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살벌한 군기잡기 백태

하란 공부는 안하고…조폭 따라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우리나라 대학가가 도를 넘고 있다. 개강 초반 대학가의 브레이크 없는 막장 행위들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식을 쌓고 건전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한 새내기들이 대학가의 각종 추태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 어느덧 한 달.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각종 폭행, 폭언, 가혹행위 등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태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OT부터 MT, 학과동아리에 이르기까지 교수들도 동참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막걸리 세례]

부산 동아대의 한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 섞인 막걸리를 뿌리는 가혹행위를 해 학내가 시끄럽다. 지난달 27일 해당 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 동아리는 지난달 11일 고사를 지내면서 신입생들을 따로 강의실에 불러 ‘액땜’행사를 진행했다.

‘액땜’ 행사는 선배들이 고사를 지내고 난 뒤 남은 김치와 두부 등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는 행사다. 이 같은 가혹행위는 피해를 당한 신입생의 형이 이 학교 SNS에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밝혀졌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해당 동아리 학생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는 “절대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거나 억압하려고 했던 취지가 아니다”며 “함께 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학회장과 신입생들이 같이 막걸리를 맞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들과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원광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광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는 지난달 4일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신입생들이 파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해 앉았고, 선배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렸다.

현장에는 교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환영식은 SNS를 통해 게시돼, 해당 글에는 ‘환영회 행사에 막걸 리가 100병 정도 쓰였고, 행사가 끝난 뒤 씻는 시간을 적게 줘 제대로 씻지도 못해 일부 학생은 옷을 버리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최 측은 지난 28일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는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의 형식으로 치러왔다”며 “막걸리를 뿌린 행위는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으로 온라인에서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폭행·강요 다반사]

경북 구미에 위치한 금오공대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침을 뱉은 컵에 술을 마시게 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익명의 제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건축학부에 새로 들어온 16학번입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보자는 “신입생들이 쓰는 방에 10학번 선배들이 몰려와 자기들이 고기 먹는다고 신입생들을 다른 방으로 내쫒았다”며 “10학번 선배 한 명이 자신의 슬리퍼가 없어졌다고, 방문마다 발로 쾅쾅 차며 찾아내라고 소리치며 사발식을 시켰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OT에 있었던 총학생회 부회장이 10학번 선배들과 술게임을 하며 여학우회 학생에게 “싼티 난다”며 성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했다. 총학생회 부회장은 술게임을 거부한 15학번 학생을 베란다로 끌고나가 폭행까지 했다.


제보자는 “총학생회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첨으로 OT라는 곳을 부푼 기대로 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할 말이 없다. 다음에 있을 MT도 가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오공대는 홈페이지에 총장의 이름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신입생 및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 재발 방지와 건전한 캠퍼스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도넘은 캠퍼스 막장행태 도마 
신학기만 되면 동시다발 발생

전남과학대 대면식에 참석했던 치위생과 한 신입생이 지난달 17일 오후 학교 건물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10시 43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치위생과 한 학생이 지나친 선배들의 군기잡기로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교수들은 조용히 입단속하라고 했다. 제발 많은 곳에 퍼트려 달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전남과학대 체육관에서 치위생과 대면식이 진행됐고, 3학년 한 학생이 피해자 이씨의 안 좋은 기억을 많은 학생들 앞에서 들춰내면서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대면식이 끝난 후에도 3학년 학생이 이씨를 쫓아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이후 다수의 3학년 학생들이 몰려와 이씨에게 심한 말을 해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행히 화단에 떨어져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SNS를 통해 ‘00대 X군기’의 제목으로 강원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예비역들의 단합 행사를 포착한 사진이 퍼졌다. 해당 사진에는 예비역 수십 명이 도심 대로에서 군복 상의를 벗고 팬티 차림으로 선 모습이 담겨 있다. 촬영 당시 이들은 회식 후 길거리로 나와 10여분간 고성방가 수준으로 군가를 제창해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이 대학의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악·폐습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학생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점에 대해 상의하고 해당 과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학생들도 현재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자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넘는 19금]

지난달 26일 건국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대학생은 원래 이렇게 노는 건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건국대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한 한 여학생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성추행에 가까운 술자리 게임을 하게 됐다며 온라인상에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 학생은 “OT에서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이 진행됐는데 한 선배가 선정적인 단어를 몸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충격적이고 민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펠라XX'라는 성행위 단어도 여학생들 앞에서 직접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혹시 나만 기분 나빠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거절하기에는 좀 그렇더라”며 “모르는 사람이랑 껴안고 그러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단과대학 학생회는 “누구보다 상처받았을 신입생과 학우들에게 죄송하다”며 “사후 재교육을 시행하고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건국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철저히 진상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학칙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학생회 등 주관의 교외 행사를 금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목원대 페이스북에는 “목원대학교 다니는 친구가 MT 사진”이라는 익명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는 16학번 과점퍼를 입은 새내기들이 조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단상 위에 올라와 있다. 적혀 있는 조 구호는 충격적이다. “오빠 7싸는 안 되조”, “뒷 9멍 xxx” 등 민망한 성적인 표현이 적혀 있다.

