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미스터피자 파문

“회장 때문에 가게 망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최근 몇 해째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과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스터피자가 정우현 회장의 폭행 파문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빠졌다. 몰릴대로 몰린 미스터피자의 위기상황을 <일요시사>가 되짚어 봤다.

지난 2일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 소유의 건물에서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새로 문을 연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중 건물 문이 닫힌 것을 본 뒤 건물 경비원 황모(59)씨를 식당 안으로 불러 폭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황씨는 “보통 오후 10시에 건물 문을 닫았는데 10시30분 쯤 식사를 마친 정 회장이 '문을 닫지 말라고 했는데 왜 문을 닫았냐'며 얼굴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황씨는 정 회장에게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정 회장이 폭행을 가했다고 말했다.

사고는 오너가
사과는 회사가

황씨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내 손을 잡더니 갑자기 주먹이 날라왔다”며 “멱살을 잡고 그 순간 턱 부위를 한 차례 또 가격했다”고 말했다. 황씨의 주장에 따르면 직원들에 의해 5∼10분정도 감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황씨는 “회장님이 그 당시에 굉장히 성격이 과격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있으면 더 큰일이 벌어질까봐 그런건지, 그쪽으로 서너 명이 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 기분에 대해 “보통 불쾌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왜 맞아야 하는지, 문 때문에 맞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정 회장의 형사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폭행 이후 올린 사과문은 진정성 시비가 일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정 회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직접 나서는 모습이나 반성의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사장과 본부장은 황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정 회장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또한 사과문에는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진정성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지난 5일 정 회장을 서울 서부지검에 고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 이들에 대해 국민정서를 고려한 단호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으로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홍보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는 피해자분께 사과를 드리는 것과 경찰조사를 받는 것을 선결 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MPK그룹은 피자전문점인 미스터피자와 커피&머핀 전문점인 마노핀을 운영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1990년 미스터피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000년대 중반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제치고 국내 피자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2009년 국내 피자업계 최초 코스닥에 상장해 20년 넘게 승승장구 해오던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갑질 횡포로 인해 미스터피자의 이미지는 곤두박질 친 모습이다.

정우현 회장 건물 경비원 폭행해 물의
무성의 다섯문장 사과문에 여론 ‘부글’

이 같은 폭행 논란에 휘말린 정 회장이 가맹점주들에게도 폭언을 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5일 “예전에 정 회장이 술에 취해 미스터피자의 최 모 가맹점주에게 ‘너는 내가 가만 두지 않겠다’ ‘넌 패륜아다’라고 폭언을 한 적이 있다”며 “이 가맹점주는 이후 심적으로 갈등을 하다가 결국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2년 11월20일 전국 가맹점에 발송한 공문에서 현행법상 적법한 식자재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가맹점주에게 “금치산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겠냐”라며 비난했다. 이후에도 가맹점주들은 식자재 대금에 대한 카드결제를 끊임없이 요구해 지난해 8월31일 미스터피자 본사 측과 상생협약을 체결해 이를 합의했다.

하지만 미스터피자 본사는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부분만을 끄집어내 폭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서는 카드결제 의무가 없다”며 “카드결제를 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회장님이) 좀 과한 표현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스터피자 본사는 치즈를 두 곳에서 받아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며 “유통과정에 회장님의 동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자서전 강매
수상한 치즈

지난 2012년에 출간한 정 회장의 자서전 강매 의혹도 일고 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MPK그룹 본사 앞에서 ‘정우현 회장 폭행 대신사과 및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정 회장이 자서전을 강매해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고 폭로했다.

정 회장은 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인 광고비로 <나는 꾼이다>라는 책을 제작해 수천 권을 구매해 고객에게 대여했다고 전해진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며 가맹점주들에게 수백여 권씩 강매했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2월 발간된 후 3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선정됐고, 만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강매하지 않았다”며 “당시 정 회장 책이 출간되자 일부 가맹점주들이 ‘회장님 책 나왔으니 사야겠다’며 책을 사갔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가맹점주들이 책을 사니 다른 가맹점주들도 ‘나도 사야 되나’하는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며 “그걸 강매라고 여겼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번 폭행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미스터피자는 ‘갑질’ 기업문화가 도마에 올랐었다. 지난달 15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200여명은 ‘상생협약을 준수하라’는 피켓을 들고 MPK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특수관계인을 내세워 폭리를 챙기는 등 지난해 8월31일 체결한 상생협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의 주장에 따르면 MPK그룹은 피자의 주요재료인 치즈 공급업체로 정 회장의 동생과 특수업체 등이 관여하고 있는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kg당 7만 원대에 공급받을 수 있는 치즈를 9만4000원에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는 지난달 기존 POS업체와 재계약한 것도 문제 삼았다.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양측은 상생협약을 통해 “POS 계약 시 공개입찰로 진행하고,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의 공동명의로 입찰공고를 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의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POS계약을 체결해 그에 따른 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MPK그룹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MPK그룹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가장 싼 가격에 납품받고 있는데 대체 왜 불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이 주장한 본사가 임의로 체결한 POS 재계약 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재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맞지만 재계약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스터피자 본사는 치즈를 두 곳에서 받아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며 “유통과정에 회장님의 동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광고비 갑질
법원서 패소

