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김선권 신화 풀스토리

우후죽순 토종카페 순식간에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신승훈 기자 대형 커피브랜드를 상대로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성공신화를 써내려갔던 김선권 회장. 승승장구 하던 그가 잇따른 사업실패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토니버거를 론칭해 승부수를 띄운 김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카페베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를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사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회장의 지분율은 49.5%에서 7.3%로 낮아지면서 경영권을 잃게 됐다. 신규·해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바퀴베네라고
불리더니 결국

김 회장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20대부터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여행 중 오락실 산업을 보고 1997년 한국에서 오락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업그레이드, 리뉴얼 등 본사의 관리가 필수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뛰어들었다.

특히 2006년 추풍령 감자탕은 4년 만에 300여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본격적으로 커피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84월 천호점에 론칭 하면서부터다. 초반에 낮은 인지도와 업계 후발주자로써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커피전문점에 밀렸다. 하지만 2009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와 제휴를 맺고 한예슬, 최다니엘, 장근석, 송승헌 같은 스타마케팅 및 당대 인기드리마 <아이리스>의 간접광고(PPL) 효과까지 더해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 결과  2010년 한 해에만 335개의 매장을 열고 2011800호점을 개설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지난 2011년 김 회장은 블랙스미스를 강남역에  론칭하면서 “‘2의 카페베네신화를 만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210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업계 선두권으로 뛰어올라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해 사업성공을 자신했다. 블랙스미스는 1년 만에 매장을 75개 까지 늘려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블랙스미스는 직격탄을 맞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로써 카페베네는 201312월 블랙스미스에서 손을 뗐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출범한 제과점 마인츠돔도 중기업종에 지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 밖에 드러그스토어 디셈버24’ 또한 GS왓슨스, CJ올리브영, 코오롱W스토어 등 대기업주도의 시장 질서를 이기지 못하고 1년 만에 철수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선권 신화를 있게 한 카페베네의 추락이다. 김 회장은 창업 5년째인 20138월 카페베네 1000번째 매장을 열고 오는 2020년까지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첫째 중국 진출의 실패가 뼈아팠다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5050 합작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한 때 600여 곳의 점포를 운영해 사업이 정상 괘도에 오른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상하이 인테리어업체에 공사대금 605만위안(105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실이 드러났다. 

마이더스 손, 마이너스 손으로 몰락
자금난으로 매각경영서도 물러나

가맹점을 빠르게 늘린 결과 유통망과 관리조직을 갖추지 못해 원두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영업에 피해를 입은 매장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의 미진한 성장의 돌파구를 해외로 삼았지만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페베네의 매출은 2012년 2208억원, 2013년 1874억원, 2014년은 1463억원으로 2012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김 회장은 20119월 청년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했다. 당시 김 회장은 미지급된 수당을 모두 지급하고 가맹점 교육을 시행할 것을 약속했고 이에 청년유니온은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근로자 처우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3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카페베네 가맹점 56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근로감독 조사에서 55개 지점이 최저임금위반, 임금 정기 미지급 등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카페베네의 가맹점 처우에 대한 논란이 들끓었다.  20148월에는  통신사 제휴 행사로 인한 할인 금액 가운데 일부를 가맹점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해 카페베네는 2013년 이후 2번째로 지난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초까지 본사 직원 300여명의 50%에 달하는 인력에 대해 근무지 재배치, 권고퇴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칼을 빼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지난해 9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은 공개자료를 통해 10대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카페베네가 62(20.2%)로 가장 많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고 탐앤탐스, 엔젤리너스가 뒤를 이었다. 위반 내용으로는 위생교육 불이수’ ‘영업장 외 영업’  ‘유통기한 위반등으로 나타났다

신규·해외서 
손실 데미지

소비자의 평가도 냉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카페의 맛과 가격에 모두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스타벅스만큼 비싸지만 맛은 이에 못 미친다는 평가였다. 특히 카페베네는 지난해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이 가맹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잇따른 악재와 본사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지난해에만 카페베네는 30개의 점포가 폐점했고 2012년도부터 누적 합계 137개 가맹점이 폐업했다. 엔제리너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는 각각 19, 5, 8개로 카페베네의 폐점숫자에 못 미친다. 반면 가맹점 신규오픈의 경우 지난해 카페베네 40, 엔제리너스 40, 이디야 237, 투썸플레이스 81개로 나타났다. 카페베네가 가맹점 신규오픈 대비 폐점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10월 본사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서울 광진구 중곡동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승우 전 웅진식품 대표를 신임 카페베네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김 회장은 카페베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체제 도입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임 사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최 대표가 경영을 맡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페네베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부채를 진 상황에서 사모펀드 출신의 최 대표가 새로 부임하면서 사실상 김 회장은 모든 경영권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연말까지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이 가진 지분을 모두 넘기고 회사에서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신임 대표는 해외 사업 방향과 기업의 성장 동력 발굴 등 무너져가는 카페베네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인사로 평가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월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가맹점주를 직접 면담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사업 확장
그리고 곧 그림자

또 가맹점주 모임을 정례화해 카페베네의 고질병인 가맹점주와의 트러블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또한 카페베네는 대주주를 기존의 김 회장에서 사모투자자인 케이쓰리제5(K35)로 변경하면서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권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회장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20147K3에쿼티파트너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해 224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다.



