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담배에 손대는 이유

400원 주고 사서 4000원에 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담배 수만갑을 밀수입해 들여온 조폭들이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헐값에 들여온 담배를 유흥업소와 시장 등에 팔아넘겼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세금 정책으로 인해 동남아로 수출되는 국산 담배는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에 돈 냄새를 맡은 조폭들이 하나둘 담배 밀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담배 8만갑을 밀수해 국내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번 사건은 압수된 수량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조직폭력배까지 개입돼 있어 논란이 가중됐다.

역으로 재판매
청소년에 인기

지난 5월 2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외로 수출된 담배를 밀수해 판매한 조직폭력배 등 15명을 검거해 조직원 김모(38)씨와 유통총책 정모(48)씨 2명을 관세법 및 담배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함모(35)씨 등 국내 유통책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경부터 12월까지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홍콩 등으로 수출된 국산 담배 ‘에세’, ‘레종’과 해외 담배 ‘말보로’ 등 10여가지 담배 8만갑, 시가 4억원 상당을 밀수입해 유통했다.

국내 밀수 총책인 김씨는 캄보디아로 출국해 해외 밀수 총책인 용모(38)씨에게 직접 담배 밀수 자금을 전달하고 수출된 국산 담배 등을 인천항 등을 통해 밀수할 것을 지시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정식적으로 수출되는 국산 담배의 가격은 400∼700원가량. 우리나라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국내로 밀수된 담배는 경기 하남의 물류창고에 보관되면서 함씨 등 13명을 통해 강남 유흥업소나 사우나 등에서 한 갑당 3000∼4000원 정도에 판매됐다. 담배 한 갑당 가격은 평균 시중 판매가격인 4500원보다 38%나 저렴하다. 이번 범행에는 밀수부터 보관, 운반, 판매 등 전 단계에 걸쳐 조직폭력배들이 가담했다.


면세 담배 2933만갑(시가 664억원)을 빼돌려 국내에 유통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일당 중에는 면세 담배를 판매하는 담배회사 KT&G 간부와 전주지역 조직폭력배가 끼어 있었다. 2014년 8월 인천지검 외사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선원 용품업자 김모(42)씨와 KT&G 중부지점장 강모(47)씨 등 6명을 관세법 위반과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도·소매업자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유통총책인 전주 월드컵파 조직폭력배인 김모(39)씨를 지명수배했다.

선원 용품업자 김씨 등은 2010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면세 담배 2933만3500갑을 중국에 수출할 것처럼 신고한 뒤 국내로 반입해 팔았다. 김씨 등은 1갑당 900원인 면세 담배 겉포장에 새겨진 ‘DUTY FREE’ 글씨 위에 KT&G의 위조 바코드를 붙인 뒤 1갑당 2500원에 판매하거나 일부는 면세가격으로 유통했다. 당시 정상 담배 한 갑은 2250원에 출고돼 소비자에게 2500원에 판매됐다. KT&G로부터 면세 담배를 공급받아 빼돌린 김씨는 40억원, 유통총책인 김씨는 150억원을 챙겼다.

KT&G 간부인 강씨는 면세 담배를 건넨 대가로 선원 용품업자 김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1억3917만원을 받았다. 담배사업법상 면세 담배는 외교사절, 국군, 경찰, 교도대원, 해외취업 근로자, 외항선 선원, 국제항로 항공기, 주한 외국군, 북한 지역을 왕래하는 관광객 등에 한해 공급된다. 하지만 밀수입된 면세 담배는 도매상과 위조책, 소매상 등 점조직 형태로 유통됐으며 이 과정에서 국고로 귀속돼야 할 세금이 밀수 사범과 유통 사범들에게 흘러가 막대한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

해외에서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담배도 문제다.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불법으로 생산한 뒤 유명 국내외 담배 브랜드를 붙여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담배의 적발 액수만도 지난 3년간 12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가짜 담배가 활개 치는 일부 동남아 국가들과 인접해 있으므로 실제 국내 유통량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아 수출품 싸게 구입해 국내로 밀수
돈 되니…전국구 형님들 경쟁적으로 개입

최 근에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힙합’ ‘블랙 데블’ 등 향기 담배도 등장했다. 진품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청소년층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린다.위에서 언급한 사건과 현상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하나같이 조폭들이 연루돼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폭들이 담배밀수사업에 흥미를 느끼고 뛰어들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조폭들은 여러 가지 밀수사업을 하고 있었다.
 

적발 현황만 살펴봐도 이듬해 10배가량 폭등했고, 지난해에는 60억원을 넘어섰다. 유통 공간도 유흥주점과 PC방 등을 벗어나 일반 소매점까지 뿌리내렸다. 온라인 판매를 활용하면 청소년도 손쉽게 살 수 있다. 경찰은 생산·유통 과정에 각국 조폭이 연계돼 수익금 중 상당 부분이 이들의 운영 자금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가짜 담배는 정교하게 위조돼 식별이 곤란한 데다 유통이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이뤄져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짜·밀수 담배는 줄잡아 30여종. 서울 N재래시장과 부산 G시장은 물론 경기 안산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은 중간유통조직을 쫓고 있지만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 가짜 담배에도 인기품목이 있다. ‘던힐’ ‘마일드세븐’ ‘카멜’ 등 외산 담배와 국산 ‘에세’ ‘레종’ 등이 인기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힙합’ ‘블랙 데블’ 등 향기 담배도 등장했다. 진품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청소년층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린다.위에서 언급한 사건과 현상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하나같이 조폭들이 연루돼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폭들이 담배밀수사업에 흥미를 느끼고 뛰어들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조폭들은 여러 가지 밀수사업을 하고 있었다.

