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거함 구제옷 괴담 오해와 진실

죽은 사람이 입던? 입으면 재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중고의류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중고의류는 구제옷이라 불리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구제옷과 관련된 괴담들이 번지면서 일부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으로 자리 잡히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구제 옷과 관련된 괴담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항간에 온라인상에서 구제옷이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인 경우가 있다’라는 괴담이 돌았다. 이밖에 ‘옷에는 사람의 혼이 담겨 있다’ ‘남이 입던 옷을 함부로 입으면 재수 없다’라는 말 등은 구제옷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다. 괴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서울의 수입구제 메카 광장시장을 지난달 29일 찾았다.

가격 천차만별

구제옷에 대해 묻기 위해 구제옷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소비자의 숫자가 적은 영향으로 자리를 비운 매장주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남자 옷을 판매하는 광장시장 A매장 관계자에게 구제옷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고 묻자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 온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하다가 판매되지 않은 물건은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성 정장 구제를 판매하는 B매장 관계자에게 조심스레 구제옷 괴담에 대해 물어봤다. B매장 관계자는 “그런 말이 떠도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구제옷이 다른 사람이 입었던 옷이기 때문에 얼룩이 지거나 해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내 수입구제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주로 구매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세탁이나 다림질을 한 경우가 많다. 발걸음을 조금 옮기자 여성 구제옷 매장이 펼쳐졌다. 상당히 많은 수의 여성들이 옷더미를 뒤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옷을 고르던 이모씨에게 구제옷을 찾는 이유를 물었다.


이씨는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며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아이들 옷을 구매하러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제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과 주인과 흥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씨에게 구제옷에 대한 편견은 없냐고 묻자 이씨는 “그런 생각을 하면 구제옷은 못 입는다”면서 “되도록 깔끔해 보이는 옷 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나서 세탁을 하면 새 옷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구제옷의 경우 상품 가격표도 떼지 않은 옷이 있는 반면에 색이 심하게 바래거나 얼룩이 있는 경우도 있다. 옷을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옷의 지퍼와 단추에 이상은 없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반면에 구제옷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구제옷을 구매한 적이 있다는 박모씨는 “예전에 구제시장에서 청바지를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 만들어진 옷이었다”며 “일본 어디 지역에서 온 줄 알지 못하고 혹시나 방사능 사고가 난 후쿠시마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청바지를 버렸다”고 말했다. 방사능에 대한 높은 우려 때문에 일본산 구제옷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 광장시장에 수입구제옷 매장을 살펴본 결과 일본산 구제옷의 비중이 캐나다나 다른 나라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장시장 구제 소매업주는 “주로 일본산이 많다”며 “여성복이 특히 일본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구제 도·소매시장을 형성하는 일산 식사동 구제거리를 방문해 가장 먼저 눈에 띈 점은 사람들 양손에 든 큰 검정비닐 봉지였다. 식사동을 방문한 사람들은 대량의 구제옷을 사들고 차에 실었다.

오프라인 중고의류 거래 활발
떠도는 소문으로 부정적 인식

이처럼 식사동에서 구제옷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제옷 괴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구제 도매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는 포대자루에 담긴 옷더미가 쌓여있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옷 쌓아두는 창고는 더러워서 쥐나 벌레들이 많이 돌아다닌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창고 곳곳을 살펴보니 쥐나 바퀴벌레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생이나 청결 문제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수시로 들어오는 물건들을 도매업주 혼자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습이었다. 도매업주에게 구제옷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물었다. 도매업주는 “전국 각지에서 온다”며 “직접 수거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류수거함에 있는 옷도 여기에서 다룬다”며 “옷마다 어디에서 왔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옷에 얼룩이나 피가 묻어 있을 수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여기는 세탁을 해서 물건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며 “세탁이나 다림질은 소매업주 분들이 개별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구제옷이 도매로 거래될 당시에는 세탁을 하지 않지만 소매업주들이 판매를 위해 자발적으로 세탁을 한다는 것이다. 창고 안의 옷을 둘러봤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말처럼 피 얼룩이 있거나 심하게 훼손된 옷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매업주는 “옷 상태가 엉망인 것들은 팔 수 없다”며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매하고 싶기 때문에 외견상 하자가 있는 물건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제 도매점에서 거래되고 있는 새 옷처럼 보이는 한 청바지를 살펴봤다. 주머니에서 지난해 1월23일자 택시요금 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옷의 최초 구매자가 최소 2015년에는 옷을 입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모인 물건들이 해외로 나가냐는 질문에 도매업주는 “여기서 따로 수출을 하지는 않는다”며 “수출은 무역회사들이 수거업자들을 통해 구제옷을 구입한 후 수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량이 부족할 때에는 도매점에서 구매해 가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구제옷의 경우 동남아 등지로 팔려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식사동을 찾는 사람들이 일반 개인 소비자인지 아니면 소매업주인지 여부에 대해 도매업주는 “식사동 구제거리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소매업자들”이라며 “그분들이 직접 와서 좋은 물건들을 골라간다”고 말했다.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갈 때 가격을 묻자 “브랜드 있는 구제옷을 제외하고는 옷은 종류별로 kg 단위로 매매된다”며 “kg당 2000~5000원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세탁은 소매상이

도매업주에 따르면 국내산 구제옷이 소비자를 만나는 과정의 키 포인트는 의류수거함이다. 의류수거함을 통해 일반시민들은 현재 입지 않거나 유행이 지난 옷을 의류수거함에 넣는다. 의류수거함의 관리주체에 종합수거업체가 일정 부분의 금액을 지불하고 수거할 권리를 따낸다.

이때 의류만 전문으로 하는 수거업체가 종합수거업체에 또 일정 부분의 금액을 지불하고 재하청을 받는다. 이렇게 의류수거업체에서 수거한 옷들은 다시 무역회사가 1kg당 600원 정도에 사들인다. 여름옷의 경우 한 벌에 100원, 겨울옷은 500∼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류수거함 옷 꺼내면?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은 몽골 유학생들이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인천연수경찰서는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주택가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훔친 몽골 유학생 A씨 등 3명을 지난 16일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 등은 지난 1월31일 영하 6.5℃를 기록한 날씨에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이들은 CCTV를 통해 경찰에 붙잡혔다. 버려진 옷은 폐기물로 취급돼 주워간다고 해도 절도죄 등 불법·위법적 요소가 성립되지 않지만 의류 수거함은 사유재산으로 수거함 내의 옷을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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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