이번 폭행사건은 미스터피자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정 회장의 MPK 지분평가액이 지난 연말 대비 8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PK 주가는 전날 2.28% 하락한 2785원에 거래를 마감해 5거래일 연속 주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MPK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PK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24억2200만원으로 2013년 1745억, 2014년 1439억 대비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8억원의 영업손실과 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수익성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의 국내사업 실적이 침체되자 중국시장에 집중했다. 적극적인 매장 확대로 미스터피자의 중국시장 매출은 지난 2013년 141억 원에서 2014년 242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중국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에서 문제가 생겼다.

미스터피자의 갑질 논란은 지난 2014년 12월 가맹점주 138명이 “본사가 매출 4%를 별도의 광고비로 걷고 불투명하게 집행해 매출이 악화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갑질’ 가뜩이나 열 받아 있는데…
점주들 불매운동 조짐에 잔뜩 긴장

본 사 측이 광고 집행내역을 비공개하자 가맹점주 측은 공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분쟁조정 중 가맹점협의회장 이씨가 관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렸는데 이에 미스터피자 측은 이씨와의 가맹계약을 파기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미스터피자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면 계약해지사유가 된다’는 가맹계약의 조항을 들어 계약해지를 단행했지만,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는 “미스터피자가 광고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할인행사 비용도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스터피자가 최근 3년 동안 광고 횟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스터피자의 한 가맹점주는 “2008∼2009년까지 장사가 잘 될 때는 광고 효과가 좋은 시간대에 꾸준히 광고를 내보내 효과가 좋았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소비가 줄어들면서 많은 가맹점들이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터피자는 타사에 비해 광고를 너무 안했다”며 “미스터피자 매출이 30%나 하락했을 때 광고를 충실히 내보낸 도미노피자는 10%정도만 감소해 매출 타격이 덜했던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인지도 낮은 모델과 광고대행사를 쓰면서 광고비는 변동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당시 미스터피자 본사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들은 ‘TV 공중파 광고를 더 하라’는 주장만 펼치고 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광고 단가가 높아져 한정된 비용으로 과거만큼 광고 효과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본사 측이 광고 집행내역을 비공개하자 가맹점주 측은 공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당시 분쟁조정 중 가맹점협의회장 이씨가 관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렸는데 이에 미스터피자 측은 이씨와의 가맹계약을 파기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미스터피자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면 계약해지사유가 된다’는 가맹계약의 조항을 들어 계약해지를 단행했지만,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2월 가맹점협의회장 이씨가 본사의 ‘갑질 횡포’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배포한 것을 두고 “이씨가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이씨의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맹점의 불만이 대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6월22일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본사가 가맹점에게 거둔 광고비가 어떻게 쓰였는지 검증할 자료가 없어 상당수 가맹점주가 불만을 품고 있다”며 “본사가 반복적 할인행사를 실시해 가맹점주의 비용분담을 늘린 점을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할인행사 추진 여부를 일부 가맹점주와 논의했지만 다른 가맹점주들에게는 실시 사실만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즉 법원이 미스터피자의 갑질 횡포에 대해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스터피자의 가맹점에 대한 횡포는 수치를 놓고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무리한 광고비
“비교는 무리”

지난 2013년 국내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를 보면 미스터피자의 광고·판촉비 약 138억8700만원 가운데 가맹점에서 나온 비용이 130억900만원으로 93.7%에 달했다. 본사가 낸 비용은 6.3% 수준인 8억78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피자헛의 2013년 광고·판촉 비용 약 162억9100만원 가운데 본사가 71억3700만원, 가맹점이 91억5400만원(56.2%)을 분담한 것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도미노피자의 가맹점 광고비 분담 비중도 58.1%였다. 이에 미스터피자 홍보팀 관계자는 “단순하게 경쟁사와 비교하는 것은 말인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사와 우리의 직영점, 가맹점 비율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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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