날개 돋친 듯…
뒷골목서 팔린다

대표적인 물품이 마약류다. 국내 폭력조직은 미국 마피아, 일본 야쿠자, 중국 삼합회 등 기업형 국제범죄조직과 달리 마약류 범죄 개입을 금기사항으로 여겼지만, 2010년도부터 조폭이 마약밀매와 밀수에 개입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조폭들이 담배사업으로 눈길을 돌린 건 높은 수익률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발됐을 때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적발된 담배 밀수는 287건으로, 2014년과 비교해 네 배 이상 뛰었다. 2014년에 적발된 담배 밀수는 40여 건이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담배사업법에 따라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불법 밀수 담배는 블로그와 해외서버를 이용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도 판매된다. 이들은 KT&G를 비롯해 BAT, JTI 등 국내 유통 중인 담배들 대부분을 판매한다.

불법 밀수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2900원가량에 담배 1갑을 판매하고 있다.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담배 가격은 4500원가량이다. 4500원 가격 제품 기준 소비세가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33원, 개별소비세 594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폐기물부담금 841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같은 불법 면세 담배는 주로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홍콩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입된다. 선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담배를 집화장에서 넘겨받은 뒤 세관 신고 없이, 국내에 되파는 방식이다. 이들은 국제여객터미널을 오가며 면세 담배를 밀수입한 뒤 세관 신고 없이 국내로 유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 여행객 등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구매한 뒤 되팔아 넘기는 일도 발생한다. 면세 담배 구매 시 1인당 살 수 있는 물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을 이용한 담배 판매는 불법이지만 이들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과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 중 일부는 회원제를 통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곳도 있으며, 해외사이트에서만 해당 사이트가 검색되도록 하는 방법도 이용하고 있다.

돈냄새 맡고
조직들 연루

이렇다 보니 돈만 떼이고 물건은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불법인 걸 알면서도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다 피해를 보는 것이다. 불법 거래 사이트 다수는 계좌 이체를 통한 결제만 가능하게 운영하고 있다.

입금과 물건 도착, 궁금한 점은 홈페이지상에서만 문의할 수 있다. 또 갑작스럽게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우도 있어, 돈만 송금하고 물건을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판매와 구매 행위 모두 불법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보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체들의 하소연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담배는 모두 불법이지만 수사권이 있다거나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제조사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입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인상된 담뱃값은 세금 인상이었기 때문에 제조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담배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런 일들이 늘어나다 보니 업계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출시 기념 할인 이벤트 같은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담배판매인연합회 측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활동하다 보니 현재로써는 피해 규모와 불법행위를 모두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부 지방 판매업자 중에서는 이를 발견해 직접 고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밀수 담배 판매는 과거에도 암암리에 존재했으나, 지난해 국내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것이 막무가내식의 담뱃값 인상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인상된 가격에 포함된 세금이 늘어났지만, 흡연율 감소는 미비한 상태다. 담뱃값 인상 직후에는 담배판매량이 2014년 하반기 대비 8억갑이 줄어든 14억갑 정도였지만, 하반기에는 4억갑을 회복하며 18억6700만갑이 팔렸다. 단순한 가격정책만으로 금연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거둬들인 세수로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업구성에 사용한 예산이 28.4%에 불과해 금연을 이유로 걷은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세수 적자를 메웠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2015년 10조53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3% 증가한 수치다.

가짜 담배 판쳐도 속수무책
유흥가·온라인 판매 성행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세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세청에서는 국내 담배제조사인 케이티앤지(KT&G), 비에이티(BAT)코리아, 한국필립모리스와 위조·면세 담배의 밀수 및 불법유통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과 국내 3대 제조사는 업무협의를 위한 전담창구를 지정하고, 상호 정보교류를 통한 단속협력 기반을 마련해 불법행위를 예방할 방침이다.

먼저 제조사는 수출용 담배의 수출 선(기)적 수량을 수출 신고한 대로 적정하게 공급하며, 선(기)용품(당해 선박(항공기)에서만 사용되는 식품, 연료, 소모품 등 ) 면세 담배 취급업체에도 용도에 맞게 적정 수량으로 공급해 부정유출 요인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 관세청과 수시로 협의회를 개최해 담배 국내외시장 유통동향 등 정보를 교환하고 담배 불법유통 시중 단속 시 서로 협력(제조사의 담배식별 전문가가 현장에서 위조담배 식별)할 계획이다.

“대책이 없다”
관세청 골머리

관세청은 면세 담배 취급업체 현장을 점검하고 그 종사자에 대한 지도 교육을 하며, 밀수 및 불법유통 등을 근절하는 데 이바지한 업체 및 직원에게는 표창 또는 포상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이번 양해각서(MOU) 체결로 국내 담배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국가재정수입을 확보함으로써, 지하경제 양성화 및 부정부패 척결 등 국정 과제를 달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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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