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면내시경 괴담

항문 보는 척···옆으로 손가락 '쑤욱'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강남의 대형 의료재단에서 수면내시경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항간에 ‘여성의 경우 수면내시경을 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가 죄의식 없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의사가 수면 대장내시경 중 상습적으로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H의료재단의 간호사들이 2013년 10월7일 진정 신청한 문건인 ‘근로자 고충처리 현황’에는 이 재단의 강남 H의료재단 내시경센터장으로 근무했던 양모씨의 적나라한 성추행 행위가 묘사돼 있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내시경 센터장
적나라한 성추행

문건에 따르면 여성의 주요부위를 만지거나, 여성의 주요부위를 보면서 예쁘다고 묘사하고, 주요부위에 손을 넣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만여건의 대장내시경을 시행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할 때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들어가서 확인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제출한 진정서는 신빙성이 굉장히 높다.

문건에는 피해자들의 직업 및 나이까지도 적혀있어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희 변호사는 한 언론을 통해 “5년여간 총 5만여명 가까운 고객을 검사했기 때문에 이중에는 여성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본인이 이 시기에 여기서 검진을 받았는지, 그 의사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여성변호사회에 의뢰를 하면 추가적으로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이 작성한 문건에는 ‘고객님 잘 주무시는데 불구하고 수면유도제를 더 주입하자 함… 항문 진찰하는 척 하시더니 XX 안으로 손가락을 삽입하여…’라고 적혀있다. 의사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양씨는 간호사들에게 이 부분이 이쁘다는 등 부위를 직접 확인토록 해 간호사들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시경 전문의인 양씨가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만 고집했다는 내용은 그의 행동이 의도적 이었음을 뒷받침한다.

이밖에 타 문건에는 건강검진 고객을 상대로 양씨가 성추행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간호사 앞에서 비만 환자를 비하하고 중요부위에 대한 노골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씨는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일종의 그것도 농담인데, 항문이 예쁜 경우도 있잖아요”라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의료재단 간호사들 진정 문건 공개
환자 추행 의사 추악한 민낯 드러내

간호사들은 문서뿐만 아니라 구두로도 센터장의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해당 의료재단이 이 같은 행태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H의료재단 부회장은 “이렇게 왔던 게(문건) 사실이었고, 저희가 진짜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더 사실 조사를 해서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부회장은 재단의 이사장에게도 해당 사안이 보고됐지만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검진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반복적인 성추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대안이 없으니, 성수기 때는 하루에 150∼200명씩 검진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수익을 위해 고의 은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부분이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양씨는 “그런 이야기는 있었다”며 “없던 얘기는 아니고, 퇴직금도 못 받았다”며 자신의 추행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사건이 드러나 본인의 신변에 차질이 생긴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손가락이 미끄러진다든지 그런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며 “진료하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고…”라고 변명했다.


서울청 성폭력수사대는 “기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고 혐의가 인정됐다”며 “내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사업 이사인 노영희 변호사는 H의료재단 강남센터 내시경 센터장이었던 양씨를 강제추행과 모욕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 변호사는 “양씨가 수검자인 여성들이 수면 상태에서 저항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항문을 진찰하는 척하며 추행했다”며 “신체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반복했고 옆에 있던 간호사들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진찰하다가
 XX 안으로…

여성변호사회는 H의료재단이 2013년부터 범죄사실을 알고도 해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재단 이사장과 함께 임원을 부작위에 의한 방조와 모욕, 성추행, 간호사에 대한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죄명으로 고발했다.

또 의료재단 측에서 진정서를 인멸한 사실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증거인멸 부분까지 고발되어 있는 상황이다. 고은희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단순히 양씨를 고용한 의료재단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의사에 대해 1년 정도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 밖에 없어 이사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해 법적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의사에 대한 가벼운 제재는 성범죄를 일으킨 의사가 병원을 옮겨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법당국이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범죄사실이 입증되고, 해당자가 의사협회 회원이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체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사태를 심각하게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성문 변호사는 “내시경을 하러 가는데 일일이 보호자를 대동해서 가기는 힘들다”며 환자를 믿게 해주려면 징계와 처벌이 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해고 후 전남의 병원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내시경 업무를 계속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처벌 덕분에 양씨는 이직한 병원에서도 버젓이 성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전남에 양씨가 재직한 병원 직원들은 “조금 가슴이 크거나 하면 정밀하게 본다고 젤을 또 바르기도 했다”며 “그래서 막 이렇게 손으로 하시는데…”라며 울먹였다.

의료계는 양씨가 항거불능상태의 피해자들을 이용해 성추행을 벌인 행각을 묵인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양씨는 현재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전남의 병원에서 사직했다. 수면내시경을 매개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6월에 경남 통영에서 수면내시경 마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원장은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피해자의 수면내시경 검사를 끝낸 뒤 간호사들에게 “점심을 먹고 오라”며 밖으로 내보내고 피해자의 팔에 전신마취제를 놓고 성폭행했다. 또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환자 3명을 비슷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간호사들에 의해 밝혀졌다.


