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년 해방구’ 영등포 유흥가는 지금…

짝 찾아 나선 아줌마 아저씨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영등포는 타 지역 사람들이 약속을 정하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 또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 대형 상권 중 하나. 지금은 빛을 많이 잃었지만, 집창촌은 아직 건재하다. 요즘 영등포의 상황은 어떤지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가 봤다.

영등포역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센터들이 밀집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맞은편 영등포역 메인 상권인 먹자골목은 시설과 환경 등이 낙후된 데다 홍대·강남·명동 등에 대형 상권이 발달하면서 상권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지하철노선 개통과 함께 각 지역의 테마거리 및 먹자골목이 발달하면서 고객층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카바레, 콜라텍
여전히 성업중

상권 전문가와 상인들은 과거보다 상권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전성기때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상권은 대형 쇼핑센터 이용객 흡수 요인과 인근 직장인 고객 유입 등으로 외식·유흥업을 중심으로 상권을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 및 음식점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을 찾았다.

영등포역 1번출구로 나와 영등포역 교차로를 건넌다.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한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영등포역 먹자골목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교차로에서 영등포시장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400m의 영중로와 그 이면 지역을 말한다. ‘노래방’이 성업을 이루는 먹자골목에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가 판을 친다.

실제로 거리를 걷는 동안 음식점을 나오는 직장인 무리에 “서비스 많이 줄게, 우리 가게로 와요”라며 말을 건네는 호객꾼과 이른바 술집 ‘삐끼’들이 자주 보인다. 유흥업종을 중심으로 외식업종도 새벽까지 성행하는 '24시 상권'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영등포역 메인상권 골목으로 들어서자 음식점, 호프 등 외식업종과 함께 노래방, 유흥주점, DVD방, 모텔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40∼50대 연령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이곳은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쇼핑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유입이 잦은 곳이다. 오랜 역사의 역세권답게 30∼40년 된 자영업 가게가 다수를 이루며 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 가게는 유행을 쉽게 타는 등 수개월 만에 없어지기 일쑤다. 영등포 먹자골목의 분위기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주를 이룬 일반적인 역세권 먹자골목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인근 부동산업자는 “각지에서 만남의 장소로 이용됐던 영등포 먹자골목은 외식메뉴가 유행을 많이 타는 것이 특징”이라며 “4∼5년 전에는 ‘오징어와 주꾸미’ 메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2∼3년 전부터는 ‘양꼬치’ 붐이 일었다. 최근에는 스몰비어, 족발집 등이 느는 추세”라고 귀띔해 준다.
 

무작정 들어간 한 프랜차이즈의 사장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메뉴는 그대로인데 브랜드만 바뀐 사례를 자주 봤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유행을 따라서 입점했으나 지금은 먹자골목 맛집으로 자리 잡은 주꾸미 가게는 인근 쇼핑몰 직원과 직장인들의 단골 외식장소가 됐다.

그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유행이나 브랜드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면서 수개월 만에 바뀌는 경우도 많으나, 개인사업자 점포의 경우 그들만의 노하우로 장사를 잘 유지해 40년 이상 된 점포도 많다”고 말했다.

한 창업연구소 관계자는 “영등포 상권은 각 지역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메뉴들이 밀집한다”며 “먹자골목 내 인기메뉴의 흐름은 ‘뼈다귀해장국’에서 ‘감자탕’ ‘주꾸미’ ‘양꼬치’ ‘족발’ 등으로 바뀌어 왔다”고 했다. 그는 “영등포 먹자골목의 특성상 비슷한 시기에 같은 메뉴의 업종이 한 번에 들어와 경쟁해야 잘되는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쇼핑몰 난립…그 사이로 먹자골목
삼삼오오 식사하고 2·3차 유흥업소로

먹자골목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 활기를 띤다. 먹자골목은 노래방 등 유흥업소가 밀집해 경쟁하며 불야성을 이루다 보니 외식업종 역시 탄력을 받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이 보인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40년간 거주해온 A(55)씨는 “먹자골목은 식사하면서 술 한 잔을 곁들이는 저녁 상권과 노래방 등 유흥업종이 성행하는 새벽 상권으로 나눌 수 있다”며 “유흥업종과 함께 음식점도 새벽까지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4시간을 운영하는 한 식당의 주인은 “낮·저녁시간에 식사를 해결하는 고객뿐 아니라 출출한 새벽시간대 또는 오전에 숙취해소하려는 고객 등 시간대별로 다양한 손님이 온다”고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민속주점 역시 유행메뉴에 영향받지 않고 꾸준히 점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시 민속주점 종업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손님들이 많아 대기석을 마련해야 한다”며 “황금시간대에는 손님이 없는 집은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타임스퀘어를 지나자 청소년 출입금지구역’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이 들어올 수 없는 곳. 그렇다고 통행에 제한이 있지도 않은 그곳. 늘 따가운 시선만이 존재하는 집창촌이다.

