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의 ‘섬뜩한’ 암살단 모집 공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23 12:58:36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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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테러 초읽기 들어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암살단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극우 성향의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임) 등 극우 단체 사이트에 올랐던 ‘할복단 모집’ ‘암살 예고’보다 조직적‧행동적이다. <일요시사>는 탄핵 심판일이 다가올수록 과격해지고 있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실상을 추적해봤다.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 모집’이란 공고가 지난 21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있는 단체카톡방(이하 단톡방)에 올라왔다. 본지가 지령 1102호 <가짜뉴스 돌리는 ‘서석구 단톡방’ 실체>라는 제하의 기사로 알렸던 그 단톡방에서다. 해당 공고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공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단자 구함”

“유서를 작성하고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한 20, 30, 40, 50, 65세. 무술에 능하신 분은 더욱 좋고 무술을 전혀 못하셔도 열사로서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처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좌초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애국 열사를 모십니다.”

지난해 12월 박사모 자유게시판에 이와 비슷한 글이 올라온 적 있다. ‘암살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란 제하의 글이었다.

“국가와 나라를 생각해서 좌익선동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우리가) 제2의 안중근이 돼야 한다. 제거돼야 할 좌익들 문**, 안**, 이**, 박지*, 박원*과 정치배신자 김**, 유**을 제거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 이제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자. 국가의 안위와 조국을 위하여 제거에 박차를 가해야 할 줄 믿는다.”


앞서 또 다른 보수단체인 박대모에는 ‘할복단 모집글’이 올라와 논란이 된 적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 희생할 할복단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올라왔었다.

“할복단에 함께 동참해주시길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손석희(JTBC 보도담당 사장)를 비롯해 이번 대통령 관련 허위, 거짓보도와 탄핵 찬성에 동참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무성 수하 기래기(기자를 비하한 용어) 28인, 김수남 검찰총장과 조작으로 기소한 검찰과 문재(인), (안)철수, 추녀(민주당 추미애 대표로 추정), 박쥐(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로 추정)를 심판하고자 광화문 집회 현장 할복단원을 모집합니다. 준비물은 30cm 회칼, 흰 장갑, 유언장 준비하시면 됩니다.…(중략)…손석희, 문재인, 박지원 등 야3당과 배신자들, 귀신이 돼 잡으러 갈게.”

실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박사모 회원이 아파트 6층서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60대 남성 조모씨는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아파트 6층서 태극기를 흔들며 투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흔들던 태극기에는 ‘탄핵 가결, 헌재 무효’라는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소개한 3개의 과격 글은 ‘할복단 모집→암살 예고→암살단 모집’ 순으로 올라왔다. 즉, 자해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공격으로 변했으며, 최근 조직적 모집 공고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탄기국(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집회가 점차 폭력 사태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11일 집회 당시 참석자들이 현장을 취재 중이던 CBS 기자를 집단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빨갱이 XX” “잡아 죽여야 한다” “계엄령을 실시하라” 등 과격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태블릿 PC를 보도했던 JTBC에 대한 폭력성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역에서 중계방송을 준비하던 JTBC 취재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촬영 장비마저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JTBC 취재 차량을 둘러싸고 “손석희 죽여” 같은 폭언을 하는 집회 참석자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전달된 바 있다.

‘할복단→암살 예고→암살단’ 진화
“회칼, 흰 장갑, 유서 준비” 막장

이에 경찰까지 나서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발생한 취재기자 폭행사건 가해자 일부의 신원을 확인, 조만간 출석 조사 통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경찰을 겨냥한 폭력도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경찰에 따르면 ‘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 소속 박모씨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서 농성하던 중 질서유지 담당 경찰관을 발로 찬 혐의(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보수단체 회원이 경찰의 얼굴을 강타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차도에서 질서유지를 하고 있던 의경을 폭행한 혐의로 50대 주모씨를 입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야권 유력 정치인도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달 8일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구미시청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시청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보수단체 회원 200~300명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문 전 대표의 차량을 몸으로 막아서며 “문재인 빨갱이”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이 과정서 일부 회원들은 종이컵 등 쓰레기를 투척했다. 문 전 대표는 25분 동안 차량에 갇혀 있어야 했다.