A원장이 식사를 거른 채 혼자 장시간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고 환자 중 한 명이 “검진 후 하체가 이상하다”며 상담하자 간호사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증거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후 A원장은 검찰에 의해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위험한 마취제를 사용해 성폭행한 것은 의료인으로서 근본이 안 됐다”며 “검찰 구형 그대로 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2013년 한 여성은 전남의 모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의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성은 사건 당일 “사전 동의서도 작성하지 않고 수면내시경을 해 마취 기운이 덜 풀려 항거불능에 빠져 있었다”며 “의사가 음부를 팔꿈치로 자극하고 속옷을 벗겨 자극하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3개월여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무혐의 처리를 했다. 분노한 여성은 의사의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알면서도 묵과
방치한 의료재단

당시 제3의 피해여성이 의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발언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여성은 “당시 증인, 증거도 없고 도와줄 이도 없어 신고해봤자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아 경찰서도 못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과에서 위가 아파 내원한 환자에게 항문 농양을 보겠다며 꼬리뼈 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의사의 진술은 말이 안 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면내시경 전에 의사 면담은 물론 사전 동의서를 받게 돼 있다”며 “이는 설명 의무 위반으로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이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증언으로만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로서는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 이 사건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되자 수면내시경 성추행 관련 괴담은 더 무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성인여자 및 아이를 불문하고 계속해서 의사들의 성추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진료 빙자 성추행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보를 통해 “의료인 성범죄에 대한 국회의 입법 경향은 주로 면허 자격정지, 영구박탈 등과 같은 강력한 사후처벌법이었다”면서 “진료 빙자 성추행 방지법은 사전예방법이기 때문에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5년간 5만명이나 검사
“예쁘네” 주요부위 만져

그러면서 국회의 신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처럼 ‘샤프롱 제도’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샤프롱 제도는 여성이나 미성년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보호자나 간호사 등 제 3자가 함께 진료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안 대표는 이를 통해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등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샤프롱 제도는 의료인을 잠재적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정당한 진료를 환자가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것을 예방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들의 진료 중 성추행 괴담이 무성하고 피해자들은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4년에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 안내서’를 발간했다.

인권위는 “의료인과 환자의 인식 격차를 줄이고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진료과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 성희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판단기준, 진료과정에서 자주 호소하는 사례와 예방법 등을 제시했다”며 “안내서가 이용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해 인권 친화적 진료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내서는 진료과정 성희롱에 해당되는 사례를 담고 있다.

첫째로 의료진의 성적 접촉, 둘째로 의료진의 불필요한 성적 표현, 성적 농담 및 성적 비하, 성적 시선, 셋째로는 성적 접근, 넷째 성적 언동이나 성적 요구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의료서비스 제공 등이 모두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애매모호한 의료인 성희롱 행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1월에 국회와 환자단체에 따르면 샤프롱 제도를 본 딴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을 검토해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는 의료인이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다른 의료인 등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으로 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실에 다른 의료인을 배석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 및 환자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변호사회 고발
피해입증 어려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의견서를 보내 “배석제도를 법령으로 제정해 의료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게 될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대체 검사비는 증가한다”며 “이 제도는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추행 사건의 다툼에 있어 양 당사자의 주장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동석한 제 3자의 증언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단순히 의사를 잠재적 가해자, 환자를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제도라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료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를 지키고, 양측의 신뢰관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환자 성추행' 유명 성형외과 원장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성형외과 전문의 Y원장이 A여성을 상대로 강제추행 한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Y원장은 지난해 7월23일 병원 진료실에서 상담을 하던 A여성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Y원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수술비가 1500만원인데 600만원에 해주면 나에게 뭘 해줄 것이냐”며 “바깥에서 다섯 번만 만나자. 깎아줄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Y원장은 10년 전에도 이미 이와 유사한 성추행을 저질러 죗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진다.

2006년 2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성형수술 담당 의사로 내정돼 각종 수술과 시술을 통해 출연자의 외모가 바뀌는 과정을 도왔다. 프로그램 출연 한 달 뒤 Y원장은 프로그램 출연자 2명을 같은 날 차례로 성추행했다. Y원장은 A여성에게 “가슴은 어떠냐”고 물었고 A씨가 가슴은 수술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Y원장은 “그래도 한번 봐야겠으니 윗옷을 올려보라”고 했다. 이어 A씨의 가슴을 수차례 만졌다.

같은 날 B여성에게도 “윗옷을 벗어봐라, 티셔츠를 올려봐라”고 해 속옷을 강제로 걷어 올리게 한 후 B여성을 추행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Y원장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2007년 5월 약식기소 돼 벌금 700만원 형이 확정됐다. 민사소송도 진행돼 A여성과 B여성에게 각각 1133만원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Y원장의 집안은  3대째 내려오는 의사 가문이며 특히 안면윤곽술은 전 세계 성형외과 공식 교과서에 게재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원장은 이번 기소로 다시 한 번 명성에 먹칠을 함과 동시에 상습 ‘성추행범’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성형외과 측은 “잘 모르겠다. 바빠서 전화를 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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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