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0)자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혹한 정치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입국 부분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듯합니다.”

주선의 확신에 찬 답에 두 사람 모두 표정을 밝게 했다.

“비자 문제는 어찌 처리하렵니까? 들은 바로는 영사관 요주의 인물이라 하던데요.”

강철의 질문을 받은 동일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어 문석원이 아닌 일본인 고타로 명의로 입국하리라는 사실에 대한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강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동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의 일 즉 문석원이 한국에 입국하기까지의 일은 차 사장께서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특보께서는 초청장을 포함하여 행사장에서의 일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시고 저는 차 사장과 일본에서의 일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입국하여 8월 15일 행사 참석 전까지 일정을 소화해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실장께서 차 사장의 의향을 타진하라 하셨는데 일이 마무리되면 어떻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주선이 답에 앞서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동일을 바라보았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추후 결정하도록 하지요.”

“이 역시 기간이 있느니 만큼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시고 오늘은 상견 겸해서 허심탄회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요.”

“여하튼 대한민국의 운명이 우리에게 달려 있으니 소신을 가지고 성심성의를 다합시다.”

동일에 이어 강철이 힘주어 말하자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한날 저녁 아내와 아들을 대동하고 큰형 정수와 둘째 형 동원과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 집을 나섰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집 이 층에서 어머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석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며느리의 손을 잡은 손자의 모습이 보이자 서둘러 일층으로 내려왔다. 할머니의 모습을 확인한 신일 역시 제 어머니의 손을 벗어나 뒤뚱대며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가게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지난해 말부터 어머니는 카바레를 운영하고 있던 터였다.

“너희들 온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러니 어서 들어가자.”

어머니가 석원이 타고 온 페블리카 승용차와 손자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신수가 훤해 보이는구나.”

자리를 잡자마자 손자를 안아든 어머니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 게요.”


“왜?”

“걱정하실까봐 그렇지요.”

“내가 걱정할 일이라도 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나중에 일이 완성되면 시원하게 말할 테니 조금도 걱정 말아요.”

석원이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소식을 접한 둘째 형 동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편치 않은 시선으로 석원을 바라보았다.   

“너는 동생을 바라보는 표정이 어째 그러니?”

“오랜만에 보니 그러지요. 그리 먼 곳에 살지도 않는데 자주 찾아보지 않으니 그럽니다.”

동원이 애써 자신의 표정을 죽이며 얼버무렸다.

“큰형은 아직 퇴근 전인 모양입니다.”

“아직 학원 수업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얼추 끝나갈 시간이 되었으니 곧 올게다.”

큰 형은 오사카 시내에서 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던 터였다.

“지금 술상이라도 봐오라 할까?”

어머니의 질문에 석원이 동원의 얼굴을 주시했다.

“오래지 않아 형이 도착할 테니 조금 이따가 상을 차리시지요.”

동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기척이 들리더니 큰형이 들어서고 있었다.

조총련과 연대, 다가온 거사일
선생님 둘러싼 3국의 눈치작전


“형도 양반되기는 틀렸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

석원이 어색하게 말을 건네자 정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지금 어머니와 둘째 형과 형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정수가 싱긋이 웃어주며 잠시 대화를 나누다 삼형제가 술자리를 갖기 위해 옆방으로 이동했다.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위장이 조금 좋지 않아서.”

“네가 무슨 위장이 좋지 않다는 말이냐?”

동원이 의혹의 눈초리로 말문을 열자 정수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성 위장병이라 하더라고.”

“그런데 근 한 달여를 입원 치료받았다는 말이냐?”

동원의 재차에 걸친 질문에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너 요즘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시도 때도 없이 조총련 사람들과 어울린다던데.”

“조총련이라니!”

정수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시점에 정수의 처가 조촐하게 술상을 차려 들어오고 있었다. 삼형제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이어 술자리를 본 정수의 처가 물러나자 정수가 술병을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정수가 모두의 잔을 채우고는 혼자 잔을 들어 비워냈다.

“한청 관련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석원이 지금 조총련 사람들과 뭔가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동원의 설명에 정수가 손수 자신의 잔을 채우고 석원을 빤히 주시했다.

“별 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윤대중 선생을 다시 일본에 모실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있어. 그래서 그 일로 조총련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거야.”

“단지 그 사유 때문이냐?”

“그렇다고 해도.”

동원의 연이은 추궁에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그러면 지금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설명할래.”

“그게 무슨 말이야?”

“얼마 전부터 네 씀씀이가 이해되지 않아 그런다. 승용차부터 시작해서 네게 과분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냐.”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수가 다시 잔을 비워내자 동원 역시 잔을 비워냈다. 

“석원아!”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석원을 부르는 정수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 있었다.

“큰형은 또 왜 그래?”

“네 설명이 이해되지 않아 그런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하도 윤대중, 윤대중 하기에 내 요로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남조선에서 일본에서 하도 시끄럽게 굴기에 윤대중이란 사람을 다시 일본으로 보내고자 했는데 일본 정부에서 거부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네 이야기는 무슨 소리냐?”

석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형은 그 이야기 어디서 들었는데?”

“어디서 들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그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거 나도 알고 있다.”

동원이 거들고 나서자 순간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네가 지금 무슨 일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겠냐?”

“나는….”

“마저 말해봐!”


“방금 이야기한 대로 윤대중 선생 다시 일본으로 모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동원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석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너 조총련 애들 어떤지 모르냐?”

“그 사람들이 어때서.”

석원이 분위기를 만회하려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 없이 내팽개치는 그들의 속성을 정말 모른다는 말이냐!”

답변이 궁색한 석원이 기어코 자신의 술잔을 비워냈다.

“동원이 이야기 잘 새겨듣도록 해라. 지금 일본 내에서 조총련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아. 일전에 벌어졌던 의장과 조카사위와의 일도 그렇고.”

“그리고 이제는 가족을 생각해야지 않겠냐. 잠시 전에 보니까 제수 씨가 임신한 듯한데.”

두 형의 이야기에 석원의 표정이 더욱 어둡게 변해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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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