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에너지 공기업 헛발질 실태

직원은 돈잔치 회사는 빚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에너지 공기업은 표적이 되기 일쑤. 더욱이 지난해 에너지 공기업들의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 규모였음이 드러나자 비난의 화살이 거세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공기업의 총 당기순이익 규모는 약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에너지 공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기업 순손실 1위부터 3위까지를 에너지 공기업들이 독식한데다 이들의 순손실 규모를 합치면 약 12조3595억원에 달한다.

부채만 12조

2014년 2993억원 수준이었던 한국수자원공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5조7956억원 순손실로 전환됐다. 불과 1년 만에 순이익이 6조원 이상 빠진 셈이다. 한국석유공사(4조5003억원)와 한국광물자원공사(2조636억원) 역시 대규모 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석유공사는 유가 하락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 장기 유가전망치 하락에 따른 개발사업부문 자산손상 등이 겹치면서 창사 이래 가장 큰 손실규모를 기록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니켈 등 주요 광물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투자 지분가치가 하락한 게 악재로 되돌아왔다. 한국전력공사(13조4164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9801억원), 인천국제공항공사(7714억원) 등 상당한 순이익을 기록한 곳들과 대조를 이뤘다.

에너지 공기업은 부채규모에 있어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석유공사는 전년 대비 2.6% 늘어난 19조96억원으로 5위였고, 광물자원공사는 14.9% 증가한 4조6206억원으로 8위였다.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맡았다가 부채규모가 폭증한 수자원공사는 정부의 부채지원방안에 따라 1년 전과 비교해 1.4% 소폭 줄어든 13조2732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부채규모 순위는 7위로 여전히 높았다.


문제는 에너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수년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했던 ‘201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보더라도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공기업 3곳(한국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한국중부발전)이 모두 에너지 공기업이었다.

전체 공기업 중 순손실 상위권 차지
수자원·석유·광물공사 부실덩어리

이렇게 되자 뼈를 깎는 경영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실적이 저조한 에너지 공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은 에너지 공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나 마찬가지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 산업부는 지난 2월부터 성과연봉제 추진협의회를 구성한 뒤 노동조합 등과 협의를 통해 성과연봉제 강행의 뜻을 수차례 내비쳤다. 그사이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지역난방공사 등과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등 발전 5사는 이미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다만 상당수 에너지 공기업들은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고 성과연봉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노조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 사안을 노사 합의 없이 강행해 법적 분쟁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법조계 역시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판례를 근거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반드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개정할 경우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노조와 법조계는 공기업들이 이를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조조정 잰걸음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도입실적 부풀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은 현 정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부처의 눈치보기가 적극 개입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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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