귀청소방, 립카페…
꺼지지 않는 홍등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 영등포 집창촌은 높은 빌딩 숲 외딴섬처럼 고요했다. 가게 문은 굳게 닫혔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커튼이 둘러쳐 있다. 시간이 이른 탓이다. 붉은 불빛이 켜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둠이 내리기 전 집창촌 주변을 살펴봤다.

높은 빌딩이 즐비하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쇼핑몰에 샌드위치처럼 자리 잡고 있다. 타임스퀘어, 백화점 앞 많은 인파와 대조적으로 집창촌 골목은 한적하다. 간간이 자동차 몇 대가 지날 뿐이다. 도시 아래로 해가 지며 어둠이 내렸다. 직장인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집창촌 골목을 지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매일 이 골목을 지나는 여성들은 어떤 생각일까? 2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사실 보기가 좀 그렇다. 매일 이곳을 지나지만 볼 때마다 민망하고 같은 여자로서 썩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집창촌 골목에서 장사하는 50대 남성은 “이곳이 터전이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 때문에 먹고 산다. 여기 없어지면 우리는 뭘 해서 먹고 사나. 저렇게 큰 백화점이랑 우리가 경쟁이 되나?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창촌의 붉은 등이 켜질 시간. 하지만 집창촌 어느 곳도 불은 켜지지 않는다. 이상했다.

이때 한 여성이 눈에 띈다. 홀로 나와 화장 중이다. 손님 맞을 준비에 손길이 바빠 보인다. 어렵게 말을 건넸다. 10년 넘게 성매매 일을 해온 여성이었다. C(40)씨는 언론에서 쏟아진 비판적 기사 때문에 일단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C씨는 “2011년 시위 이후 타임스퀘어 측과 합의한 게 오후 8시다. 그때부터 오후 8시가 돼야 일을 시작한다. 예전보다 손님도 줄었지만, 최근 보도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은 집창촌 단속하지 말고 숨어있는 오피스텔이나 단속해라.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좀 야비한 것 같다. 차라리 합동단속을 하든지…. 만만한 게 우리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제일 힘든 건 손님이 없는 거다. 여기도 재개발계획이 있다. 여기 없어지면 아가씨들이 어디로 갈 것 같나? 뻔하다. 오피스텔 아니면 해외 성매매다. 이게 더 큰 문제”라며 “그냥 집창촌을 레드존으로 규정해 정부에서 관리하는 게 더 낫다. 지구상에 남자가 존재하는 한 성매매는 없어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


30∼40년 된 가게들 상권주도
골목마다 성매매업소 불야성

저녁 8시. 집창촌 전체에 드디어 불이 켜진다. 아가씨들은 저마다 가게 안에서 의자를 꺼내고 옷매무시를 고치며 영업을 준비한다. 영등포역을 나와 눈에 보이는 유명 쇼핑몰을 찾아가려다 지름길로 보이는 골목길로 잘못 접어든 모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쇼윈도와 붉은 조명, 그리고 야한 옷에 “에구머니”라는 외마디말을 남긴 채 뒤돌아선다. 유명 쇼핑몰 쪽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던 연인들도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쇼윈도와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 돌아선다.

영등포역 앞 대로변에는 쇼윈도는 없었다. 1층은 대부분 파이프나 철물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상점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특유의 빨간불이 은은했고 여성들이 3∼4명씩 짝지어 도로 옆에 나와 있다가 지나가는 남자들의 팔을 잡아끈다.
 

대로변에서 꺾어져 집창촌 거리 옆으로 들어서자 호객행위는 뜸하다. 종업원들은 유리를 열고 내다보며 “여기야”하고 부르거나 미성년자들이 들어오려 하면 “너흰 여기 오면 안 돼”라고 말만 하는 수준이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호객행위는 없고 쇼윈도 안에서 밖을 보며 손님을 기다린다. 군데군데 커튼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들도 보인다. 30여분 사이에 4명의 남자 손님들이 업소에 들어갔다.

경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나타난다. 경찰차가 나타나자 대로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여성들은 골목이나 계단 사이로 움직인다. 경찰은 스피커에 대고 “거기 재킷 입은 분, 빨리 들어가세요”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경찰차가 지나가자 여성들은 금세 다시 나와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테마거리 발달로
옛 명성 되찾나?


한 업소의 사장은 “아가씨들을 착취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기본 화대 8만원 중 3만5000원은 아가씨 몫으로 떼주는 등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어차피 절대 안 없어질건데 네덜란드처럼 그냥 우리도 인정해주고 놔두면 안 되냐?”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에는 한때 40∼50여개 업소에 100여명 이상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현재 경찰이 확인한 영업업소는 22개에 종업원은 40∼50명 선이다. 대신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로 위장한 채 영업하는 등 음성영업을 하는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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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