중순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과 함께 구속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 회장은 언론을 통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다”며 검찰수사에 대한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달 25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 신 전 부회장에게 승리를 거둬 경영권을 지켜냈다. 또 신 회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천성관 변호사와 서울고검장 출신 차동민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수사에는 협조하겠지만 불거지는 의혹 등에 대해선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

신 총괄회장은 현재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지만 지난달 10일 검찰의 1차 압수수색 직전 고열 등을 이유로 입원을 해 검찰이 소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신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경쟁 중인 신 전 부회장 역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부친도 위험해
수사 대상 올라

현재 검찰은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 등 해외 계열사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받아 수익을 남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 홀딩스 부회장직을 역임하며 일본 롯데그룹을 경영했으며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이 한·일 롯데계열사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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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