과격시위 몸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우익 세력의 테러를 ‘백색테러’라 한다. 아직 탄기국 집회 현장에서 이 같은 백색테러가 실체화되진 않았지만,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는 계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탄핵 심판 선고일로 유력한 오는 3월10일을 전후로 폭풍전야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상금까지 내건 박사모
“확실한 내용이면 3000만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고영태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에게 현상금 3000만원을 내걸었다.


회원 정모씨는 지난 20일 게시판에 ‘남창(남색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남자) 고영태 일당과 협잡하여 국가반역을 기도한 현직 검사(또는 검사장급)의 신원을 제보해주시는 분께’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글에 정씨는 “현상금은 제보의 진실이 확인되고 확실한 내용이라고 판단되는 즉시 지급한다”고 적었다.

최근 박사모 회원들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통화 녹취 내용을 근거로 ‘고영태 국정농단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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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윤석열 탄핵 지연전 비교

박근혜 VS 윤석열 탄핵 지연전 비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지 10여일 만에 첫 단추를 끼웠다. 헌법재판소의 강행이 있어서 가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변호인단은 준비기일 당일에 겨우 구성됐다. 앞서 수사와 탄핵심판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최장 180일인 탄핵심판 기간이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관련 절차는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윤 대통령이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서류조차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탄핵 심판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겨우 겨우 첫 단추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표결에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지난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는 수사기관과 헌재의 시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첫 단추 끼우는 것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심판 관련 접수 통지 및 준비명령 수취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6일부터 우편과 인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탄핵 심판 접수 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 서류를 보냈으나 송달에 실패했다. 관저에 보낸 우편은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했고, 대통령실로 보낸 우편은 수취인이 없다는 이유로 반송됐다. 구체적으로 인편으로 총 세 차례, 우편으로는 네 차례 대통령 관저와 비서실에 전달됐지만 배달되지 않았다. 계엄포고령 1호와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 준비명령서는 인편과 우편으로 각각 두 차례 전달됐으나 수취인 부재, 경호처 수취 거부 등으로 직접 송달에 실패했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비교하면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통과된 것은 2016년 12월9일이다. 박 대통령 쪽은 일주일 만인 같은 달 16일 헌재에 소송위임장과 답변서를 제출했다. 201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5일 만에 소송위임장과 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됐다. 헌재는 이에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따라 지난 20일 서류가 도달해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 관련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소송서류 송달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고 송달의 효력은 소송서류가 송달할 곳에 도달된 때에 발생한다. 10일 동안 서류 수취 안 해 ‘버티기’ 미루다 준비기일 당일 변호인단 제출 따라서 헌재가 대통령 관저로 보낸 탄핵 심판 서류들은 지금껏 경호처의 수취 거부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헌재의 발송송달 조치에 따라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헌재 측은 이번 발송 송달을 통해 서류가 지난 20일 목적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간 있어왔던 심판 서류 ‘송달’에 대한 법리적 논란을 해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24일까지 계엄 관련 국무회의록,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27일 계획된 윤 대통령의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고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지난 24일에도 헌재가 명령한 국무회의록과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27일 변론준비기일은 무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외 공보 역할을 수행 중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4일 오전 기자회견서 “형사소송서도 기소 사실을 인지한 후,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소장 부본 확인하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면서 “27일 변론준비기일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대통령의 워딩”이라고도 했다. 이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심판이 두 차례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기간을 주지도 않았다”면서 “답변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변론준비절차를 27일로 정해서 고지했고, 대통령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 지난 14일 담화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스스로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탄핵 심판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얘기했으면서 계속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계속 (탄핵 심판)서류 송달을 거부하고 대리인 지정도 안 하면서 송달됐다고 하니까,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라며 “이렇게 (절차를)지연하거나 서류 송달조차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렵사리 헌재의 탄핵심판절차가 시작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헌재 심판을 늦출 변수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우선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26일까지도 오직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대리인단 불출석에 따른 재판 지연은 앞서 변론준비절차기일이 연기된 ‘검사 탄핵 심판’ 사건서도 나왔다. 그대로 따라하기?