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0)자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혹한 정치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입국 부분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듯합니다.”

주선의 확신에 찬 답에 두 사람 모두 표정을 밝게 했다.

“비자 문제는 어찌 처리하렵니까? 들은 바로는 영사관 요주의 인물이라 하던데요.”

강철의 질문을 받은 동일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어 문석원이 아닌 일본인 고타로 명의로 입국하리라는 사실에 대한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강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동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의 일 즉 문석원이 한국에 입국하기까지의 일은 차 사장께서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특보께서는 초청장을 포함하여 행사장에서의 일을 전적으로 책임져 주시고 저는 차 사장과 일본에서의 일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입국하여 8월 15일 행사 참석 전까지 일정을 소화해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실장께서 차 사장의 의향을 타진하라 하셨는데 일이 마무리되면 어떻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주선이 답에 앞서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동일을 바라보았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추후 결정하도록 하지요.”

“이 역시 기간이 있느니 만큼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시고 오늘은 상견 겸해서 허심탄회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요.”

“여하튼 대한민국의 운명이 우리에게 달려 있으니 소신을 가지고 성심성의를 다합시다.”

동일에 이어 강철이 힘주어 말하자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문석원이 한날 저녁 아내와 아들을 대동하고 큰형 정수와 둘째 형 동원과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 집을 나섰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집 이 층에서 어머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석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며느리의 손을 잡은 손자의 모습이 보이자 서둘러 일층으로 내려왔다. 할머니의 모습을 확인한 신일 역시 제 어머니의 손을 벗어나 뒤뚱대며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가게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지난해 말부터 어머니는 카바레를 운영하고 있던 터였다.

“너희들 온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러니 어서 들어가자.”

어머니가 석원이 타고 온 페블리카 승용차와 손자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신수가 훤해 보이는구나.”

자리를 잡자마자 손자를 안아든 어머니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 게요.”


“왜?”

“걱정하실까봐 그렇지요.”

“내가 걱정할 일이라도 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나중에 일이 완성되면 시원하게 말할 테니 조금도 걱정 말아요.”

석원이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소식을 접한 둘째 형 동원이 방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편치 않은 시선으로 석원을 바라보았다.   

“너는 동생을 바라보는 표정이 어째 그러니?”

“오랜만에 보니 그러지요. 그리 먼 곳에 살지도 않는데 자주 찾아보지 않으니 그럽니다.”

동원이 애써 자신의 표정을 죽이며 얼버무렸다.

“큰형은 아직 퇴근 전인 모양입니다.”

“아직 학원 수업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얼추 끝나갈 시간이 되었으니 곧 올게다.”

큰 형은 오사카 시내에서 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던 터였다.

“지금 술상이라도 봐오라 할까?”

어머니의 질문에 석원이 동원의 얼굴을 주시했다.

“오래지 않아 형이 도착할 테니 조금 이따가 상을 차리시지요.”

동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기척이 들리더니 큰형이 들어서고 있었다.

조총련과 연대, 다가온 거사일
선생님 둘러싼 3국의 눈치작전


“형도 양반되기는 틀렸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

석원이 어색하게 말을 건네자 정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지금 어머니와 둘째 형과 형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정수가 싱긋이 웃어주며 잠시 대화를 나누다 삼형제가 술자리를 갖기 위해 옆방으로 이동했다.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위장이 조금 좋지 않아서.”

“네가 무슨 위장이 좋지 않다는 말이냐?”

동원이 의혹의 눈초리로 말문을 열자 정수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성 위장병이라 하더라고.”

“그런데 근 한 달여를 입원 치료받았다는 말이냐?”

동원의 재차에 걸친 질문에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너 요즘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시도 때도 없이 조총련 사람들과 어울린다던데.”

“조총련이라니!”

정수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시점에 정수의 처가 조촐하게 술상을 차려 들어오고 있었다. 삼형제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이어 술자리를 본 정수의 처가 물러나자 정수가 술병을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정수가 모두의 잔을 채우고는 혼자 잔을 들어 비워냈다.

“한청 관련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석원이 지금 조총련 사람들과 뭔가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동원의 설명에 정수가 손수 자신의 잔을 채우고 석원을 빤히 주시했다.

“별 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윤대중 선생을 다시 일본에 모실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있어. 그래서 그 일로 조총련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거야.”

“단지 그 사유 때문이냐?”

“그렇다고 해도.”

동원의 연이은 추궁에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그러면 지금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설명할래.”

“그게 무슨 말이야?”

“얼마 전부터 네 씀씀이가 이해되지 않아 그런다. 승용차부터 시작해서 네게 과분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냐.”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수가 다시 잔을 비워내자 동원 역시 잔을 비워냈다. 

“석원아!”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석원을 부르는 정수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 있었다.

“큰형은 또 왜 그래?”

“네 설명이 이해되지 않아 그런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하도 윤대중, 윤대중 하기에 내 요로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남조선에서 일본에서 하도 시끄럽게 굴기에 윤대중이란 사람을 다시 일본으로 보내고자 했는데 일본 정부에서 거부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네 이야기는 무슨 소리냐?”

석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형은 그 이야기 어디서 들었는데?”

“어디서 들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그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거 나도 알고 있다.”

동원이 거들고 나서자 순간 석원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네가 지금 무슨 일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겠냐?”

“나는….”

“마저 말해봐!”


“방금 이야기한 대로 윤대중 선생 다시 일본으로 모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동원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석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너 조총련 애들 어떤지 모르냐?”

“그 사람들이 어때서.”

석원이 분위기를 만회하려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 없이 내팽개치는 그들의 속성을 정말 모른다는 말이냐!”

답변이 궁색한 석원이 기어코 자신의 술잔을 비워냈다.

“동원이 이야기 잘 새겨듣도록 해라. 지금 일본 내에서 조총련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아. 일전에 벌어졌던 의장과 조카사위와의 일도 그렇고.”

“그리고 이제는 가족을 생각해야지 않겠냐. 잠시 전에 보니까 제수 씨가 임신한 듯한데.”

두 형의 이야기에 석원의 표정이 더욱 어둡게 변해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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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