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면내시경 괴담

항문 보는 척···옆으로 손가락 '쑤욱'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강남의 대형 의료재단에서 수면내시경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항간에 ‘여성의 경우 수면내시경을 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가 죄의식 없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의사가 수면 대장내시경 중 상습적으로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H의료재단의 간호사들이 2013년 10월7일 진정 신청한 문건인 ‘근로자 고충처리 현황’에는 이 재단의 강남 H의료재단 내시경센터장으로 근무했던 양모씨의 적나라한 성추행 행위가 묘사돼 있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내시경 센터장
적나라한 성추행

문건에 따르면 여성의 주요부위를 만지거나, 여성의 주요부위를 보면서 예쁘다고 묘사하고, 주요부위에 손을 넣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만여건의 대장내시경을 시행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할 때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들어가서 확인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제출한 진정서는 신빙성이 굉장히 높다.

문건에는 피해자들의 직업 및 나이까지도 적혀있어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희 변호사는 한 언론을 통해 “5년여간 총 5만여명 가까운 고객을 검사했기 때문에 이중에는 여성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본인이 이 시기에 여기서 검진을 받았는지, 그 의사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여성변호사회에 의뢰를 하면 추가적으로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이 작성한 문건에는 ‘고객님 잘 주무시는데 불구하고 수면유도제를 더 주입하자 함… 항문 진찰하는 척 하시더니 XX 안으로 손가락을 삽입하여…’라고 적혀있다. 의사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양씨는 간호사들에게 이 부분이 이쁘다는 등 부위를 직접 확인토록 해 간호사들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시경 전문의인 양씨가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만 고집했다는 내용은 그의 행동이 의도적 이었음을 뒷받침한다.

이밖에 타 문건에는 건강검진 고객을 상대로 양씨가 성추행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간호사 앞에서 비만 환자를 비하하고 중요부위에 대한 노골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씨는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일종의 그것도 농담인데, 항문이 예쁜 경우도 있잖아요”라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의료재단 간호사들 진정 문건 공개
환자 추행 의사 추악한 민낯 드러내

간호사들은 문서뿐만 아니라 구두로도 센터장의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해당 의료재단이 이 같은 행태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H의료재단 부회장은 “이렇게 왔던 게(문건) 사실이었고, 저희가 진짜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더 사실 조사를 해서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부회장은 재단의 이사장에게도 해당 사안이 보고됐지만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검진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반복적인 성추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대안이 없으니, 성수기 때는 하루에 150∼200명씩 검진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수익을 위해 고의 은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부분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양씨는 “그런 이야기는 있었다”며 “없던 얘기는 아니고, 퇴직금도 못 받았다”며 자신의 추행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사건이 드러나 본인의 신변에 차질이 생긴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손가락이 미끄러진다든지 그런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며 “진료하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고…”라고 변명했다.


서울청 성폭력수사대는 “기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고 혐의가 인정됐다”며 “내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사업 이사인 노영희 변호사는 H의료재단 강남센터 내시경 센터장이었던 양씨를 강제추행과 모욕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 변호사는 “양씨가 수검자인 여성들이 수면 상태에서 저항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항문을 진찰하는 척하며 추행했다”며 “신체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반복했고 옆에 있던 간호사들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진찰하다가
 XX 안으로…

여성변호사회는 H의료재단이 2013년부터 범죄사실을 알고도 해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재단 이사장과 함께 임원을 부작위에 의한 방조와 모욕, 성추행, 간호사에 대한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죄명으로 고발했다.

또 의료재단 측에서 진정서를 인멸한 사실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증거인멸 부분까지 고발되어 있는 상황이다. 고은희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단순히 양씨를 고용한 의료재단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의사에 대해 1년 정도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 밖에 없어 이사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해 법적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의사에 대한 가벼운 제재는 성범죄를 일으킨 의사가 병원을 옮겨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법당국이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범죄사실이 입증되고, 해당자가 의사협회 회원이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체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사태를 심각하게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성문 변호사는 “내시경을 하러 가는데 일일이 보호자를 대동해서 가기는 힘들다”며 환자를 믿게 해주려면 징계와 처벌이 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해고 후 전남의 병원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내시경 업무를 계속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처벌 덕분에 양씨는 이직한 병원에서도 버젓이 성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전남에 양씨가 재직한 병원 직원들은 “조금 가슴이 크거나 하면 정밀하게 본다고 젤을 또 바르기도 했다”며 “그래서 막 이렇게 손으로 하시는데…”라며 울먹였다.

의료계는 양씨가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들을 이용해 성추행을 벌인 행각을 묵인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양씨는 현재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전남의 병원에서 사직했다. 수면내시경을 매개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6월에 경남 통영에서 수면내시경 마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원장은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피해자의 수면내시경 검사를 끝낸 뒤 간호사들에게 “점심을 먹고 오라”며 밖으로 내보내고 피해자의 팔에 전신마취제를 놓고 성폭행했다. 또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환자 3명을 비슷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간호사들에 의해 밝혀졌다.


