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봉 비웃는 공기관장 리스트

회사는 쓰러져 가는데 월급 4000만원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번 국정감사에서 집중 포화를 맞지만 그때뿐이다. 속 시원한 개선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천문학적인 부채는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반대로 공공기관장에 투입되는 인건비는 해마다 치솟고 있다. 심지어 몇몇 공공기관장 자리는 대통령보다 벌이가 쏠쏠하다.

지난 5일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공무원 보수·수당 규정’ 개정안에는 고위급 공무원들의 한해 보수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국무총리는 540만원 인상된 1억6436만6000원, 부총리·감사원장은 1억2435만2000원, 장관 및 장관급 공무원은 1억2086만800원의 연봉을 받는다. 모두 지난해보다 3.4% 올랐다. 수당 등을 더할 경우 총 보수 인상률은 3.0%로 조정된다.

연봉만 4억
대통령 2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대통령이 받는 연봉이다. 박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697만원 오른 2억1201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무게를 감안하면 과도하다고 보기 힘든 금액이다. 여기 저기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도 상당하다.

지난해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했던 박 대통령은 매달 월급의 20%를 펀드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연간 청년희망펀드 기부액은 4240만원에 이른다. 매번 월급에서 353만원씩 꼬박꼬박 나간다. 월 300만원 이상 나가는 새누리당 당비까지 합치면 매년 내야할 고정금액이 8000만원에 육박한다.

연봉만 놓고 본다면 딱히 매력적인 부분을 찾기 힘든 셈이다. 수 십억원에 달하는 대기업 임원의 연봉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멀리 사기업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일부 공공기관장의 수령액 역시 대통령을 훨씬 웃돈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노원 갑)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공공기관 현황 편람’의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조사대상은 정부의 투자·출자나 재정지원 등으로 운영되는 316개 공공기관이다.
 

시장형 공기업(14개), 준시장형 공기업(16개),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17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69개)과 기타공공기관(200개) 등이 포함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를 토대로 작성된 이 문건에 따르면 기업·수출입·산업 등 3대 국책은행의 기관장들이 상단을 빼곡히 채웠다.

‘방만’ 공공기관 인건비 해마다 증가
중심에 기관장…하나같이 고액 연봉

가장 높은 연봉이 책정된 공공기관장 자리는 평균 4억7051만원을 수령한 중소기업은행장이었다. 중소기업은행장의 연봉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5억원이 넘었고 2014년에는 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수출입은행장(4억5964만원), 한국산업은행장(4억4661만원), 한국투자공사 사장(4억2864만원) 역시 대통령보다 2배 이상 연봉을 받는다.

이외에도 다수의 공공기관장 자리가 넉넉한 연봉을 보장한다. 한국과학기술원, 국립암센터,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초과학연구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즘기금까지 연봉 상위 10대 공공기관의 수장들은 모두 대통령보다 연봉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으로 국한하자면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선두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기관장에게 지급된 연봉 총액은 약 465억원. 안 전 사장은 4억750만원의 연봉을 챙기며 1위에 올랐다. 전체 기관장의 평균 연봉인 1억5000만원의 약 2.5배에 해당한다.

한국투자공사는 모든 직급에 걸쳐 연봉이 수위권이었다. 상임 이사와 감사의 연봉은 각각 2억9321만원, 2억9516만원으로 모든 공공기관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반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연봉은 2640만원으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기관장 연봉이 1억원 미만인 공공기관은 24개로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해당 공공기관에 몸담은 직원들 역시 만만치 않은 연봉을 자랑한다. 3년 평균 공공기관 직원 1인당 연봉 순위는 한국투자공사가 1억384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1억83만원), 한국기계연구원(9866만원), 한국원자력연구원(9702만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9513만원) 등도 직원들의 연봉이 공공기관 가운데 최상위권이었다.
 

3년 평균 신입사원 초임 연봉 순위는 항공안전기술원이 4420만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4315만원, 한국연구재단 4296만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4270만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4226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경영평가가 우수한 공공기관이라면 대규모 성과급마저 기대해 봄직하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진행한다. 다만 금융권 공공기관은 금융위가 경영평가를 실시하며, 외부위원이 평가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평가 등급은 S부터 E까지 총 6등급이다.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는 올해 6월께 나온다. D등급 이하는 성과급이 없지만 S, A, B, C등급은 차등 지급받는다.

