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키맨 손학규 쟁탈전

‘손 잡아라!’ 피 튀기는 구애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정계개편 핵으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손 전 고문의 고민도 깊어졌다. 손 전 고문이 확실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를 둘러싼 쟁탈전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국민의당으로 입당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어젯밤 목포 이난영 가요제 관람 후 손 전 대표 지지자 30명과 막걸리를 마시고, 둘이서 호텔 커피숍에서 약 50분간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국민의당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손 전 대표는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느냐는 저의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며 “그러나 손 전 대표는 향후 자신의 문제에 고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저는 느꼈다”고 적었다.

양당 러브콜
어디로 가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손 전 고문 러브콜 행렬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손 전 고문을 향해 “우리 사회는 정치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능력을 가진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는 한 언론사의 ‘손학규 전 고문을 왜 영입하려고 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양극단이 정치 변화를 막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진보, 보수, 중도 후보들, 영남, 수도권, 호남 후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그런 플랫폼 정당이 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게 진심”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영입을 통해 외연확장을 노린다는 생각이다. 손 전 고문은 2007년 새누리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행정경험도 풍부하다. 이후 보수진영의 대권주자에서 진보진영의 대권주자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손 전 고문은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중도노선의 리더가 됐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군 토굴에서 칩거했으나 지난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판짜기’를 언급하면서 정계 복귀를 언급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게이오대 특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새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또 진정한 노력을 담아내는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정계복귀를 시사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당 저돌적 대시 “제발 와달라”
더민주 복잡한 셈법 “의사표시 좀요”

국민의당이 유독 손 전 고문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대구·경북(TK) 연합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중도층이 반 총장 지지로 이동하면서 국민의당도 대응 전략이 절실해진 상태다.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을 영입함으로써 중도층의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이 합류한다면 외연확장과 내년 대선 경선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또한 국민의당은 실질적 대주주 안철수 대표라는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다. 하지만 안 대표 혼자서 1년6개월여 남은 대선 정국을 끌고 가면서 대선 경선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손 고문의 합류는 대선 경선 흥행과 대선 러닝메이트를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주자 결정 과정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필패(必敗)’라는 우려가 적잖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경선에도 선택지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재 국민의당 의석은 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호남에 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단순 흥행용?
거룩한 계륵?

국민의당이 손 전 고문 러브콜을 보낸 데 이어 더민주에서는 친 손학규계를 중심으로 한 복귀 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하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저울질했다.

이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칼퇴근법’은 손 전 고문이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과 연관이 있다. 이 의원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손 전 고문의 뜻을 받드는 것이자 다시 정계로 돌아올 그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손 전 고문의 더민주 복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손 전 고문에 대해 “손 전 고문이 정치를 정면에서 할 것인지, 정말 은퇴를 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진에서 많이 칩거하시면서 생각도 많이 했고 또 고민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지금은 저희 당 소속으로 되어 있지 않나. 모호하게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전 고문이 제4지대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 총무본부장은 “더민주에 오는 게 더 좋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더민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 “와서 나쁠 건 없지만, 오지 않더라도 그분들이 잘 해주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대표가 다시 들어오는게 좋다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분(손 전 고문)은 정계복귀를 안 했으니까 아직 거론하기 이르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더민주 당 내에서는 손 전 고문의 당내 복귀를 바라면서도 손 전 고문이 확실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전혀 다른 길 선택?
정-손 연대설 솔솔∼

하지만 정작 그가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세력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화답해 합류하게 되면 더민주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 있다.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민주 내 수도권 지지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손 전 고문이 친노·친문세력에 떠밀려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그림이 그려질 경우 친노패권주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고문이 더민주로 복귀할 경우에 대한 걱정도 있다. 대권 주자로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손 전 고문이 비노 및 비주류를 대표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주류 세력인 친노·친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대권 후보군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손 전 고문까지 대결 양상을 펼친다면 대선 경선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친노·친문 세력에 칼을 겨눌 수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도 더민주 주류에게는 부담을 다가온다.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밝히면서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야권 인사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갈 경우 더민주를 흔들고 압박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화-손학규
‘제4세력화’

야권이 구애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설이 떠올랐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퇴임하면서 ‘제4세력화’에 나섰다. 정 전 국회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쓴 김택환 교수의 <21세기 대학민국 국부론>이란 책을 19·20대 의원 전원에게 선물했다.

최근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론’을 제시했던 정 전 의장과 손 전 고문이 결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정 전 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썼다는 걸 몰랐다”며 “의장 직속 국회 미래전략자문위원이었던 김 전 교수가 좋은 책을 썼다기에 미래전략자문 결과보고서를 보내면서 같이 보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둘의 연대설이 제기 된 이유는 ‘개헌론’이라는 교집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개헌논의를 제안했다. 손 전 고문은 내년 대선의 화두를 개헌론으로 제시하면서 개헌론을 통한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도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앞으로 권력구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이라며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향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 ‘제4세력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 전 고문이 정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는 없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의 목포 회동과 관련해 지난 6일 “(손 전 고문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하지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싱크탱크와 손 전 대표의 새판짜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차피 이제 정권 재창출, 혹은 정권 교체의 시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러가지 문제제기나 토론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토론이 전 국민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활성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그렇게 주장하고 희망하는 대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 여기에 대해 가장 충실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과 능력이 있는 세력을 제시하는 쪽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손 전 고문의 세력화에 대한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아직 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몸값 올리고
관망 한다?

최근 손 전 고문의 행보를 두고 더민주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론이 나올 때마다 ‘몸값’이 올라가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선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대권도전?

손학규는 1947년 생으로 교사로 근무하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경기중·고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생들과 함께 시청 앞 국회의사당에서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했다. 19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여해 무기 정학을 받기도 했다. 훗날 복학 한 그는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 고 김근태 의원과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손학규는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 보궐 선거를 통해 경기도 광명시 국회의원이 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진보진영에 둥지를 틀고 제17대 대통령 선거 국민경선에 참여했지만 정동영 의원에게 낙선했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을 이끌었지만 299석 중 81석을 얻는 데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했다. 이후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이던 2012년 6월 14일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학규는 문재인에 패해 대선주자가 되지 못했다. 2014년 7·30 수원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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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