A원장이 식사를 거른 채 혼자 장시간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고 환자 중 한 명이 “검진 후 하체가 이상하다”며 상담하자 간호사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증거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후 A원장은 검찰에 의해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위험한 마취제를 사용해 성폭행한 것은 의료인으로서 근본이 안 됐다”며 “검찰 구형 그대로 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2013년 한 여성은 전남의 모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의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성은 사건 당일 “사전 동의서도 작성하지 않고 수면내시경을 해 마취 기운이 덜 풀려 항거불능에 빠져 있었다”며 “의사가 음부를 팔꿈치로 자극하고 속옷을 벗겨 자극하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3개월여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무혐의 처리를 했다. 분노한 여성은 의사의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알면서도 묵과
방치한 의료재단

당시 제3의 피해여성이 의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여성은 “당시 증인, 증거도 없고 도와줄 이도 없어 신고해봤자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아 경찰서도 못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과에서 위가 아파 내원한 환자에게 항문 농양을 보겠다며 꼬리뼈 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의사의 진술은 말이 안 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면내시경 전에 의사 면담은 물론 사전 동의서를 받게 돼 있다”며 “이는 설명 의무 위반으로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이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증언으로만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로서는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 이 사건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자 수면내시경 성추행 관련 괴담은 더 무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성인여자 및 아이를 불문하고 계속해서 의사들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진료 빙자 성추행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보를 통해 “의료인 성범죄에 대한 국회의 입법 경향은 주로 면허 자격정지, 영구박탈 등과 같은 강력한 사후처벌법이었다”면서 “진료 빙자 성추행 방지법은 사전예방법이기 때문에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5년간 5만명이나 검사
“예쁘네” 주요부위 만져

그러면서 국회의 신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처럼 ‘샤프롱 제도’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샤프롱 제도는 여성이나 미성년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보호자나 간호사 등 제 3자가 함께 진료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안 대표는 이를 통해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등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샤프롱 제도는 의료인을 잠재적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정당한 진료를 환자가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것을 예방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들의 진료 중 성추행 괴담이 무성하고 피해자들은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4년에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 안내서’를 발간했다.

인권위는 “의료인과 환자의 인식 격차를 줄이고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진료과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 성희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판단기준, 진료과정에서 자주 호소하는 사례와 예방법 등을 제시했다”며 “안내서가 이용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해 인권 친화적 진료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내서는 진료과정 성희롱에 해당되는 사례를 담고 있다.

첫째로 의료진의 성적 접촉, 둘째로 의료진의 불필요한 성적 표현, 성적 농담 및 성적 비하, 성적 시선, 셋째로는 성적 접근, 넷째 성적 언동이나 성적 요구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의료서비스 제공 등이 모두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애매모호한 의료인 성희롱 행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1월에 국회와 환자단체에 따르면 샤프롱 제도를 본 딴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을 검토해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는 의료인이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다른 의료인 등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으로 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실에 다른 의료인을 배석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 및 환자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변호사회 고발
피해입증 어려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의견서를 보내 “배석제도를 법령으로 제정해 의료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게 될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대체 검사비는 증가한다”며 “이 제도는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추행 사건의 다툼에 있어 양 당사자의 주장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동석한 제 3자의 증언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단순히 의사를 잠재적 가해자, 환자를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제도라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료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를 지키고, 양측의 신뢰관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환자 성추행' 유명 성형외과 원장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성형외과 전문의 Y원장이 A여성을 상대로 강제추행 한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Y원장은 지난해 7월23일 병원 진료실에서 상담을 하던 A여성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Y원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수술비가 1500만원인데 600만원에 해주면 나에게 뭘 해줄 것이냐”며 “바깥에서 다섯 번만 만나자. 깎아줄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Y원장은 10년 전에도 이미 이와 유사한 성추행을 저질러 죗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진다.

2006년 2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성형수술 담당 의사로 내정돼 각종 수술과 시술을 통해 출연자의 외모가 바뀌는 과정을 도왔다. 프로그램 출연 한 달 뒤 Y원장은 프로그램 출연자 2명을 같은 날 차례로 성추행했다. Y원장은 A여성에게 “가슴은 어떠냐”고 물었고 A씨가 가슴은 수술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Y원장은 “그래도 한번 봐야겠으니 윗옷을 올려보라”고 했다. 이어 A씨의 가슴을 수차례 만졌다.

같은 날 B여성에게도 “윗옷을 벗어봐라, 티셔츠를 올려봐라”고 해 속옷을 강제로 걷어 올리게 한 후 B여성을 추행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Y원장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2007년 5월 약식기소 돼 벌금 700만원 형이 확정됐다. 민사소송도 진행돼 A여성과 B여성에게 각각 1133만원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Y원장의 집안은  3대째 내려오는 의사 가문이며 특히 안면윤곽술은 전 세계 성형외과 공식 교과서에 게재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원장은 이번 기소로 다시 한 번 명성에 먹칠을 함과 동시에 상습 ‘성추행범’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성형외과 측은 “잘 모르겠다. 바빠서 전화를 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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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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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