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명실공히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2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나 전 국민의 1%가 넘는 75만에 달하는 동문의 보팅 파워는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는 지난 4월13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방통대 출신이 총 24명 당선됐다고 밝혔다. 방송대 출신으로는 송영길(인천 계양을, 중어중문학과/일본학과), 천정배(광주 서구을, 교육학과), 안상수(인천 중·동구강화·옹진군, 중어중문학과), 노웅래(서울 마포갑, 중어중문학과),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국어국문학과) 등의 의원들이 있다.
동문의 보팅 파워
또 김종태(경북 상주시 군위·의성·청송군, 경영학과), 이진복(부산 동래구, 행정학과), 박완수(경남 창원시 의창구, 행정학과), 오영훈(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을, 경제학과) 지상욱(중구성동구을, 법학과), 이종걸(경기 안양시만안구, 중어중문학과), 이철규(강원 동해삼척시, 행정학과/동대학원),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법학과) 등 모두 24명의 의원들도 이곳 출신들이다.
이처럼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동국 방송대 총장 직무대리는 “수준 높은 커리큘럼과 시·공간 제약이 적은 온라인 중심 교육이 강점인 방통대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1순위로 선택하는 대학”이라며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도 다수의 방송대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방통대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방통대는 1972년 3월9일 대한민국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개교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37만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고 수업의 70%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직장인에게 특히나 인기가 높은 대학이다. 졸업생 63만명, 재학생 12만명으로 총 75만명의 동문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1% 이상이 방통대 출신인 셈이다. 75만의 동문 파워는 표심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에게 당연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동문파워를 의식하고 입학했느냐는 질문에 방통대 관계자는“ 그런(동문 파워) 부분이 고려됐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방통대 출신의 의원들 중 방통대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학과와 일본학과 등 2개 학위를 방통대에서 취득했다. 송 의원은 “방통대는 학습 동아리가 잘 돼 있어서 동아리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공부한다”며 “좋은 교재가 있고 친절하게 학습 방법을 도와주는 멘토들이 있어 방통대의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배움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어과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00학번인 송 의원을 필두로 01학번 안상수 의원, 04학번 이종걸 의원, 노웅래 의원 등이 중어중문어학과 출신이다.
서울 81명 고려 37명 성균관 27명 연세 23명
방통대 출신 24명 입성 “위상 확인”
방통대 출신 의원들은 순수 졸업생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학위를 따기 위해 온 사람으로 나뉜다. 순수 졸업생으로는 새누리당 이진복·이철규 의원, 더민주 김영주 의원이 있다. 이진복 의원은 1995년 방통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1999년 행정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해 동아대 대학원 지방자치행정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배움의 길을 이어갔다.
이철규 의원도 방통대에서 행정학을 수학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김영주 의원은 방통대에서 국어국문학 학위 취득 후 서강대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반면에 김종태 의원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방통대 경영학과를 전공해 두 개의 학위를 수여받았다. 안상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뒤 방통대에서는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20대 초선의원인 김정우 의원도 안상수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졸업 후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방통대로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노웅래 의원은 1983년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를 마친뒤 방통대에서 중어중문학과 학위도 취득했다. 박완수 의원은 이례적으로 1976년 방통대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경남대 행정학과에 진학해 1979년 졸업했다.
국회의원 중에는 부부가 동시에 방통대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 2009년 부인인 배우 심은하씨와 함께 진학했다. 지 의원은 법학과, 심씨는 문화교양학과를 수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지 의원은 심씨의 학업을 돕기 위해 함께 진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에는 방통대 광주·전남 총동문회와 총학생회가 천정배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한 일도 있다. 말 그대로 동문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당시 방통대 총동문회와 총학생회는 지지 성명을 통해 “천정배 후보는 4선의 국회의원과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하고 지난해 방통대에 편입해 동문이 됐다”며 “박사학위를 위해 유명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과 달리 교육학에 대해서 더 공부할 기회를 갖고 싶어 방통대에 편입해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단히 노력하려는 자세가 바로 진정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천정배 후보라면 DJ정신을 계승해 호남정치를 복원할 적임자라 믿는다"라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방통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방통대가 자신에게 다시 공부할 기회를 준 학교”라며 “20대에 대학을 졸업한 후,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기회가 없었는데 방통대에서 약 40년 만에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학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라며 “배우는 즐거움은 젊을 때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느낄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큰 발전 이뤄”
이동국 방통대 총장 직무대리는 “많은 국회의원이 방통대에서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더욱 큰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대 출신 국회의원 동문이 20대 국회에서 국민을 위해 더 많이 애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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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20대 의원 출신대 보니…
20대 국회에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로 조사됐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인적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쉽게 바뀌진 않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전체 당선자의 98%(269명)가 4년제 대학 이상을 나왔다. 서울대는 전체 의원의 26%에 해당하는 81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그 뒤로는 고려대 37명, 성균관대 27명, 연세대가 23명을 기록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는 새누리당의 이주영(5선), 나경원, 유기준(4선) 의원 등 중신을 비롯해 초선인 강효상·정종섭 의원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희상, 이석현(6선), 이종걸(5선), 김진표·오제세·진영(4선) 의원 등이 동문이다. 한 서울대 법대 출신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에 법률 분야 전문가가 많이 진출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숫자가 많긴 하지만 원래 우리 과가 똘똘 뭉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국회에서 따로 동문 모임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고학력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여야 정당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인물’에 괴리가 큰 점은 문제”라며 “선거 때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 약속을 실행할 사람은 엘리트 일색으로 채우는 것은 공약 이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지적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