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2010> ⑦2010년 화제의 10인방

그들에겐 절대 잊지 못할 2010년 “포에버~!”


괄목할 만한 행보 ‘승승장구’ 이재오·손학규
가장 주목 받는 여성 기업가 이부진·현정은

어느새 2010년이 저물었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한해였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뿐,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이에 <일요시사>는 2010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을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분야별로 꼽아 당시를 돌이켜봤다.

권력의 핵 이재오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2010년은 기억에 남을 한해가 됐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를 던지고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 당선을 거머쥔 데 이어 특임장관 자리까지 꿰 차는 등 승승장구한 때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 동안 옥고를 치른 재야 운동가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 신한국당에 입당, 3선을 내리 지냈다. 또 한나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쳤고 최고위원까지 지냈을 만큼 리더십과 카리스마, 정치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 이명박 캠프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고 실세로 급부상, 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야구모자에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로 지역구를 누빌 만큼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다시 일어난 손학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010년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지방선거에서 지원사격으로 연전연승을 이끌어냈으며, 재보선에 출마해 당당히 승리한데 이어 전당대회서 당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1993년 재·보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경기 광명을에서 당선되면서 14대 국회에 입성한 손 대표는 15~16대 총선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되며 3선 의원이 됐다. 이후 민자당·신한국당 대변인, 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장·총재 정무특보,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외에도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입법·행정부를 두루 거쳤다. 2006년 6월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100여 일간 전국을 돌며 ‘민심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잠룡’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손 후보는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그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 패배했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통합민주당을 이끌었으나 2008년 18대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춘천에서 2년여간 칩거하다 정치에 복귀했다.

초고속 승진 이부진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가 부사장직을 생략하고 무려 두 계단이나 뛰어오르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창립 72년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 것. 동시에 오빠인 이재용 사장과 함께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를 열어 나가게 됐다.

이 사장의 파격 승진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이 사장 입사 이후 매출액이 2002년 4157억원에서 지난해 1조2132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고속 성장을 계속해왔다. 또 최근에는 롯데 면세점과의 ‘루이뷔통 유치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호텔신라 면세점은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입점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해 잠시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에 몸담았다. 이후 2001년에 “호텔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저주받은 승자 현정은

2010년 인수시장의 대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은 피 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자금출처를 비롯한 각종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현재 현대그룹은 ‘다잡은 고기’를 놓칠 위기다.

이에 그 누구보다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은 현정은 회장이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처지인 때문이다.

사회 이슈 파란 일으킨 장본인 박칼린·허각
대한민국 전 세계에 알린 장동건·소녀시대
아시아 스포츠 스타의 탄생, 박태환·여민지


현 회장은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난 2003년,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됐다. 21세에 현대가로 시집온 후 27년 동안 살림만 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비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지금까지 지켜왔다.

칼마에 신드롬 박칼린

박칼린은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34명의 오합지졸 합창단원들을 이끄는 모습으로 이른바 ‘칼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칼린은 이국적인 외모와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그녀는 뮤지컬계에서 ‘마녀’로 불릴 만큼 빈틈없고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여성스럽고 애교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은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페임> <렌트> <시카고>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 <아이다> <한여름 밤의 꿈> 등 국내 뮤지컬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기적을 노래한 가수 허각

허각은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의 최종우승자로 선정되면서 상금 2억원과 가수데뷔의 기회를 거머쥐게 됐다. 그는 <슈퍼스타K2>가 내세운 ‘기적을 노래하라’는 슬로건에 가장 어울리는 지원자였다. 키 163cm에 편부 슬하에서 자란 그는 가난 때문에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중학교 학력이 전부다.

낮에는 배관공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린 그는 해가 지면 행사 무대를 주름잡았다.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뜨거운 열정은 끝내 그를 최종 우승자로 이끌었다. ‘인간승리’의 표본인 셈이다.

올해 스물여섯의 인천 출신의 허각은 행사가수로 활동하던 가수 지망생이다. 2004년 쌍둥이 형 허공과 SBS ‘진실게임’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방송출연으로 3세 때 헤어진 어머니와 재회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조니 뎁 장동건

대한민국의 명품배우 장동건이 영화 <워리어스 웨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한국을 널리 알렸다. <워리어스 웨이>는 칼을 버리고 평범한 삶을 선택한 세계 최강의 전사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운명적인 스토리를 그린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다. 특히 이 작품은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의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장동건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프리 러쉬, <슈퍼맨 리턴즈> 슈퍼맨의 연인 케이트 보스워스, <타이탄> <로빈후드>의 대니 휴스턴 등 쟁쟁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뽐냈다.

이에 따라 장동건은 CNN, AP 통신, CBS 등 미국 주류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CNN은 장동건을 “아시아의 조니 뎁”으로 소개하면서 “이제 할리우드는 대한민국 배우 장동건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한류 돌풍 소녀시대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가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일본에 진출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4만4907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오리콘 차트 4위에 오르는 등 순항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외 지역 여성 가수 데뷔 싱글 사상 최고 판매량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후 2주차 때는 1만7792장으로 6위에 오른데 이어, 3주차에는 7만5276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에서 3주 연속 톱10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일본가요팬들이 ‘소녀앓이’에 빠져있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일본에서의 소녀시대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소녀시대는 일본 유력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표지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버스토리로 다뤄진 기사를 통해 <닛케이 비즈니스>는 “소녀시대는 일본진출에 성공한 NHN,  이마트, CJ엔터테인먼트 등 한국기업과 공통점이 많다”며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다운 높은 완성도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전략이 바로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소개했다.

살아있는 마린보이 박태환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3관왕(자유형 200m, 400m, 1500m)에 등극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가지고 있는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갈아치웠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과는 지난 위기를 딛고 이뤄낸 일이어서 더욱 값졌다. 박태환은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 400m, 200m, 1500m 세 종목에서 모두 결선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박태환 스스로도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던 약골 소년에서 수영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성장한 박태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21살의 박태환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여자 박주영 돌풍 여민지

여민지는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과 골든볼(MVP), 골든부트(득점왕)까지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대기록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소연에 이어 또 한 명의 월드스타가 탄생한 것.

아시아에선 최초이며, 여자 선수로는 2003년 미국월드컵 비르기크 프린츠(독일), 2008년 칠레 U-20 월드컵 시드니 레룩스(미국), 2010년 독일 U-20 월드컵에서 달성한 알렉산드라 포프(독일)에 이어 역대 4번째다.

벌써부터 한국여자축구는 지소연과 여민지가 함께 공격진을 이끌 막강 화력의 대표팀을 구상,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5년 여자월드컵에서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배운 여민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였다. 당시 여민지는 한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득점왕에 오른 여민지는 ‘여자 박주영’이라 불리며 여자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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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