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 옮긴' 정치인 현주소

둥지 떠난 철새들 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철새 정치인들이 국회에 무혈 입성했다. 뿐만 아니라 당과 국회에서 요직까지 챙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매번 같은 변명을 대지만 정작 행보를 살펴보면 사리사욕을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철새 정치인'은 정강과 신념보다는 당장의 이익과 권력을 좇아 쉽게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을 말한다. 주로 야당으로 활동하다가 집권당으로 당적을 옮기거나 선거기간 동안 집권이 유력한 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을 일컫는다.

회유? 자발?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집권당 측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회유해 빼내는 일이 많았다. 이때 여당으로 갈아타는 인사들이 생기면서 처음 철새 정치인이란 말이 생겨났다. 2000년대로 접어들어서는 집권당에 입당하는 야당 정치인들 뿐 아니라 여당을 탈당해 집권이 유력한 야당으로 입당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20대 국회도 다르지 않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적을 옮긴 이들을 살펴보면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나 공천탈락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우선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19대까지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부산 사하구에서 줄곧 당선됐다.

2004년 17대 국회 때 처음 입성했던 조 의원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신인이지만 8년간 부산 지역구를 누볐던 만큼 주변에서는 ‘대기만성형’이라고 불렀다. 그는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먼저 공천을 신청했다. 그 후로 한나라당 공천서 탈락한 그는 민주당서 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고 이적하면서 2004년 총선에서 ‘철새’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조 의원은 2004년 당선 직후 정치에 입문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돈도 배경도 없는 젊은이가 ‘정치를 하겠다고’ 민주당 부산시지부의 문을 두드렸을 때, 김정길 전 의원은 ‘기막히다는 표정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재선에 성공해 지역주의 타파의 씨앗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부산 부시장 출신인 새누리당 안준태 후보를 꺾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이자 3선의 중진의원이 된 조 의원은 지난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다 결국 당 혁신위에서 징계처리를 받게 된다.

그는 결국 지난 1월19일 더민주를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조 의원은 입당 인사말을 통해 “이렇게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의원이 되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행보에 더민주 부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야당 소속으로 부산에서 내리 3선을 지내놓고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하루아침에 여당 품에 안기는 모습에 인간에 대한 서글픔과 연민을 느낀다”며 “당에 남아서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역할을 하겠다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꿔 탈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난했다.

더민주의 진영 의원(3선)도 조 의원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새누리당 공천서 배제돼 탈당한 진 의원은 더민주에 지난 3월20일 입당했다. 그것도 4·13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시점에서 당적을 옮겼다. 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 측근으로 통했다. 초선이던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2012년 대선 때는 김종인 대표와 함께 새누리당 대선공약기구를 이끌고, 대통력직 인수위 부위원장도 맡았다.

당적 옮기고 승승장구
당·국회서 요직 꿰차


더민주로 옮긴 진 의원은 “저에게는 특정인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이 아닌 참된 정당 정치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금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친정을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란 비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3월31일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을 찾아 “진영 의원이 새누리당에 있었는데 반대당으로 가서 용산에 출마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모르는데 경쟁당, 박근혜 정권에 사사건건 발목잡고 발전을 방해했던 운동권 정당인 더민주로 출마한 건 용산주민, 새누리당,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박 대통령을 두 번이나 떠나간 정치인”이라며 “이렇게까지 당을 옮기면서 정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당적을 바꾸자마자 더민주서 4·13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당시 더민주 대변인은 “이번 선거를 경제 선거로 치러 경제민주화와 우리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진 의원의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진 의원은 당을 옮기자마자 당의 중책을 꿰차는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한 셈이다.

앞서 당적을 옮긴 조경태 의원은 국회 기재위원장에 올랐다. 새누리당과 적대관계인 더민주에서 3선의원을 지냈고 당적을 옮긴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 의원이 기재위원장을 차지하기에는 무리라는 평이 파다하다.

게다가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혜훈·이종구 의원의 존재감도 컸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국회 의총에서 열린 기재위원장 경선에서 조 의원은 114표 중 70표를 받아 20대 국회 전반기 기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정치권에서는 친박·비박 간 이해관계로 인해 어부지리로 당선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원 분들이 선수(選數)를 인정해 주신 것 같다”면서도 “정견발표 내용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본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기재위원장에 오른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들에 대해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한국 정치판의 양당 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단순히 현상적으로만 보면 일관성이 없는 행보라는 시선도 나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분들이 (진영을 옮겨 이동해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들의 행보가 결국은 사욕을 채우기 위한 갈지자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사욕 채우기

신율 명지대 교수는 “봉사적 성격이나 시대적 소명이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채택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면 “철새들의 행보에서 국민이 열망하는 봉사정신에 입각한 정치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소위 원로라는 인사들도 쉽게 말해 일자리를 찾아 왔다갔다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혹평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닉제' 이인제의 당적 기록


'피닉제(피닉스+이인제의 합성어) 이인제 전 의원은 13번의 당적 변경을 기록했다. 무소속을 포함하면 14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이 전 의원은 1988년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3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에 합류했다. 1997년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당을 옮겨다니기 시작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하자 민자당을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다.

이후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한 이 의원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외압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퇴하고 탈당까지 했다. 그는 10번 넘게 당적을 옮기고도 6선에 성공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을 두고 “철새가 아니라 불사조”라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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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