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변론준비절차는 3분 만에 끝났는데, 국회 측 대리인단이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지난 16일쯤 선정됐지만 선임 절차에 시간이 걸려 불출석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 명단을 제출하든 재판에 불출석하든 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첫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이나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재판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내부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궐석재판이란 피고인이 불가항력의 사고 없이 법정에 출정하지 않는 상태서 피고의 출석 없이 진행되는 재판을 말한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궐석재판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윤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서 불가피하게 궐석재판을 진행할 경우에는 늦어도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변론이 가능할 전망이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에서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12월30일이나 31일쯤 한번 정도 더 변론준비기일을 갖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변론 절차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준비기일 전날까지 변호인단 명단을 제출하지 않다가 재판 시간 4시가량 전인 지난 27일 오전 9시30분경에 헌재에 헌법재판소 출신 배보윤 변호사와 강력·특수통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배진한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궐석재판이 이뤄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석 변호사의 예고와 다르게 첫 변론준비기일에도 참석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여부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신임 재판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부당함을 다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임명동의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낼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법 제65조는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받았을 때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결과가 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처분 신청을 병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한 전례가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한 대행의 임명 권한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 별도의 가처분 신청이 결과론적으로 유의미하진 않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한 정치적 공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처분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여야의 갈등 지속으로 후보자 3인의 임명 시기가 늦어지면 윤 대통령 측에서 이를 재판 지연 전략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9인 체제가 꾸려진 뒤에 공정한 재판을 받겠다’는 이유로 심리 연기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석 변호사는 현재 헌재가 재판관 3명이 공석인 것을 지적하며 “6인의 불완전한 합의체”라고 말했다. 그는 “변론준비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법률가로서 부인하지 않지만, 본격적인 심리를 6인 체제로 할 수 있느냐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논쟁적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의 말은 헌재가 6인 체제로 본격적인 탄핵 심판 심리를 진행할 경우 이를 문제 삼아 탄핵 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서 본격적으로 변론이 시작된 뒤에 재판관들이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측에서 공판 갱신 절차를 요구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형사소송법은 공판 도중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 증거조사를 다시 하는 등 갱신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6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못 박았다. 헌재서 궐석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차후 윤 대통령 측이 재판의 정당성을 빌미로 재판은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시작 전부터 지연 전략을 펼쳤다면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지연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과거 박 전 대통령도 탄핵 심판 정국서 고의로 심리를 지연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3차례 열린 변론준비기일에 ‘국회의 탄핵 사유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면서 각 기관과 기업에 무더기로 사실조회를 신청하며 노골적으로 지연 전략을 펼쳤다. 이후 형사재판과 같은 엄격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면서 90명에 달하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신청이 기각돼도 거듭 신청해, 당시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당시 헌재는 “탄핵 심판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박 전 대통령 측의 요구를 지적했다. 문제는 대행의 재판관 임명 여부 박처럼 무더기 증인 신청 가능성 당시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에 대해 “피청구인(대통령) 측에서 여러 기관에 사실조회 신청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게 채택되면 관련 증인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탐탁지 않은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헌재는 36명에 이르는 증인을 채택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심판정에 나오지 않아 25명만이 신문을 받았다. 재판부는 반복된 질문엔 제동을 걸며 심리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 입에서는 “생략”과 “효율”이라는 단어가 반복돼 나왔다. 이 권한대행은 증인신문 도중 “비효율적이다” “내용이 지엽적”이라며 박 대통령 측 신문을 여러 차례 막아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인이 앞서 답변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심리 중반에 들어서자 박 전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들 낌새를 내비치기도 했다. 새 대리인단이 선임될 때까지 심리는 멈추고, 심판이 재개되더라도 기록 검토를 위한 시간을 요청할 수 있어 심리가 늘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은 ‘대리인단이 없어도 탄핵 심리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는 등 시간 끌기 전략 방어에 힘을 쏟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막판에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최후진술 할 가능성을 보이며 최종변론기일을 늦춰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러자 헌재는 최종변론 기일은 재판부가 정한 날짜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헌재는 “국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1년이고, 2년이고 재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2월9일에 탄핵안이 가결되고 탄핵 심판이 청구된 지 91일 만인 2017년 3월10일에 재판관 8명 전원 찬성으로 파면됐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처럼 정식 변론서도 지연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고 한 데 이어 석 변호사가 연일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해 우선적으로 다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해라’ ‘끌어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 사실관계도 부인했다. 탄핵 심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펴며 구체적인 법률 위반 여부는 물론 수사기록이나 언론 보도 등이 증거로 인정되는지를 다툴 수 있다.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의 관련자를 무더기로 증인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남아있는 변수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으나 이를 풀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공개 변론서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탄핵 심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탄핵 심판보다 가벼운 가처분에 대한 판결을 우선적으로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서류조차 안 받으며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어떤 변수를 만들고 이에 대처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일침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