목원대 관계자는 “학회장들에게 사전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상태였는데, 재미를 위해서 도 넘은 행동을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해당학과 학회장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조장들이 오직 재미만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문구를 찾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면서 “MT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도 신입생이 대학 게시판에 제보 글을 올리면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모 학과 선배들과 신입생이 오리엔테이션 직후 가진 술자리에서 과 회장이 술 게임 벌칙으로 신입생들에게 포옹이나 뽀뽀, 러브샷을 요구했다는 것. 벌칙 수위가 점점 높아지다 급기야 남자 신입생에게 동기 여학생의 다리, 심지어 가슴을 만져 보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 얼차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달 20일 대형선박을 운항하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양육하는 대학교로 알려진 부산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체육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엎드려뻗쳤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제복을 입은 선배들은 뒷짐을 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학교를 자퇴한 학생은 “50개씩 하면 엄청 힘들다”며 “그런데 또 바로 50개를 시키고 또 50개를 시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의 학부모는 “군대보다 더하니깐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아이가 집에 오면 누워만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힘들지 않은 학생들이 있겠어요?”라며 “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견디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걸 또 즐기기도 해요”라고 말해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

[집단 따돌림]

얼마 전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회 모임에 나오지 않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소위 '과탈자'(학과 이탈자)에게 학과 점퍼를 주지 않기로 해 학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과탈자는 같은 과 동료나 동기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해당 학과의 학생회에서는 과탈자의 기수 배제는 계속 이어져왔던 관행이자 자신들만의 문화라는 입장을 보였다.

부푼 꿈 안고 간 OT·MT
지식보다 폭행 먼저 배워

또 다른 학교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생회 관계자가 SNS 단체대화창에 과탈자의 명단을 발표해, 과탈자와 어울린 인원에게 제재를 가한다고 대놓고 경고하기도 했다.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선배들이 집단 따돌림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음대 1학년이었던 A씨가 지난해 9월22일 투신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앙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A씨의 친구들”이란 글이 올라왔다. A씨 친구라고 밝힌 이들은 “A씨가 동기들로부터 무시당하며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친구는 같은 과 선배를 남자친구로 사귀었는데 남자친구와 관계된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생기면서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 피워서 헤어진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아 친구는 힘들어했다”며 “그러던 중 옥상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해당 페이스북에는 숨진 A씨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A씨 어머니는 “이 땅에서 엄마의 딸로 태어나 예쁘게 곱게 자라준 것, 스스로 잘 커준 것이 고맙다”며 “들어주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엄격한 규율]

한 대학의 스튜어디스 관련 학과도 신입생의 교내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 스프레이로 고정한 올백 머리 유지 등 자체 규정을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교수와 남학생들에게서 비롯된 군대 문화는 이제 여학생들만의 관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체육학부 소속 선배들이 같은 과 후배들에게 명령조의 행동요령 지침을 전달하는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가 공개됐다.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은 ‘OO대학교 군기 클라스’, ‘OO대 신입생 군기’ 등의 게시글 제목과 함께 인터넷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선배들의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모든 대화는 ‘다’ ‘나’ ‘까’로 끝내기,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않기, 체육관 내에서 모자 핸드폰 금지, 부르거나 시키면 뛰어다니기, 선배들한테 술 받으러 갈 때 음료수 잔으로 받으러 갈 것 등 지시사항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범위도 넓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게시글이 익명으로 올라와 진상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현재 학과 내에서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남대 예술대학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과도한 군기 잡기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1월11일 전남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11월2일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학생은 후배들의 군기를 잡고자 이들에게 폭언, 폭행 등을 행사하는 선배들의 행태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발했다.

학생은 "현재 예술대학 음악학과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폭행, 폭언 등을 하며 MT란 명목으로 후배들을 모아두고 군기를 주고 신체적 고통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한다.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과의 행사 등에서 제외, 제명시킨다고 협박을 한다"고 밝혔다.

전남대 학생처 학생과 측은 “관련전공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며 “면담 결과 피해사례가 확인되면 학칙과 규정에 의거해 처벌할 것이며 피해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예술대학 학생회 측은 “음악학과 군기합 관련 글에 대해서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고 우려해주신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음악학과 학생회와 예술대학 학생회, 예술대학 학장님 이하 음악학과 교수님들과 본부 학생처에서는 본 사안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고 사실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군대식 문화]

전문가들은 잇따른 대학가 가혹행위 논란이 학생의 자체적인 문제와 대학서열화, 인권교육이 부족한 입시위주의 교육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 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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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