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김선권 신화 풀스토리

우후죽순 토종카페 순식간에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신승훈 기자 대형 커피브랜드를 상대로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성공신화를 써내려갔던 김선권 회장. 승승장구 하던 그가 잇따른 사업실패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토니버거를 론칭해 승부수를 띄운 김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카페베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를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사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회장의 지분율은 49.5%에서 7.3%로 낮아지면서 경영권을 잃게 됐다. 신규·해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바퀴베네라고
불리더니 결국

김 회장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20대부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여행 중 오락실 산업을 보고 1997년 한국에서 오락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업그레이드, 리뉴얼 등 본사의 관리가 필수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뛰어들었다.

특히 2006년 추풍령 감자탕은 4년 만에 3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본격적으로 커피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84월 천호점에 론칭 하면서부터다. 초반에 낮은 인지도와 업계 후발주자로써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 밀렸다. 하지만 2009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와 제휴를 맺고 한예슬, 최다니엘, 장근석, 송승헌 같은 스타마케팅 및 당대 인기드리마 <아이리스>의 간접광고(PPL) 효과까지 더해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 결과  2010년 한 해에만 335개의 매장을 열고 2011800호점을 개설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11년 김 회장은 블랙스미스를 강남역에  론칭하면서 “‘2의 카페베네신화를 만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210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업계 선두권으로 뛰어올라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해 사업성공을 자신했다. 블랙스미스는 1년 만에 매장을 75개 까지 늘려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블랙스미스는 직격탄을 맞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로써 카페베네는 201312월 블랙스미스에서 손을 뗐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출범한 제과점 마인츠돔도 중기업종에 지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 밖에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 또한 GS왓슨스, CJ올리브영, 코오롱W스토어 등 대기업주도의 시장 질서를 이기지 못하고 1년 만에 철수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선권 신화를 있게 한 카페베네의 추락이다. 김 회장은 창업 5년째인 20138월 카페베네 1000번째 매장을 열고 오는 2020년까지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첫째 중국 진출의 실패가 뼈아팠다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5050 합작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한 때 600여 곳의 점포를 운영해 사업이 정상 괘도에 오른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상하이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대금 605만위안(105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실이 드러났다. 

마이더스 손, 마이너스 손으로 몰락
자금난으로 매각경영서도 물러나

가맹점을 빠르게 늘린 결과 유통망과 관리조직을 갖추지 못해 원두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영업에 피해를 입은 매장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미진한 성장의 돌파구를 해외로 삼았지만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페베네의 매출은 2012년 2208억원, 2013년 1874억원, 2014년은 1463억원으로 2012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김 회장은 20119월 청년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했다. 당시 김 회장은 미지급된 수당을 모두 지급하고 가맹점 교육을 시행할 것을 약속했고 이에 청년유니온은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근로자 처우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3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카페베네 가맹점 56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근로감독 조사에서 55개 지점이 최저임금위반, 임금 정기 미지급 등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카페베네의 가맹점 처우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다.  20148월에는  통신사 제휴 행사로 인한 할인 금액 가운데 일부를 가맹점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해 카페베네는 2013년 이후 2번째로 지난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초까지 본사 직원 300여명의 50%에 달하는 인력에 대해 근무지 재배치, 권고퇴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칼을 빼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지난해 9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은 공개자료를 통해 10대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가 62(20.2%)로 가장 많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고 탐앤탐스, 엔젤리너스가 뒤를 이었다. 위반 내용으로는 위생교육 불이수’ ‘영업장 외 영업’  ‘유통기한 위반등으로 나타났다

신규·해외서 
손실 데미지

소비자의 평가도 냉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카페의 맛과 가격에 모두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스타벅스만큼 비싸지만 맛은 이에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특히 카페베네는 지난해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이 가맹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잇따른 악재와 본사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지난해에만 카페베네는 30개의 점포가 폐점했고 2012년도부터 누적 합계 137개 가맹점이 폐업했다. 엔제리너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는 각각 19, 5, 8개로 카페베네의 폐점숫자에 못 미친다. 반면 가맹점 신규오픈의 경우 지난해 카페베네 40, 엔제리너스 40, 이디야 237, 투썸플레이스 81개로 나타났다. 카페베네가 가맹점 신규오픈 대비 폐점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10월 본사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승우 전 웅진식품 대표를 신임 카페베네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김 회장은 카페베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체제 도입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임 사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최 대표가 경영을 맡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페네베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부채를 진 상황에서 사모펀드 출신의 최 대표가 새로 부임하면서 사실상 김 회장은 모든 경영권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연말까지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이 가진 지분을 모두 넘기고 회사에서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신임 대표는 해외 사업 방향과 기업의 성장 동력 발굴 등 무너져가는 카페베네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인사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월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가맹점주를 직접 면담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사업 확장
그리고 곧 그림자

또 가맹점주 모임을 정례화해 카페베네의 고질병인 가맹점주와의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또한 카페베네는 대주주를 기존의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자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하면서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권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회장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20147K3에쿼티파트너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해 224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당시 투자금이 부족한 탓에 자신의 지분 일부도 함께 매각해 경영권 분쟁을 남기기도 했다. 또 카페베네는 자금유동성을 위해 지난해 1210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코스닥상장업체 플랜티넷으로부터 주당 500원으로 1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다.