당시 투자금이 부족한 탓에 자신의 지분 일부도 함께 매각해 경영권 분쟁을 남기기도 했다. 또 카페베네는 자금유동성을 위해 지난해 1210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코스닥상장업체 플랜티넷으로부터 주당 500원으로 1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다.

케이쓰리제5호의 보통주 전환은 기존 15000원에서 플랜티넷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500원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케이쓰리제5호는 우선주 1491300주를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량 전환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84.2%로 늘어났고 김 회장 지분은 49.5%에서 7.3%로 줄었다.

이를 통해 카페베네는 지난 20147월 유치된 증자대금 약 223억원이 전액 보통주 자본금으로 반영하게 됨에 따라 지난해 9월 부채 비율이 865%에서 300% 이하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됐다.카페베네 측은 해외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재무구조가 빠르게 나빠졌고 경영권 매각이 주주들 합의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카페베네의 영업이익과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다시 한 번 신사업을 계획했다. 카페베네는 세컨드 브랜드로 중저가 커피전문점 바리스텔라를 론칭했다. 바리스텔라의 매장규모는 평균 20평으로 평균 40평 이상의 대규모를 자랑한 카페베네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엔 버거 사업이다!”
 토니버거 론칭 승부수

커피 가격도 아메리카노 기준 평균 29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중저가 이미지를 표방했다. 또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타격을 입은 마인츠돔이지만 그때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화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는 복안이였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기존 커피전문점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커피와 음료 외에 차별된 메뉴를 준비했다다양한 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리스텔라는 론칭 때부터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카페베네가 세컨드 브랜드를 개설한 이유는 개정 가맹거래법에 신규 개점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다. 개정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와 점주가 영업 지역 범위를 협의해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즉 카페베네는 300m 내 신규 개점을 하려면 기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신규 개점 제한으로 기존의 공격적 점포 확장을 못 하게된 카페베네는 세컨드브랜드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카페베네가 부진을 직접 타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컨드 브랜드 출시로 피해가려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당시 카페베네는 언론을 통해 아직 가맹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고 가맹점을 내더라도 기존 카페베네 상권과는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론칭을 계획한 지 한 달이 지난 지난해 5월 카페베네는 바리스텔라에 대해 테스트를 위해 개설한 점포 일 뿐이라며 가맹사업을 할 의사는 없고, 현재까지 추가로 직영점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가맹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결국 카페베네는 논란이 커지자 바리스텔라를 포기하고 카페베네 이름을 유지한 채 베이글을 강조한 카페베네126베이글을 지난해 5월 론칭했다. ‘카페베네 126 베이글은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만에 점포수 100개를 넘어서며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이다.

세컨드 브랜드를 내기 보다는 기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긍정적이지만 좀 더 지켜볼 부분이다. 이 밖에 김 회장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버거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베네타워(구 카페베네 사옥) 1층에 토니버거’ 1호 매장을 론칭 했다. 버거사업은 카페베네 법인과 관계없는 김 회장 개인 투자 사업으로 알려진다.

구겨진 자존심
신사업으로 회복?

토니버거의 법인 대표는 서바이벌 오디션<마스터셰프코리아3>에 출연한 미스코리아 출신 요리사 홍다현 씨가 맡고 있다. 토니버거는 가성비를 강조해 론칭 초반 빠르게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2008년 카페베네의 성공 이후 신사업에서 줄곧 쓴잔을 마신 김 회장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먹튀카페베네 미국서 무슨일이

카페베네가 미국본사 사무실 임대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 분쟁 중에 있다지난 13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에 따르면 까페베네는 지난해 81일부터 101일까지 두 달간 월세 78025달러를 내지 못해 미주본부 사무실 건물주가 소송을 제기했다.

안 씨에 따르면 이 매장 임대계약서는 김선권 회장이 직접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고 카페베네 측이 일체 대등하지 않아 궐석판결로 넘어가 카페베네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147월 미국내 한국인들이 카페베네 관련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소송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카페베네 먹튀논란이 일자 지난해 3월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

 

<기사 속 기사> ‘토종 신발스베누 몰락 스토리  

토종 신발 브랜드 스베누를 론칭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황효진 대표가 신발 제조 대금을 제조공장 업주에게 주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 됐다. 경찰의 서류 조사 결과 황 대표는 200억여원의 납품 대금을 주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스베누는 2012신발팜이라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 2014년 스베누로 이름을 바꾸고 온·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신생브랜드 답지 않게 아이유, AOA 등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내세우며 파격 마케팅을 선보였다. 하지만 과도한 스타마케팅과 가맹점 확장으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1215일에는 중년남성이 회사로 뛰어들어 내 돈 내놔라며 자해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남성은 신발 공장주로부터 28억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스베누의 자금부실이 심각한 수준이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자금난에 빠진 스베누가 땡처리 업체에 싼값으로 물건을 넘겨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가맹점의 경우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현금으로 목돈을 챙기려 땡처리 업체에 물건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스베누 측은 땡처리 매장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확인 즉시 해당 불법 매장에 방문해 판매 중단 요청 및 법적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스베누 사태에 대해 황 대표는 피해를 입은 업체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해결하도록 하겠다그동안 스베누를 사랑해 주신 소비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