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② 2012대권 러닝메이트는 누구

승천 꿈꾸는 잠룡들 “적과의 동침도 불사”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대선을 2년여 앞두고 3당 합당을 이뤄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대선이 있기 1년 반 전부터 DJP 공조를 닦았다. 2012년 대선은 이제 정확히 2년 후 치러진다. 시기적으로 잠룡들이 집권을 위해 슬슬 움직이고 있을 시점이다.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인간적 약점과 전략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잠룡들의 선택 가능한 요소를 살펴보자.

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 이기기 위한 전략적 제휴 꿈틀
제휴 통해 인간적 약점·전략적 장애 극복해야 ‘용된다’

1990년 1월22일. YS는 3당 합당을 통해 ‘대세론’을 완성시켰다. 당시 통합민주당의 의석은 무려 216석이었다. 민주화 세력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러닝 메이트는 지역(TK+PK+충청)이었다.

여론조사 1위 박근혜,
유시민 손학규 김문수 순

선거판 저변에 깔린 지역 대결의 에너지를 간파하고, 더 이상 민주화만 외치지 않았다. 패배자 DJ도 그 후, 과거의 경쟁자 YS에게 선회의 미덕을 배워 ‘민주화 외길’을 버렸다. 이기는 비법을 배운 결과, DJP가 탄생했고 집권에 성공했다. DJ는 급진주의적 이미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JP)와 손을 잡았다. 이처럼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자신의 약점과 장애를 극복해,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만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첫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차기 여야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8%, 유시민 국민참여당 국민정책연구원장이 12.2%,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8.3%, 김문수 경기지사가 7.9%, 오세훈 시장이 6.9%의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의 수치를 단편적으로 보기엔 무리는 있다. 정치는 하루에도 수차례 공격과 수비가 뒤바뀔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생물체기 때문이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는 여당보다 야당이 처져있는 것으로 보지만, 선거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45% 대 45% 정도로 본다. 중도 10%가 중요하다. 지난 대선 때는 그 중도표가 이명박 후보에게로 옮겨가 찍어줬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얼마만큼 내실 있고 강력한 연대를 이뤄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뒤바뀔 수도 있다.

여야 공히 가장 강력한 예비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가 내세우는 주된 이미지는 진실된 약속과 국가에의 소명이다. 상반기 국회를 뜨겁게 달군 세종시 수정안 처리 때에도,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끝까지 원칙을 치켰다. 2007년 경선 당시 부산 지역 연설에서 “여러분이 제 부모님이고, 남편이고 가족이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인간적 약점, 국가 행정을 이끌만한 비전과 전략 구축에 대한 의구심은 약점으로 꼽힌다.

세종시 원안 소신을 지킨 정치인이라는 장점의 극대화와 행정 분야 약점 극복의 대안으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혹은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의 연대가 손꼽힌다. 심 대표와 이 전 지사 모두 충남도지사를 역임해 행정의 기초를 쌓았고, 충청권에서도 일정 부분 지분이 있어 박 전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이 주는 불안감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각각 섬세한 감성적 디자인 이미지와 국민 섬김형 일꾼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오 시장은 경제 문화적 중·상류 계층에겐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실제로 많은 어필을 했다. 광역단체장 재선의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러닝메이트 변수로
여당 내 강력한 이재오

하지만 최근 무상급식과 관련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경제적 중·하위 계층의 지지가 줄어든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공허한 측면에만 신경 쓴다’는 야당의 집중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경륜 있고 소탈하되 치밀한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 당내 경선(예선)을 통과하기 위해,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인사와의 연대 또한 필요하다.

한편 김 지사는 경기도의회와 무상 급식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다, 지난 15일 타협을 이뤄냈다. 유기농 식자재 사용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모든 국민을 섬기겠다는 ‘일꾼’, ‘머슴’의 긍정적 이미지는 지켜냈다.

하지만 김 지사 또한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며,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본인의 이미지도 국민들에게 확고히 심어주지는 못한 상태다. 여권 골수 보수 인사들에게, 그의 운동권 경력은 눈엣가시다. 김 지사도 경륜 있고 차분하며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인사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러닝메이트로 가장 강력한 여권의 변수는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 장관이 대권 예비 상수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지가, 여권의 정권 연장을 결정지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 장관은 현 집권 세력의 실세 중 실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관과의 연대는 이명박 대통령(MB)의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당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배제시킬 수는 있었다. YS의 이회창(昌) 당시 한나라당 후보 배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배제가 그 결과다. 반면 현직의 적극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후보는 웃을 수 있었다.
큰 틀에서의 주력 후보가 갖춰진 여권과 달리, 야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제1야당의 예비 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8.3%인 반면, 원내 의석이 전무한 국민중심당 유시민 원장의 지지율은 12.2%다.

야권 단일화가 급선무
여권 내 인사와도 연합해야

야권에서는 확고한 양자구도가 승리의 선결 조건인데, 그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대선의 경우 다수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단일 후보에 성공한 여권에게 530만표 차이로 패배했다. YS의 3당 합당과 같은 물리적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민주당 예비 대선주자인 손학규 대표는 중도실용을 내세우는 정치인이다. “진보 세력이 국민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된다”며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새로운 진보’를 통해 중도를 포용하려는 입장은, DJ의 외연 확대 노력과 같은 맥락의 시도다. 국민에게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 대표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지적이 결정적 꼬리표다. 대선 유력주자 빅5 중, 유시민 원장을 제외하고 전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

확고한 호남 지지+친盧 386그룹과의 연대 없이는,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예선 통과도 낙관하긴 어렵다. 이런 그에게 당내 지지 기반이 확고하며, 영남권에서의 득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러닝 메이트가 절실하다. 1:1의 연대가 아닌, 1:多의 연대도 검토해볼 만하다.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경남 의령 출신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제 분야에서의 연대도 검토 해볼 만하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진 전 장관 본인은 정치 참여에의 뜻이 전혀 없다고 한다.

확고한 권력 의지가 3당 합당, DJP연합 만들어
대선 특성상 결과는 이미 선거 전 80%가 결정

유시민 원장은 국민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내며 행정 분야의 전문성도 쌓았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겐, 연예인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 전략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계파의 수장은 아니지만, 야권에서도 그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강골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아도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민주당은 지지해도 유시민은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같은 인간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인자하며 온건 합리적인 인물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 내에서의 공개 지지도 이끌어 내야하는 입장이다.

야권은 현재 세(勢)가 부족한 형국이라, 대선 승리를 위해 여권 성향 중도 보수층인사의 참여도 끌어내야 한다. 넘치는 권력의지가 DJP를 만들었다. DJ의 JP 끌어안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몽준 의원 끌어들이기가 좋은 본보기다. 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다. 하지만 지금 상태론 당시 DJ와 같은 절대적 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예선 통과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야권 내 핵심 변수
친노계 광역단체장 4인방


야당 예비주자 들은 예선 통과를 위해, 당 내 핵심 인물들을 포섭해야 된다. 현 시점에서 야당 내 강력한 변수로는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등 친노 386그룹이 있다. 소위 광역단체 4인방으로 불린다. 지방 선거는 으레 정부 여당 중간 심판격의 성격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들 4인방의 각 지역별 득표력까지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야권 입장에서 호남 지역은 집토끼이고, 강원·인천 지역은 왔다갔다하는 들토끼이며, 경남 지역은 저 멀리에 있는 산토끼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론 강원·인천은 물론이고, 경남 지역에서까지 가능성을 본 상태다. 4인방의 득표력까지도 등에 업으면, 본선에서의 승부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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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