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8>

“동이씨, 나랑 하기 싫어?”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호빠 선수들에게 돈은 너무 쉬운 것이었다
명자씨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가슴과 따로 노는 몸

화장실에는 아까 했던 토악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단 그것부터 씻어 내면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그냥 잠자리를 해야 하나? 아니면 어떤 핑계를 대지? 그렇다고 이런 순간에 무슨 핑계를 댈 수 있단 말이야?
샤워를 하기 위해 팬티를 벗는데 안에서 수표가 나왔다. 어젯밤 받은 팁이었다. 아, 드디어 어젯밤의 일들이 조금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고 진 사람이 벌칙을 받곤 했었다. 얼음을 입에 넣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상대 파트너와 주고받기, 몸의 일부에 마요네즈를 발라놓고 빨아먹기, 몸속에 숨겨놓은 물건 찾기…. 손에 쥐어져 있는 수표들은 모두 그런 벌칙들의 대가였다. 순간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돈이란 게 이런 건가? 너무 쉽게 벌어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것, 그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호빠 선수들에게 돈은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 오늘 번 것을 오늘 다 써도 상관없다. 내일 출근하면 또다시 수십만원을 빵빵하게 지갑에 채울 수 있으니까. 푼돈만이 아니다. 스폰서 하나 제대로 잡으면 최소 1억의 전세집에 외제차 정도는 기본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스폰을 잡을까’에 골몰한다. 그들에게는 돈이 곧 행복이었고, 그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공사’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스폰서가 생기면, 작은 스폰서는 어김없이 내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더욱 더 선수들에게 매달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빚을 내서 선수들에게 갖다 바치고, 선수들은 그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오묘한 것은 그 이후의 전개과정이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큰 스폰서를 물어서 ‘들어앉는다’고 해보자. 여기에서 들어앉는 건 함께 동거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이것이 공사의 완성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공사의 끝물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함께 살다보면 보기 싫은 모습도 보게 되고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환상도 깨지게 마련이다. 왠지 무능력해보이기도 하고 늘 함께 있으니 예전에 보았던 매력도 없어진다. 그때부터 여자의 눈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호빠 선수들이 아닌가.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 그 선수는 버림을 받는다. 그렇게 버림받은 선수는 다시 호빠로 향하게 마련이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호빠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왕자’가 되어 있는 선수들이 일반 직장인의 한 달 월급으로는 절대로 성이 차지 않기 때문이다. 시원한 샤워물줄기가 그나마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바로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버림받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공사를 칠 것인가, 단물을 빼먹힐 것인가?
욕실에서 나갔다. 명자씨가 길게 담배를 내뿜으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여자가 무섭다는 느낌…. 남들이 들으면 우스울지 모르지만, 공사를 앞둔 나의 상황으로서는 정말로 옷을 벗고 누워있는 명자씨의 모습이 무서웠다.

■ 돈 냄새 맡은 선수들
그런데 역시 명자씨는 프로였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이씨,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동이씨, 나 직설적인 성격인 거 알죠? 그냥 물어볼게요.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나를 만나기 이전에도 호빠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을지도 모른다. 순간 동료 선수인 ‘훈이’의 말이 생각났다. 여자들이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는 건 선수들의 ‘간’을 보기 위해서라고. 그럴 때는 필요한 게 없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싼티가 나지 않고 더 큰 공사를 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명자씨가 계속해서 물어봤다.
“고급빌라? 외제차? 뭐가 필요해요?”
“어, 전 필요한 게 없는데요.”
명자씨가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사실 명자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선수들은 부지기수다. 그녀의 돈 냄새를 맡은 선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에게 공사를 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런 걸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선수들은 나한테 잘 보이려고 안달인데… 동이씨는 안 그러네… 생각보다 순진하네! 호호”
명자씨가 내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남자의 욕망을 자극시킨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게 맞는 일인지 더 의심이 든다. 지금 이 한 번의 잠자리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은영씨의 빚도 못 갚는 무능력한 남자가 되는 건 아닐까?
그때 또다시 ‘훈이’라는 녀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녀석은 한 번의 잠자리로 여지없이 ‘지명’이 짤리고 공사가 물 건너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잠자리를 너무 일찍 끝낸 것이 화근이었다고 한다. ‘일’을 마친 후 손님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 그냥 앞으로는 친구로 지내자.”
훈이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행위 도중에 자세를 자주 바꿨다고, ‘그곳’에 인테리어를 너무 많이 했다고 짤린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심지어 입 냄새가 많이 난다고 구박받고 더 이상 지명을 해주지 않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의 잠자리가 오히려 공사를 떠나서 영원히 지명의 자리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눈을 감고 내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 명자씨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렇게 했다가는 나도 그 처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 순간 최후의 방법이 떠올랐다. 입술이 거의 포개어질 무렵, 그래서 격정적인 순간이 다가올 그 즈음에 내가 입을 뗐다.
“명자씨… 전 명자씨를 사랑해요. 저에겐 너무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녀가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이런 싸구려 모텔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식으로 우리가 하나가 되면, 이제 앞으로 저는 명자씨를 함부로 대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런 관계가 함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소중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사이로 발전해나갔으면 해요.”
일단 이 말은 명자씨에게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불붙은 여자의 욕망은 그리 쉽사리 잠재울 수 없는 듯 했다. 명자씨는 ‘그래도 난 동이씨가 갖고 싶어’라며 더욱 거세게 몸을 밀착해봤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뭔가 낌새가 이상했는지 그녀가 갑자기 쏘아붙였다.
“동이씨, 나랑 하기 싫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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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