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못한' 막노동 일당 대공개

물가 뛰는데 몇 년째 그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노가다’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과 ‘막일꾼’이라는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들은 노가다라고 하면 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산업역군으로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이들의 임금상황과 현실적 문제를 추적해봤다.

2016년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보통인부의 일당은 9만4338원이다. 10년 전인 2006년 5만7820원보다 63%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동안 최저임금은 3100원에서 603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건설일용직 근로자의 일당이 단순 수치상으로는 63%가 올랐지만 매해 2∼3%가량 오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크게 오르지 않은 셈이다.

2월까지 일 없다

먼저 건설일용직근로자 임금의 실거래가를 직종별로 살펴봤다. 고광춘 경기도민간고용서비스단체 회장 겸 직업소개소장은 “보통인부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만원을 받는다”며 “우리말로 잡부라고 하는데 보조, 심부름,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가 발표한 9만4333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소개소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시멘트, 회반죽 등 미장재료를 이용해 구조물의 내외표면에 바름 작업을 하는 미장공은 16만원에서 17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벽돌, 치장벽돌 및 블록을 쌓기 및 해체하는 조적공의 경우 16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높은 곳의 임시 비계에서 각종 작업에 종사하는 비계공의 경우 15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철근의 절단, 가공, 조립, 해체 작업에 종사하는 철근공은 16만원에서 17만원의 임금이 책정된다고 전했다.


구조물의 바닥, 벽체, 지붕 등의 누수방지작업을 하는 방수공의 경우 15만원에서 16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목공의 경우 형틀목공라 불리는 외장목공와 건축목공라 불리는 내장목공로 나뉜다. 각각 17만원, 18만원의 임금을 받는다고 전했다.

석재를 설치 또는 붙이거나 일반 쌓기로 구조물을 축조하는 석공의 경우 20만원을 받는다. 건물 등에서 목재, 철재, 샷시 등으로 된 창 및 문짝을 제작 또는 설치하는 창호공의 경우도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포장 등 공사에 있어서 표면처리를 하는 포장공은 10만원을 받는다.

직종·지역·연령별로 금액 차이
9만∼17만원…동절기 실업난 심각

건설협회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미장공 14만9091원, 조적공 13만5009원, 비계공 16만7860원, 철근공 15만4424원, 방수공 11만271원, 형틀목공 16만431원, 건축목공 14만8851원, 석공 15만1583원,  창호공 13만9607원, 포장공 13만1508원으로 조사됐다.

실 거래가와 통계치를 비교해보면 실거래가가 적게는 1만∼2만원에서 3만∼4만원까지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술의 유무에 따라 보통인부와 확연한 임금차이를 보였다.

실거래가와 통계치의 차이에 대해 고 회장은 “지역별로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전문 기술을 가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 임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건설근로자의 경우 작업환경이 척박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단순 수치를 놓고 보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아르바이트생에 비해 많은 금액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15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근로일수는 14.9일에 불과하고 1일 평균임금은 12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전 산업 근로자 평균 20.4일보다 5.5일이나 적은 수치다. 이를 월급으로 계산하면 170만여 원에 해당한다. 이같이 근로일수가 짧은 이유는 일용직 근로자 업무의 특성상 매일 일을 하기에 육체적인 한계와 근로일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새벽 5시부터 나와서 8시까지 앉아서 기다리다 일이 없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며 “새벽같이 나오신 분은 찬 바람만 맞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술자들은 보통인부에 비해 많게는 2배부터 1.5배의 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매일 같이 본인의 주 기술 업무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 회장은 “자기 전공분야 일이 없을 경우에는 잡부를 뛴다”며 “보통 자기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비수기에는 일이 없기 때문에 잡부라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비수기는 겨울철을 말한다.

기술 있으면 많고 
기술 없으면 적어

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월별 평균 근로일수에서 5월이 16.3일로 가장 많고, 1월이 13일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절기(12∼2월) 월 평균 근로일수는 13.3일에 그친다. 근로계약 유형별로 임금의 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서면계약 12만7000원, 구두계약 11만6000원, 근로계약 미체결 시 11만1000원이다. 이는 서면계약 체결이 임금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풀이된다. 정부는 서면계약서 작성 관행의 정착을 위해 ‘건설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연령별 임금의 차이도 나타났다. 40대 근로자가 가장 높은 12만6000원으로 조사됐고, 50대 12만4000원, 60대 12만2000원, 30대 11만9000원, 70대 11만4000원, 20대 10만9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작업반장은 평균적으로 11만7612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반장의 경우 통계상 보통인부와 임금의 차이는 2만3274원에 불과했지만 근로형태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고 회장은 “작업반장은 원청에 소속된 근로자기 때문에 직업소개소에서 따로 임금을 매길 수는 없다”며 “만약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작업반장을 고용하면 월 250만원에서 3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옥외 작업이 대부분인 건설업 특성상 동절기 건설근로자들은 일시적 실업상태에 놓여 생계난이 심각하다”며 “임금보전적 수당 지급, 교육훈련을 통한 기능 향상, 훈련수당 지금 등 생계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움 받는 노동자

건설일용직근로자의 현실에 대해 고 회장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임금인상 파업을 하고,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으로 해달라고 요청이라도 할 수 있지만 여기 사람들에게 그것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사업자도 아니고 현장에 가면 대접도 못 받는 사람들”이라며 “다 감정이 있고 집에 가면 가장들인데 이분들의 설움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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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