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전관예우 백태

경찰청 간부 총포협회…국방부 대령 군수업체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공직계에 암암리 존재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실체가 드러났다. 정부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관피아 문제에 칼을 뽑아든 것처럼 보였다. 엄격한 잣대로 관피아 척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업무관련성 기준의 모호성과 취업심사의 불투명성으로 공직자 전관예우 양성소로 전락한 모습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정공위)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권리 확대를 위해 2014년 7월부터 매달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심사를 받은 54명 중 단 4건에 대해서만 취업제한이 결정됐다.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평가과정이 불투명해 유관업체에 퇴직공직자 대다수가 어려움 없이 재취업에 성공한 모습이다.

고무줄 잣대
주관적 해석

경찰청 총경 출신으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상임이사로 취업심사를 의뢰한 A씨는 정공위에 의해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문제는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의 업무 내용이 경찰청 인허가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이기에 충분하다는 것.

총포에 관한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서류를 경찰청에 제출하고 총포에 대한 검사결과는 의무적으로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후 협회의 검사결과를 토대로 담당 공무원이 총포에 대한 승인을 하는 구조다.

이처럼 경찰청과 실질적으로 업무상 관련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정공위에 의해 A씨는 취업가능 평가를 받았다. 국방부 공군중장 출신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취업심사를 의뢰한 B씨의 경우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경우 국방기술기획, 국방품질경영, 국방품질인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군수업체가 국방기술품질원으로 인증을 신청하게 되면 신청업체의 국방품질경영시스템 운영 및 유지실태를 심사해 요구사항에 적합할 경우 인증서를 수여한다.

인증업체는 방위사업청 경쟁 입찰계획의 낙찰자 결정시 미 인증업체와 비교해 가점을 받거나 방산물자 원가 선정 시 이윤 보상,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업체선정 평가 시 가점 및 혜택을 받게 된다.

취업심사 54명중 단 4명만 제한 결정
퇴직공직자 대부분 유관업체 재취업

이처럼 업무가 무관하다고 보기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업가능 심사를 받은 상황이다. 이밖에 국방부 대령 출신 C씨의 경우도 취업제한기관에 포함된 사립대학교인 동명대학교 예비군연대장에 취업가능 심사를 의뢰해 취업가능 평가를 받았다.

정공위 담당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국방부 대령의 경우 일종의 국가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퇴직 후 국가 법령에 따라 취업한 것”이라면서도 업무관련성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취업제한과 관련한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보조금·장려금·조성금 등을 배정·지급하는 등 재정보조를 제공하는 업무 ▲인가·허가·면허·특허·승인 등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조세의 조사·부과·징수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법령에 근거해 직접 감독하는 업무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업무를 설명함에 ‘직접’이라는 단어를 넣어 재취업대상자에게 숨통을 터줬다는 점이다.

업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직접 관련이 없다면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11명의 심사위원들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심사가 결론난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제한은 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기관의 업무와 취업예정업체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된 경우다. 취업불승인의 경우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심사대상자가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심판원장은 전국은행연합회 전무이사로 가려다 취업제한을 받았다. 김 전위원장은 2014년 1월부터 조세심판원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명예퇴직했고, 정공위의 심사를 통과하면 전국은행연합회 전무로 취임할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정공위에 의해 재취업에 고배를 마셨다. 이밖에 울산광역시 남구 지방 3급 공무원의 경우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취업불승인 결정이 났다. 환경부의 임기제 고위공무원은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취업불승인 결과를 받았고 마찬가지로 환경부의 4급 공무원도 환경보전협회 수변생태관리본부장으로 재취업 하려고 했지만 취업제한을 받았다.

반면에 업무관련성이 의심됨에도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국정원 특정3급 공무원의 경우 주식회사 대교씨엔에스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의 경우도 한국동서발전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방송공사의 편성본부장의 경우 KBS미디어 부사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 4급 공무원의 경우 LG경영개발원의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했다. 이밖에 금융감독원 4급 공무원의 경우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투자증권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평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형평성 없고
일관성 없어

정공위가 매달 발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는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업제한 기관의 기준은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이면서 연간 외형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기업체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업무 수행 공직유관단체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를 설립·경영하는 학교법인과 학교법인이 설립·경영하는 사립학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1호 가목(자산규모 2조 이상)에 해당하는 시장형 공기업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적용대상은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4급 이상 공무원, 경찰·소방·감사 및 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부서 근무자로 5∼7급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원(상근이사·감사 이상), 일부 공직유관단체 직원(금감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공직자들이 취업제한 기관의 기준에 해당하는 기관에 취업하고자 할 때 정공위의 심사를 받게 된다.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제한 및 재산공개를 명시하도록 해 1981년 12월31일 제정, 1983년 1월부터 시행됐다. 취업제한의 목적은 퇴직예정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기업체 등에 취업한 후 퇴직 전에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부각된 민관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인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생기면서 퇴직공무원에 대한 취업제한 강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현실은 퇴직공무원들의 재취업을 심사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피아를 근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면죄부를 쥐어주는 형국이다.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 모호
평가 과정도 불투명해 불신


문제는 취업예정 업체에서 맡게 될 업무내용은 공개되어 있지만 퇴직 당시 소속에서 맡은 업무내용이 공개돼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인허가 업무를 맡은 사람이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공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상 윤리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며 “너무 자세한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면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해 심사결과 정도만 공개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해 취업예정자의 개인정보는 보호했지만 일관성 없는 판단에 대해서는 해명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를 내놓아도 비판을 면키 어려운 모습이다.

이 같은 지적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취업 제한 여부에 대한 매뉴얼이 있지만, 업무관련성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개인적인 성향도 일정 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심사결정에 주관적이 요소가 개입될 수 있음을 인사혁신처 측도 일정부분 시인한 모습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31일 2016년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기관 1만5687곳을 확정했다. 인사혁신처는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영리기관 1만4214곳, 비영리기관 1473곳을 관보에 고시했다.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민관유착 근절을 위해 취업대상 사기업을 확대했다”며 “2014년 3960곳에서 2016년 1만4214곳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취업제한기업의 확대는 분명히 심사대상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취업대상자가 취업심사를 통과하기만 하면 취업제한기업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취업심사의 핵심키는 정공위가 쥐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심사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공위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매달 발표한다고 하지만 취업가능 여부의 결과만 보여줄 뿐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

이밖에 업무관련성 판단의 모호성에 대해 정공위 관계자는 “업무내역이 외견상으로 보기엔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퇴직 당시 소속과 취업예정 업체만 공개하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 전체와 취업예정 업체와의 업무내역을 세밀히 검토한다. 계약건, 지도사항, 예산, 용역 및 간단한 민원처리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조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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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