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땅굴 판 사연

공장으로 통하는 비밀통로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휴전선 근처에서나 볼 줄 알았던 인공땅굴이 남한 한복판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탄생 동기는 불순하지만 효용가치는 꽤나 커 보인다. 다만 땅굴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증폭되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문제다. 횟수로만 18년째. 자칫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막대한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음성삼성농공단지가 조성된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 상곡리 일대에는 국내 1등 침대회사인 에이스침대의 본사 겸 주력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1995년부터 1일 1000개 이상의 침대매트리스를 생산해 온 음성공장은 첨단 전자동 무인 매트리스 생산라인을 보유한 국내 침대역사의 산증인이다. 단순히 첨단설비만 갖춘 게 아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지하땅굴이 음성공장의 핵심부를 관통하고 있다.

도로 밑 관통

문제의 땅굴은 1999년 축조된 구조물이다. 안타깝게도 해당 땅굴은 조성 무렵부터 불순한 의도로 제작됐다. 당시 에이스침대는 제조공장에서 물류창고를 잇는 지하 땅굴을 만들면서 당국의 허가를 과감히 생략했다. 당연히 해당 지자체에서 취한 그 어떤 안전검사도 없었다.

이렇게 조성된 땅굴은 그간 공장과 물류창고를 잇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물류 운반을 위해 먼 길을 돌아가는 수고를 감내했지만 땅굴이 개통되자 불편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별 탈 없이 사용되던 땅굴이 세간에 알려진 건 조성된 지 수십년이 지난 뒤였다. 2012년 9월 매체를 통해 땅굴의 존재가 수면위로 부각된 것이다. 에이스침대는 놀랄 만큼 빠른 사태수습 능력을 보여줬다. 땅굴의 존재가 알려지기 직전인 2012년 4월 양성화 신청을 제출했고 해당 지자체인 음성군 역시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음성군이 에이스침대에 땅굴 사용 허가를 내주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일주일에 불과했다.


물론 불법으로 땅굴을 사용한 만큼 소정의 벌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벌금으로 책정된 액수 땅굴을 통해 에이스침대가 이득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으로 땅굴을 축조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폭리를 취했는데 정작 별다른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고 곧바로 합법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며 “당시 에이스침대를 향한 수많은 루머가 떠돌았던 것도 결국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돌아가기 힘들어…몰래 지하도로 조성
불법서 합법으로…사고 날까 조마조마

하지만 땅굴이 합법화됐다고 해서 모든 잡음이 자취를 감춘 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땅굴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총 길이 약 140m에 이르는 해당 땅굴은 지방도로인 ‘상곡로’ 하단부를 관통한다. 상곡로 지면과 땅굴 상단 사이에는 불과 1.5m 남짓한 공간이 있을 뿐이다. 내부 폭은 3.8m, 높이는 2m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에이스침대는 물류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컨베이어 시스템까지 장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상곡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특성이다. 에이스침대가 위치한 음성군 삼성면 일대에는 음성삼성농공단지가 조성돼 있다. 에이스침대뿐만 아니라 몇몇 기업이 이미 근방에 자리 잡았고 물류 운송차량의 이동 모습은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다. 확인 결과 에이스침대 근방에 위치한 문구업체 물류창고의 운송차량은 땅굴 바로 위에 있는 도로를 주된 통로로 이용하고 있었다.

통상 대형 운송차량의 잦은 이동은 하중에 영향을 주고 도로 안전에 위험요소가 된다. 하물며 땅굴로 인해 도로 밑단이 뚫린 곳이라면 섣불리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 해당지역 도로 붕괴에 따른 인명피해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콘크리트는 인장력(물체를 좌우로 잡아당길 때 발생하는 힘)이 약한 까닭에 균열이 쉽게 생긴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철근으로 보강한 콘크리트라 할지라도 균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면 하중을 받지 못하게 되고 균열은 점점 커진다. 이런 상태에서 균열을 통해 수분이나 염분 등이 침투하면 철근은 부식되고 구조물의 내구성은 저하된다. 해당 땅굴의 벽면은 두께 20c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이스침대 측은 일부에서 지적하는 안전문제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미 양성화된데다 합법적으로 땅굴을 사용한 시점에서부터 철저한 점검을 거쳤기 때문에 일부에서 언급하는 안전문제는 억측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에이스침대 “걱정마”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지하시설물(땅굴)은 국토해양부에서 지정한 안전진단전문기관에서 구조안전진단을 받고 매월 2회에 걸쳐 자체 안전진단을 수행하는 상태”라며 “사람들이 우려하는 안전문제는 걱정거리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단독> 에이스침대 허위광고 적발
공정위 심사관 전결 경고
세계유일·친환경 문구 위법

에이스침대가 위법한 행위를 저질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에이스침대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던 광고문구 상당수는 허구에 가깝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지난 2월17일 공정위는 에이스침대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에이스침대가 충북 음성공장 입구의 입간판에 ▲‘세계 유일의 연속식 전기 열처리(300℃ 이상)’라고 광고 ▲2008년 5월1일부터 2014년 1월31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침대 제품을 ‘친환경 침대’, 2014년 2월1일부터 4월29일까지 ‘친환경 생활가구’라고 광고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침대 제품이 ‘세계 최초로 ISO 9001 인증’을 받았다고 광고한 점 등을 지적했다.

공정위는 에이스침대의 행위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경고 조치를 취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공정위에서 제기한 내용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업계는 공정위의 조치가 에이스침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이미지가 과학, 최신, 친환경 등으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침대는 공정위 결정 사안을 의무 이행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소극적인 상황이었다.

에이스침대 측 관계자는 “친환경 문구는 당초 매트리스에 국한된 내용이었지만 인증기관 자체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린 사례고 ISO 9001 인증은 구체적인 입증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권고조치가 내려진 사안”이라며 “해당 내용들은 시정 조치가 끝난 상태고 경고 조치 자체가 해석의 문제인데다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심사관 전결 경고’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사건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정식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심사관 전결로 무혐의, 경고조치 등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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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