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2010> ⑦2010년 화제의 10인방

그들에겐 절대 잊지 못할 2010년 “포에버~!”


괄목할 만한 행보 ‘승승장구’ 이재오·손학규
가장 주목 받는 여성 기업가 이부진·현정은

어느새 2010년이 저물었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한해였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뿐,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이에 <일요시사>는 2010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을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분야별로 꼽아 당시를 돌이켜봤다.

권력의 핵 이재오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2010년은 기억에 남을 한해가 됐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를 던지고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 당선을 거머쥔 데 이어 특임장관 자리까지 꿰 차는 등 승승장구한 때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 동안 옥고를 치른 재야 운동가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 신한국당에 입당, 3선을 내리 지냈다. 또 한나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쳤고 최고위원까지 지냈을 만큼 리더십과 카리스마, 정치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 이명박 캠프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고 실세로 급부상, 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야구모자에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로 지역구를 누빌 만큼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다시 일어난 손학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010년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지방선거에서 지원사격으로 연전연승을 이끌어냈으며, 재보선에 출마해 당당히 승리한데 이어 전당대회서 당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1993년 재·보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경기 광명을에서 당선되면서 14대 국회에 입성한 손 대표는 15~16대 총선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되며 3선 의원이 됐다. 이후 민자당·신한국당 대변인, 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장·총재 정무특보,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외에도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입법·행정부를 두루 거쳤다. 2006년 6월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100여 일간 전국을 돌며 ‘민심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잠룡’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손 후보는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그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 패배했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통합민주당을 이끌었으나 2008년 18대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춘천에서 2년여간 칩거하다 정치에 복귀했다.

초고속 승진 이부진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가 부사장직을 생략하고 무려 두 계단이나 뛰어오르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창립 72년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 것. 동시에 오빠인 이재용 사장과 함께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를 열어 나가게 됐다.

이 사장의 파격 승진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이 사장 입사 이후 매출액이 2002년 4157억원에서 지난해 1조2132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고속 성장을 계속해왔다. 또 최근에는 롯데 면세점과의 ‘루이뷔통 유치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호텔신라 면세점은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입점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해 잠시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에 몸담았다. 이후 2001년에 “호텔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저주받은 승자 현정은

2010년 인수시장의 대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은 피 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자금출처를 비롯한 각종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현재 현대그룹은 ‘다잡은 고기’를 놓칠 위기다.

이에 그 누구보다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은 현정은 회장이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처지인 때문이다.

사회 이슈 파란 일으킨 장본인 박칼린·허각
대한민국 전 세계에 알린 장동건·소녀시대
아시아 스포츠 스타의 탄생, 박태환·여민지


현 회장은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난 2003년,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됐다. 21세에 현대가로 시집온 후 27년 동안 살림만 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비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지금까지 지켜왔다.

칼마에 신드롬 박칼린

박칼린은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34명의 오합지졸 합창단원들을 이끄는 모습으로 이른바 ‘칼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칼린은 이국적인 외모와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그녀는 뮤지컬계에서 ‘마녀’로 불릴 만큼 빈틈없고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여성스럽고 애교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은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페임> <렌트> <시카고>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 <아이다> <한여름 밤의 꿈> 등 국내 뮤지컬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기적을 노래한 가수 허각

허각은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의 최종우승자로 선정되면서 상금 2억원과 가수데뷔의 기회를 거머쥐게 됐다. 그는 <슈퍼스타K2>가 내세운 ‘기적을 노래하라’는 슬로건에 가장 어울리는 지원자였다. 키 163cm에 편부 슬하에서 자란 그는 가난 때문에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중학교 학력이 전부다.

낮에는 배관공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린 그는 해가 지면 행사 무대를 주름잡았다.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뜨거운 열정은 끝내 그를 최종 우승자로 이끌었다. ‘인간승리’의 표본인 셈이다.

올해 스물여섯의 인천 출신의 허각은 행사가수로 활동하던 가수 지망생이다. 2004년 쌍둥이 형 허공과 SBS ‘진실게임’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방송출연으로 3세 때 헤어진 어머니와 재회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조니 뎁 장동건

대한민국의 명품배우 장동건이 영화 <워리어스 웨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한국을 널리 알렸다. <워리어스 웨이>는 칼을 버리고 평범한 삶을 선택한 세계 최강의 전사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운명적인 스토리를 그린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다. 특히 이 작품은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의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장동건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프리 러쉬, <슈퍼맨 리턴즈> 슈퍼맨의 연인 케이트 보스워스, <타이탄> <로빈후드>의 대니 휴스턴 등 쟁쟁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뽐냈다.

이에 따라 장동건은 CNN, AP 통신, CBS 등 미국 주류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CNN은 장동건을 “아시아의 조니 뎁”으로 소개하면서 “이제 할리우드는 대한민국 배우 장동건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한류 돌풍 소녀시대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가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일본에 진출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4만4907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오리콘 차트 4위에 오르는 등 순항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외 지역 여성 가수 데뷔 싱글 사상 최고 판매량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후 2주차 때는 1만7792장으로 6위에 오른데 이어, 3주차에는 7만5276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에서 3주 연속 톱10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일본가요팬들이 ‘소녀앓이’에 빠져있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일본에서의 소녀시대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소녀시대는 일본 유력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표지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버스토리로 다뤄진 기사를 통해 <닛케이 비즈니스>는 “소녀시대는 일본진출에 성공한 NHN,  이마트, CJ엔터테인먼트 등 한국기업과 공통점이 많다”며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다운 높은 완성도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전략이 바로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소개했다.

살아있는 마린보이 박태환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3관왕(자유형 200m, 400m, 1500m)에 등극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가지고 있는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갈아치웠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과는 지난 위기를 딛고 이뤄낸 일이어서 더욱 값졌다. 박태환은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 400m, 200m, 1500m 세 종목에서 모두 결선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박태환 스스로도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던 약골 소년에서 수영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성장한 박태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21살의 박태환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여자 박주영 돌풍 여민지

여민지는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과 골든볼(MVP), 골든부트(득점왕)까지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대기록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소연에 이어 또 한 명의 월드스타가 탄생한 것.

아시아에선 최초이며, 여자 선수로는 2003년 미국월드컵 비르기크 프린츠(독일), 2008년 칠레 U-20 월드컵 시드니 레룩스(미국), 2010년 독일 U-20 월드컵에서 달성한 알렉산드라 포프(독일)에 이어 역대 4번째다.

벌써부터 한국여자축구는 지소연과 여민지가 함께 공격진을 이끌 막강 화력의 대표팀을 구상,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5년 여자월드컵에서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배운 여민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였다. 당시 여민지는 한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득점왕에 오른 여민지는 ‘여자 박주영’이라 불리며 여자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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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