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직장인 ‘뒷담화’ 내용 살펴보니…

“귀 간지러울 땐 ‘메신저’를 살펴라!”

꽉 막힌 사각 빌딩 안에서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직장인들은 누구나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또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는 통에 동료 혹은 상사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짜증이 솟구치기 일쑤다. 그나마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후배나 동료 혹은 상사의 ‘뒷담화’를 나누는 것이 있다. 실제 직장인 83.4%는 ‘직장 내 뒷담화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탈출구 ‘뒷담화’ 내용에 대해 취재했다.

남성은 ‘술자리’, 여성은 ‘메신저’에서 “뒷담화 꽃핀다”
뒷담화 대상은 역시 ‘상사’가 제 맛…오늘은 누가 안주?

“아 진짜 그 선배 답답하지 않아? 물러 터져가지고 일 처리는 만날 느리고.”
“그러게 말야. 나도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야. 좋은 대학 나왔다더니 눈치는 왜 그렇게 없어?”
퇴근시간 회사 근처 호프집 옆자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루의 고단함과 그날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엔 맥주 한잔이 안성맞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안주가 바로 ‘뒷담화’다.

“누가 내 얘기 하나?”

직장 내 뒷담화 장소로 남성은 ‘술자리’, 여성은 ‘메신저’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은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직장인 1913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뒷담화 경험’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 83.4%가 ‘있다’고 답했고,  뒷담화 장소는 남녀별 차이를 보였다.

남성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는 뒷담화 장소(복수응답)는 ‘술자리’가 60.8%로 가장 많았다. ‘흡연실’이 36.0%로 그 뒤를 이었고, 사무실 내에서 뒷담화를 한다는 남성도 21.8% 존재했다.

이에 대해 직장인 심모(32)씨는 “남성들도 직장 내에서 메신저를 하긴 하지만 직장에서는 업무처리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상사들의 눈치도 보이고, 혹시 내용이 누출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면서 “잘은 몰라도 대부분 남성들은 ‘뒷담화’ 장소로 술자리를 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에 따르면 남성들에게 ‘술자리’는 단순한 술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루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것도 물론이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이 퇴근 후 술자리를 갖고 술자리에서 ‘뒷담화’가 이루어지다보니, 그 자리에 빠지면 자신이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심씨는 “솔직히 술자리에 빠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남성들의 사회생활이다. 술자리 역시 업무의 연장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 빠졌을 경우, 그 점이 화살이 되어 ‘뒷담화’ 도마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직장인은 39.6%가 ‘메신저’를 꼽았다. 다음으로 ‘사무실 내’가 34.9%를 차지했고, ‘술자리(31.5%)’ ‘휴게실(34.3%)’ ‘사무실 내(21.8%)’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최모(28·여)씨는 “회사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메신저’에 접속하는 것이다. 물론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파일을 넘겨받아 일을 처리하는 등 몸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동료 혹은 친구들과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어떤 일에 직면하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그때 바로바로 누군가에게 얘기하길 좋아한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누군가 자신의 감정에 동조해주길 바라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주는 것을 즐긴다.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 일일이 누군가에게 말하고 동질감을 얻는다는 것.
실제 최씨는 출근을 하면 하루 종일 틈이 나는대로 함께 사는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매일 집에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눔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하는 얘기는 따로 있다고. 이들은 각자의 사무실에서 메신저를 통해 서로를 힘들게 하는 상사, 동료의 ‘뒷담화’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뒷담화’ 대상(복수응답)으로 삼는 상대는 누구일까. 79.8%의 압도적인 수치로 ‘상사’가 그 영광(?)을 차지했다. 뒤이어 40.8%는 ‘CEO와 임원’이라고 답했고, ‘선배’는 24.1%로 집계됐다. ‘동기(22.1%)’와 ‘부하직원(14.7%)’이라는 의견과 함께 ‘고객(12.2%)’과 ‘거래처 직원(9.5%)’이라는 의견도 존재해 관심을 끌었다.

예상된 결과였다. 직장인 대부분은 ‘상사’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윗사람의 지시 혹은 명령에 따라 일하는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불만이나 적대감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감정은 ‘뒷담화’로 폭발한다.

직장인 김모(30)씨는 “동료와 자신만 아는 상사의 별명을 만들어 뒷담화를 한다”고 고백했다. 상사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전혀 상관없는 별명을 만들면 바로 그 앞에서 뒷담화를 해도 걸릴 문제가 없다는 것.

‘뒷담화의 제왕’은 상사

김씨는 “동료와 내가 고른 상사의 별명은 ‘여친’이다. 둘이서 ‘여친이 어쨌다’고 얘기를 하고 있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친과 싸웠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김모(28·여)씨는 “업무의 특성상 동료나 상사와는 큰 트러블이 없다”면서 “오히려 고객이나 대리점 직원들과 마찰이 잦아 그들이 뒷담화 대상이 되곤 한다”고 전했다.

뒷담화 내용(복수응답)으로는 절반을 뛰어넘는 62.5%가 ‘성격’이라고 답했다. 59.9%는 ‘업무방식’, 51.7%는 ‘업무능력’이라고 답해, 사회생활에 있어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34.1%는 ‘조직문화’라고 답했고, ‘말투’와 ‘사생활’은 각각 33.1%, 16.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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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