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방통대 황금인맥' 대해부

연세대보다 금배지 많이 달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명실공히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2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나 전 국민의 1%가 넘는 75만에 달하는 동문의 보팅 파워는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는 지난 4월13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방통대 출신이 총 24명 당선됐다고 밝혔다. 방송대 출신으로는 송영길(인천 계양을, 중어중문학과/일본학과), 천정배(광주 서구을, 교육학과), 안상수(인천 중·동구강화·옹진군, 중어중문학과), 노웅래(서울 마포갑, 중어중문학과),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국어국문학과) 등의 의원들이 있다.

동문의 보팅 파워

또 김종태(경북 상주시 군위·의성·청송군, 경영학과), 이진복(부산 동래구, 행정학과), 박완수(경남 창원시 의창구, 행정학과), 오영훈(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을, 경제학과) 지상욱(중구성동구을, 법학과), 이종걸(경기 안양시만안구, 중어중문학과), 이철규(강원 동해삼척시, 행정학과/동대학원),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법학과) 등 모두 24명의 의원들도 이곳 출신들이다.

이처럼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동국 방송대 총장 직무대리는 “수준 높은 커리큘럼과 시·공간 제약이 적은 온라인 중심 교육이 강점인 방통대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1순위로 선택하는 대학”이라며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도 다수의 방송대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방통대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방통대는 1972년 3월9일 대한민국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개교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37만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고 수업의 70%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직장인에게 특히나 인기가 높은 대학이다. 졸업생 63만명, 재학생 12만명으로 총 75만명의 동문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1% 이상이 방통대 출신인 셈이다. 75만의 동문 파워는 표심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에게 당연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동문파워를 의식하고 입학했느냐는 질문에 방통대 관계자는“ 그런(동문 파워) 부분이 고려됐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방통대 출신의 의원들 중 방통대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학과와 일본학과 등 2개 학위를 방통대에서 취득했다. 송 의원은 “방통대는 학습 동아리가 잘 돼 있어서 동아리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공부한다”며 “좋은 교재가 있고 친절하게 학습 방법을 도와주는 멘토들이 있어 방통대의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배움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어과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00학번인 송 의원을 필두로 01학번 안상수 의원, 04학번 이종걸 의원, 노웅래 의원 등이 중어중문어학과 출신이다.

서울 81명 고려 37명 성균관 27명 연세 23명
방통대 출신 24명 입성 “위상 확인”

방통대 출신 의원들은 순수 졸업생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학위를 따기 위해 온 사람으로 나뉜다. 순수 졸업생으로는 새누리당 이진복·이철규 의원, 더민주 김영주 의원이 있다. 이진복 의원은 1995년 방통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1999년 행정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해 동아대 대학원 지방자치행정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배움의 길을 이어갔다.

이철규 의원도 방통대에서 행정학을 수학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김영주 의원은 방통대에서 국어국문학 학위 취득 후 서강대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반면에 김종태 의원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방통대 경영학과를 전공해 두 개의 학위를 수여받았다. 안상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뒤 방통대에서는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20대 초선의원인 김정우 의원도 안상수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졸업 후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방통대로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노웅래 의원은 1983년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를 마친뒤 방통대에서 중어중문학과 학위도 취득했다. 박완수 의원은 이례적으로 1976년 방통대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경남대 행정학과에 진학해 1979년 졸업했다.

국회의원 중에는 부부가 동시에 방통대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 2009년 부인인 배우 심은하씨와 함께 진학했다. 지 의원은 법학과, 심씨는 문화교양학과를 수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지 의원은 심씨의 학업을 돕기 위해 함께 진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에는 방통대 광주·전남 총동문회와 총학생회가 천정배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한 일도 있다. 말 그대로 동문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당시 방통대 총동문회와 총학생회는 지지 성명을 통해 “천정배 후보는 4선의 국회의원과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하고 지난해 방통대에 편입해 동문이 됐다”며 “박사학위를 위해 유명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과 달리 교육학에 대해서 더 공부할 기회를 갖고 싶어 방통대에 편입해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단히 노력하려는 자세가 바로 진정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천정배 후보라면 DJ정신을 계승해 호남정치를 복원할 적임자라 믿는다"라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방통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방통대가 자신에게 다시 공부할 기회를 준 학교”라며 “20대에 대학을 졸업한 후,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기회가 없었는데 방통대에서 약 40년 만에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학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라며 “배우는 즐거움은 젊을 때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느낄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큰 발전 이뤄”

이동국 방통대 총장 직무대리는 “많은 국회의원이 방통대에서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더욱 큰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대 출신 국회의원 동문이 20대 국회에서 국민을 위해 더 많이 애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의원 출신대 보니…

20대 국회에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로 조사됐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인적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쉽게 바뀌진 않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전체 당선자의 98%(269명)가 4년제 대학 이상을 나왔다. 서울대는 전체 의원의 26%에 해당하는 81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그 뒤로는 고려대 37명, 성균관대 27명, 연세대가 23명을 기록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는 새누리당의 이주영(5선), 나경원, 유기준(4선) 의원 등 중신을 비롯해 초선인 강효상·정종섭 의원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희상, 이석현(6선), 이종걸(5선), 김진표·오제세·진영(4선) 의원 등이 동문이다. 한 서울대 법대 출신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에 법률 분야 전문가가 많이 진출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숫자가 많긴 하지만 원래 우리 과가 똘똘 뭉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국회에서 따로 동문 모임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고학력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여야 정당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인물’에 괴리가 큰 점은 문제”라며 “선거 때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 약속을 실행할 사람은 엘리트 일색으로 채우는 것은 공약 이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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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