3대 국책은행
수위권 독차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원들의 성과급도 달라지는데, 지난해보다 등급이 내려간다면 성과급이 줄고 결과적으로 연봉이 깎이게 된다. 한국산업은행의 경우 2013년 기재부의 공공기관 임원 보수지침에 성과급이 최대 200%에서 120%로 변경되면서 연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2013∼2014년 결산 기준 각각 1억8114만원을 기본급(연봉)으로 받았다. 같은 기간 성과급은 3억1689만원에서 1억5397만원으로 낮아져 총 연봉은 4억9804만원에서 3억3512만원으로 떨어졌다. 2014년 받았던 A등급을 유지하지 못하면 올해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연봉은 2억원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해당 공공기관들이 과연 연봉에 합당한 업무를 수행하느냐이다. 연봉으로 지출되는 금액이 많더라도 이들의 활동을 외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 기관장이 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공공기관 대다수가 엄청난 부채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공공기관장 연봉 순위에서 최상단을 차지한 곳일수록 상황이 심각하다.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의 도합 부채규모는 무려 452조원에 육박한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 1위에 오른 한국투자공사 역시 큰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긴 마찬가지다. 특히 중소기업은행(204조원), 한국산업은행(247조원)의 부채는 단 시간 내 처치가 곤란한 수준이다.

한술 더 떠 몇몇 공공기관은 부채와 상관없이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매년 인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획득했더라도 연봉 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부채는 뒷전
유명무실 평가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2013년 청렴도 평가 5등급(매우 미흡), 2014년 4등급(미흡)으로 평가받았고 부채도 매년 증가했지만 기관장 연봉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3년 내내 상승세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광해관리공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렴도 평가는 4·5 등급으로 미흡했고 경영실적도 C등급으로 평범했지만 기관장 연봉이나 상임이사 연봉이 3년 내내 인상됐다.
 

물론 부채가 많다고 경영실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공공기관별 업무 특성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부채는 감안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 자금 투입 과정에 연관되는 공공기관에게 대규모 부채는 일종의 세금처럼 인식되곤 한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는 2010년 이후 5년 만에 지방은행 분할매각 및 우리금융지주 분할매각에 성공해 공적자금 2조2000억원을 회수, 재정절감에 기여했다며 우수 사례로 꼽혔다. 이해관계자 갈등 해소, 매각대금 과세문제 해결 등에 노력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예금보험공사의 부채는 22조원에 이른다.

다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데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공공기관의 전년도 경영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임원 인사 및 성과급 등에 반영한다는 취지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까닭이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의 허점이 지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노근 의원은 “상당수 공공기관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기관장은 대통령 연봉을 능가하는 고액 보수를 챙기고 있다”며 “부채가 늘고 기관평가가 낮아도 임직원 연봉을 계속 인상하는 기관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액 연봉을 받았다면 그 이상의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 게 순리건만 상당수 기관장들은 임기를 제대로 채울지조차 미지수다. 벌써 관뒀거나 당장 자리보전 자체가 불명확한 기관장들도 눈에 띈다.

막대한 부채에도 계속 인상
기업은행장 평균 연봉 단연 ‘1등’

2013년 12월 취임 당시부터 야당의 사퇴 압력을 받아온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지난해 11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퇴했다. 재임 중 잘못된 투자와 호화출장 등으로 구설에 오른 것만 해도 수차례다.


권선주 중소기업은행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능력의 유무를 떠나 주변 환경이 논란을 부채질한 경우다. 2013년 12월 기업은행의 수장으로 취임한 권 행장은 ‘최초 여성 1급 승진’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란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다.
 

부임 초기만 해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권 행장을 본받아라”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다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다른 정부 부처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권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역시 거듭 교체론이 나돌고 있다. 2014년 3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이 행장은 이전부터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 가운데 하나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거친 박 대통령과는 서강대 동문이자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파악된다.

이 행장은 과거 수은이 지원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과정에서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따랐던 전력이 있다. 최근에는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홍기택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내린다. 이 행장의 임기는 2017년 3월에 완료된다.

문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공공기관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시 최악의 경우 정피아 논란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은 14곳. 때마침 4월 총선이 가까워지는 만큼 정피아 낙하산 인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임기 남기고
떠나면 끝?

이 경우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계속해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연봉만 챙기다 기회가 되면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모양새가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취지에서 동떨어지게 된다. 달리 말하자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당수 공공기관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자리에 정치권 인사들이 내려와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해마다 제기되는 만큼 기관장 내정에서부터 납득할만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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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