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② 2012대권 러닝메이트는 누구

승천 꿈꾸는 잠룡들 “적과의 동침도 불사”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대선을 2년여 앞두고 3당 합당을 이뤄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대선이 있기 1년 반 전부터 DJP 공조를 닦았다. 2012년 대선은 이제 정확히 2년 후 치러진다. 시기적으로 잠룡들이 집권을 위해 슬슬 움직이고 있을 시점이다.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인간적 약점과 전략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잠룡들의 선택 가능한 요소를 살펴보자.

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 이기기 위한 전략적 제휴 꿈틀
제휴 통해 인간적 약점·전략적 장애 극복해야 ‘용된다’

1990년 1월22일. YS는 3당 합당을 통해 ‘대세론’을 완성시켰다. 당시 통합민주당의 의석은 무려 216석이었다. 민주화 세력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러닝 메이트는 지역(TK+PK+충청)이었다.

여론조사 1위 박근혜,
유시민 손학규 김문수 순

선거판 저변에 깔린 지역 대결의 에너지를 간파하고, 더 이상 민주화만 외치지 않았다. 패배자 DJ도 그 후, 과거의 경쟁자 YS에게 선회의 미덕을 배워 ‘민주화 외길’을 버렸다. 이기는 비법을 배운 결과, DJP가 탄생했고 집권에 성공했다. DJ는 급진주의적 이미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JP)와 손을 잡았다. 이처럼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자신의 약점과 장애를 극복해,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만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첫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차기 여야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8%, 유시민 국민참여당 국민정책연구원장이 12.2%,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8.3%, 김문수 경기지사가 7.9%, 오세훈 시장이 6.9%의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의 수치를 단편적으로 보기엔 무리는 있다. 정치는 하루에도 수차례 공격과 수비가 뒤바뀔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생물체기 때문이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는 여당보다 야당이 처져있는 것으로 보지만, 선거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45% 대 45% 정도로 본다. 중도 10%가 중요하다. 지난 대선 때는 그 중도표가 이명박 후보에게로 옮겨가 찍어줬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얼마만큼 내실 있고 강력한 연대를 이뤄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뒤바뀔 수도 있다.

여야 공히 가장 강력한 예비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가 내세우는 주된 이미지는 진실된 약속과 국가에의 소명이다. 상반기 국회를 뜨겁게 달군 세종시 수정안 처리 때에도,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끝까지 원칙을 치켰다. 2007년 경선 당시 부산 지역 연설에서 “여러분이 제 부모님이고, 남편이고 가족이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인간적 약점, 국가 행정을 이끌만한 비전과 전략 구축에 대한 의구심은 약점으로 꼽힌다.

세종시 원안 소신을 지킨 정치인이라는 장점의 극대화와 행정 분야 약점 극복의 대안으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혹은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의 연대가 손꼽힌다. 심 대표와 이 전 지사 모두 충남도지사를 역임해 행정의 기초를 쌓았고, 충청권에서도 일정 부분 지분이 있어 박 전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이 주는 불안감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각각 섬세한 감성적 디자인 이미지와 국민 섬김형 일꾼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오 시장은 경제 문화적 중·상류 계층에겐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실제로 많은 어필을 했다. 광역단체장 재선의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러닝메이트 변수로
여당 내 강력한 이재오

하지만 최근 무상급식과 관련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경제적 중·하위 계층의 지지가 줄어든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공허한 측면에만 신경 쓴다’는 야당의 집중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경륜 있고 소탈하되 치밀한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 당내 경선(예선)을 통과하기 위해,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인사와의 연대 또한 필요하다.

한편 김 지사는 경기도의회와 무상 급식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다, 지난 15일 타협을 이뤄냈다. 유기농 식자재 사용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모든 국민을 섬기겠다는 ‘일꾼’, ‘머슴’의 긍정적 이미지는 지켜냈다.

하지만 김 지사 또한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며,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본인의 이미지도 국민들에게 확고히 심어주지는 못한 상태다. 여권 골수 보수 인사들에게, 그의 운동권 경력은 눈엣가시다. 김 지사도 경륜 있고 차분하며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인사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러닝메이트로 가장 강력한 여권의 변수는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 장관이 대권 예비 상수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지가, 여권의 정권 연장을 결정지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 장관은 현 집권 세력의 실세 중 실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관과의 연대는 이명박 대통령(MB)의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당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배제시킬 수는 있었다. YS의 이회창(昌) 당시 한나라당 후보 배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배제가 그 결과다. 반면 현직의 적극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후보는 웃을 수 있었다.
큰 틀에서의 주력 후보가 갖춰진 여권과 달리, 야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제1야당의 예비 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8.3%인 반면, 원내 의석이 전무한 국민중심당 유시민 원장의 지지율은 12.2%다.

야권 단일화가 급선무
여권 내 인사와도 연합해야

야권에서는 확고한 양자구도가 승리의 선결 조건인데, 그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대선의 경우 다수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단일 후보에 성공한 여권에게 530만표 차이로 패배했다. YS의 3당 합당과 같은 물리적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민주당 예비 대선주자인 손학규 대표는 중도실용을 내세우는 정치인이다. “진보 세력이 국민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된다”며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새로운 진보’를 통해 중도를 포용하려는 입장은, DJ의 외연 확대 노력과 같은 맥락의 시도다. 국민에게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 대표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지적이 결정적 꼬리표다. 대선 유력주자 빅5 중, 유시민 원장을 제외하고 전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

확고한 호남 지지+친盧 386그룹과의 연대 없이는,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예선 통과도 낙관하긴 어렵다. 이런 그에게 당내 지지 기반이 확고하며, 영남권에서의 득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러닝 메이트가 절실하다. 1:1의 연대가 아닌, 1:多의 연대도 검토해볼 만하다.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경남 의령 출신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제 분야에서의 연대도 검토 해볼 만하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진 전 장관 본인은 정치 참여에의 뜻이 전혀 없다고 한다.

확고한 권력 의지가 3당 합당, DJP연합 만들어
대선 특성상 결과는 이미 선거 전 80%가 결정

유시민 원장은 국민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내며 행정 분야의 전문성도 쌓았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겐, 연예인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 전략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계파의 수장은 아니지만, 야권에서도 그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강골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아도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민주당은 지지해도 유시민은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같은 인간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인자하며 온건 합리적인 인물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 내에서의 공개 지지도 이끌어 내야하는 입장이다.

야권은 현재 세(勢)가 부족한 형국이라, 대선 승리를 위해 여권 성향 중도 보수층인사의 참여도 끌어내야 한다. 넘치는 권력의지가 DJP를 만들었다. DJ의 JP 끌어안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몽준 의원 끌어들이기가 좋은 본보기다. 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다. 하지만 지금 상태론 당시 DJ와 같은 절대적 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예선 통과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야권 내 핵심 변수
친노계 광역단체장 4인방


야당 예비주자 들은 예선 통과를 위해, 당 내 핵심 인물들을 포섭해야 된다. 현 시점에서 야당 내 강력한 변수로는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등 친노 386그룹이 있다. 소위 광역단체 4인방으로 불린다. 지방 선거는 으레 정부 여당 중간 심판격의 성격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들 4인방의 각 지역별 득표력까지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야권 입장에서 호남 지역은 집토끼이고, 강원·인천 지역은 왔다갔다하는 들토끼이며, 경남 지역은 저 멀리에 있는 산토끼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론 강원·인천은 물론이고, 경남 지역에서까지 가능성을 본 상태다. 4인방의 득표력까지도 등에 업으면, 본선에서의 승부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