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세운’ 김부겸 노림수

당권 놓고 대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행보가 심상찮다. 야권 불모지 대구에서 31년 만에 깃발을 꽂은 그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의 대선 밑그림을 살펴봤다.

당 대표와 대권을 놓고 저울질하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부겸 의원이 당권을 포기하고 차기 대권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8·27전대 불출마 선언문’ 에서 “당을 수권정당으로 일신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당은 꼭 제가 아니라도 수권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역할은?

김 의원은 “정치적 진로는 열어두겠다. 그때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지하게 말씀을 올리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을 암시했다. 당초 김 의원의 당권-대권 출마 여부는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대구에서 당선 되면서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대권 도전 직행’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비주류 내에서 김 의원의 당권 도전 권유가 이어지자 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최근 이달 안에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입장 정리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신공항 결정을 앞두고 경솔하기보다는 진중한 자세를 취하는 게 도리라 생각했다”며 몸을 낮췄다.

김 의원은 당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주류 측인 추미애-송영길 의원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인식됐다. 다만 실질적으로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당내 주류가 몰표를 보내자 정세균 의원이 당선된 점을 되돌아보면 비주류 측 당권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낙선을 각오하고 출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김 의원 주변에서는 “핵심주류인 친문(친 문제인)측에서 ‘김부겸이 나오면 도와줄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확실한 메신저가 와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언론을 통해 펌프질만 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게다가 더민주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대선 경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대선 1년 전인 올해 연말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실상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내년 대선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 의원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미 당권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송영길 의원과 붙어 패배할 경우 대권가도에 부담이 될 우려도 있었다. 김 의원 주변에서는 승산을 자신할 수 없고 괜한 계파싸움에 휘말려 김 의원의 중도 합리적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주류 측에서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박영선, 이종걸 의원도 앞서 김 의원에게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영선 의원은 김 의원이 전당대회(이하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기 하루 전인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 경선에 대해 “전당대회서 당 대표가 얼마나 확장성이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김부겸 의원에게 전대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해 김 의원을 의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입장이나 거취는 조만간 밝히겠다”며 “(박 의원 등과) 자연스럽게 오고 가면서 전화통화는 할 수 있지만, 모여서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하는 일은 없다”고 말해 후보 단일화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차기 대권도전 시사…비중·시기 저울질
전당대회 빨간불… “당 대표로? 아깝다”

김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누구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앞으로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김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지낸 중진의원이지만 대구에서는 초선이나 마찬가지다. 19대 총선에서는 2위로 낙선했고, 대구광역시장에 출마해 2위로 낙선했기 때문. 하지만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62.3%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지역주의 타파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단숨에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


당초 김 의원은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이번에 당권을 잡고 차차기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당 대표 당선 가능성과 차기 대권 도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당권 포기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집권을 위한 모임’(이하 민집모)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종걸 전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민집모에서 김부겸 의원을 대권 후보로서 좀 받쳐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민집모 내부에서 힘이 좀 있어야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대선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김 의원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비주류이면서 중도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자칫 친노·친문 패권주의로 빠지기 쉬운 더민주에게는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에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있어 훗날 대선주자에게 표 확장의 효과도 줄 수 있다.

반면 김 의원의 불출마로 당권 경쟁 구도의 무게감이 떨어져 전대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있다.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대선 후보급 당대표’ ‘영남 당 대표’ 등 흥행이 가능했지만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거나 검토 중인 의원들로는 전대흥행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더민주 소속의 한 의원은 "지난해까지 당내 선거는 친노와 비노의 싸움이라는 구도가 있었는데 원내대표 선거나 국회의장 선거 결과를 보면 친노와 비노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이 깨진 것 같다"며 "경쟁을 정의할 수 있는 구도가 없으면 국민적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 키워야”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다양한 후보들이 대권에 도전해 판을 키워야할 때”라며 “김부겸 의원의 경쟁력이 지금 당 대표에 쓰이기엔 아깝다는 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부겸-이해찬 손잡은 이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친노 좌장으로 통하는 이해찬 무소속 의원과 함께 외교통일 어젠다를 논의한다. 지난 21일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김 의원은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이란 이름의 초당적 의원연구단체를 국회에 등록할 예정이다.

해당 단체는 동아시아가 세계경제 중심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북·중·러를 포함한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을 한국이 선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외교·통일 어젠다룰 세우기 위한 연구모임이다.
대북정책도 함께 다룰 방침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동북아에 대한 지식공유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평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동북아를 묶어내면 북한 문제도 어느 정도 다른 채널로(경색국면이) 풀리지 않겠나 본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김 의원과 동참하는 의원으로는 더민주 내 중도서향 인사들의 모임인 ‘통합행동’의 박영선, 김영춘 의원과 더민주 내 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김태년, 전재수, 조승래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에는 윤재옥 의원,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참여한다.


다만 김 의원은 각 당 참여의원 면면과 연구단체가 다룰 내용 등에 비춰 대권준비 등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 “연구단체는 그냥 연구단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류측 핵심인사인 이 의원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옛날에 재야 때부터 말하자면 그분이 사수고 나는 조수였다. 당권 등 정치적 문제와는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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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