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안철수 대권방정식

대선 직전 친박 쪽으로 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대권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졌다. 안 대표는 그동안 정치공학적인 야권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연대 없이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대선에서도 통할 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가 갑자기 대선 결선투표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란 지적이다. 차기 대선은 바로 내년에 치러진다. 안 대표는 더욱 복잡해진 자신의 대권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까?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총선이 끝난 후 이틀만인 지난 15일 “여야 1대1 구도로는 (새누리당을) 절대 못 이긴다”며 대통령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대선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다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일종의 ‘제도적 후보단일화’다.

이번엔 야합?

안 대표는 그동안 정치공학적인 야권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 대안으로 대선 결선투표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사실 안 대표는 오래 전부터 야권단일화의 대안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검토했었다.

안 대표는 지난 2014년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검토하다가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없던 일이 됐고, 지난 2월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정강·정책을 만들면서 또 다시 대선 결선투표 도입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안 대표 측은 총선 10대 공약 중 하나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포함시키려 했지만 총선공약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류시켰다.

대선 결선투표제가 현행법상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제가 어떤 분은 개헌사항이라고 하는데 어떤 분은 선거법만 바꾸면 된다고 한다”며 “우리는 선거법을 바꾸는 선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법조계에서는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프랑스는 1962년 개헌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고 오스트리아·포르투갈·슬로바키아·체코 등도 헌법으로 결선투표를 규정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혹여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야권연대 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국민의당은 여러 명의 대통령후보가 경쟁하는 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야권 표만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권 표도 상당부분 흡수하기 때문에 후보가 난립하더라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그 가능성이 실제로 입증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상돈 당선인도 “야권연대는 턱도 없는 이야기다. (야권연대 하자는 것은) 당 문을 닫자는 이야기다”라며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여야 양쪽에서 우리 쪽으로 가담하는 세력이 있지 않겠나. 대화가 되는 세력을 빨아들일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철수'만 하던 안철수 이젠 달라졌다
야권연대 없이 대권 잡을 수 있을까

안 대표도 야권연대론에 대해 “유권자들은 수학을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이쪽 표와 저쪽 표를 합치는 산수만 하고 있다”며 “정치공학적으로 이합집산에만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큰 실례”라고 답했다. 안 대표 측은 “맹목적인 야권연대에 나설 경우 오히려 중도보수층 표심이 야권을 떠날 수도 있다”며 “야권이 연대한다고 해서 여권을 이길 것이라는 계산은 그야말로 어린애들이 하는 산수 수준의 단순한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야권연대 없이 대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분열됐음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방심한 새누리당의 실책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음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이 그런 실수를 할지 의문이다. 총선과 대선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게임이고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야권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여당후보를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안(비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길, 박지원, 천정배 의원이나 정동영 당선인 등 당내 중진들은 오래 전부터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한길 의원과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대한 이견으로 안 대표와 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대선이 임박하면 당 내부에서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텐데 안 대표가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로까지 치닫게 될 수도 있다. 만약 안 대표가 야권연대를 끝까지 거부하다가 대선에서 패배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모두 뒤집어쓰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안 대표는 사실상 정치권에 복귀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때문에 안 대표가 대선에 임박해서는 결국 야권단일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이미 한 번 철회했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당내 불만이 고조됐을 때 안 대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안철수의 뚝심을 처음으로 봤다”며 “매번 철수만 하던 예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야권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안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측의 양보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게 대선후보직을 양보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내년 대선까지 혁신행보를 이어나가 대선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후보 적합도나 지지율 면에서 다른 야권주자들을 크게 앞서면 더민주 측에서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경우에는 야권단일화 실패로 대선에서 지더라도 오히려 더민주 측이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

또 단일화?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안 대표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정책연대 등의 행보를 이어가다 아예 친박계 후보로 대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는 새누리당 내 최대 계파지만 마땅히 내세울 대선후보가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지만 조경태 의원의 새누리당행이나 박근혜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진영 의원의 더민주행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라며 “친박계 대선주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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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