케이쓰리제5호의 보통주 전환은 기존 15000원에서 플랜티넷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500원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케이쓰리제5호는 우선주 1491300주를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량 전환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84.2%로 늘어났고 김 회장 지분은 49.5%에서 7.3%로 줄었다.

이를 통해 카페베네는 지난 20147월 유치된 증자대금 약 223억원이 전액 보통주 자본금으로 반영하게 됨에 따라 지난해 9월 부채 비율이 865%에서 300% 이하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됐다.카페베네 측은 해외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졌고 경영권 매각이 주주들 합의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카페베네의 영업이익과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다시 한 번 신사업을 계획했다. 카페베네는 세컨드 브랜드로 중저가 커피전문점 바리스텔라를 론칭했다. 바리스텔라의 매장규모는 평균 20평으로 평균 40평 이상의 대규모를 자랑한 카페베네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엔 버거 사업이다!”
 토니버거 론칭 승부수

커피 가격도 아메리카노 기준 평균 29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중저가 이미지를 표방했다. 또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타격을 입은 마인츠돔이지만 그때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화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는 복안이였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기존 커피전문점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커피와 음료 외에 차별된 메뉴를 준비했다다양한 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리스텔라는 론칭 때부터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카페베네가 세컨드 브랜드를 개설한 이유는 개정 가맹거래법에 신규 개점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다. 개정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와 점주가 영업 지역 범위를 협의해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즉 카페베네는 300m 내 신규 개점을 하려면 기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신규 개점 제한으로 기존의 공격적 점포 확장을 못 하게된 카페베네는 세컨드브랜드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카페베네가 부진을 직접 타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컨드 브랜드 출시로 피해가려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당시 카페베네는 언론을 통해 아직 가맹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고 가맹점을 내더라도 기존 카페베네 상권과는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론칭을 계획한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5월 카페베네는 바리스텔라에 대해 테스트를 위해 개설한 점포 일 뿐이라며 가맹사업을 할 의사는 없고, 현재까지 추가로 직영점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가맹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결국 카페베네는 논란이 커지자 바리스텔라를 포기하고 카페베네 이름을 유지한 채 베이글을 강조한 카페베네126베이글을 지난해 5월 론칭했다. ‘카페베네 126 베이글은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만에 점포수 100개를 넘어서며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세컨드 브랜드를 내기 보다는 기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긍정적이지만 좀 더 지켜볼 부분이다. 이 밖에 김 회장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버거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베네타워(구 카페베네 사옥) 1층에 토니버거’ 1호 매장을 론칭 했다. 버거사업은 카페베네 법인과 관계없는 김 회장 개인 투자 사업으로 알려진다.

구겨진 자존심
신사업으로 회복?

토니버거의 법인 대표는 서바이벌 오디션<마스터셰프코리아3>에 출연한 미스코리아 출신 요리사 홍다현 씨가 맡고 있다. 토니버거는 가성비를 강조해 론칭 초반 빠르게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2008년 카페베네의 성공 이후 신사업에서 줄곧 쓴잔을 마신 김 회장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먹튀카페베네 미국서 무슨일이

카페베네가 미국본사 사무실 임대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 분쟁 중에 있다지난 13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에 따르면 까페베네는 지난해 81일부터 101일까지 두 달간 월세 78025달러를 내지 못해 미주본부 사무실 건물주가 소송을 제기했다.

안 씨에 따르면 이 매장 임대계약서는 김선권 회장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고 카페베네 측이 일체 대등하지 않아 궐석판결로 넘어가 카페베네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147월 미국내 한국인들이 카페베네 관련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소송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카페베네 먹튀논란이 일자 지난해 3월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

 

<기사 속 기사> ‘토종 신발스베누 몰락 스토리  

토종 신발 브랜드 스베누를 론칭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황효진 대표가 신발 제조 대금을 제조공장 업주에게 주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 됐다. 경찰의 서류 조사 결과 황 대표는 200억여원의 납품 대금을 주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스베누는 2012신발팜이라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 2014년 스베누로 이름을 바꾸고 온·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신생브랜드 답지 않게 아이유, AOA 등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내세우며 파격 마케팅을 선보였다. 하지만 과도한 스타마케팅과 가맹점 확장으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1215일에는 중년남성이 회사로 뛰어들어 내 돈 내놔라며 자해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남성은 신발 공장주로부터 28억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스베누의 자금부실이 심각한 수준이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자금난에 빠진 스베누가 땡처리 업체에 싼값으로 물건을 넘겨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가맹점의 경우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현금으로 목돈을 챙기려 땡처리 업체에 물건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스베누 측은 땡처리 매장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확인 즉시 해당 불법 매장에 방문해 판매 중단 요청 및 법적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스베누 사태에 대해 황 대표는 피해를 입은 업체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해결하도록 하겠다그동안 스베누를 사랑해 주신 소비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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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