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효녀연합 홍승희

“저는 영웅이 아닌 그냥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지난 연말, 위안부 합의는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줬다. 졸속협상이라 주장하는 야권 및 진보시민단체와 반대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여권 및 보수시민단체의 이견대립은 병신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보수와 진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일요시사>는 지난 6일 눈물의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는 효녀연합 홍승희씨를 만나봤다. 그녀는 요즘 세련된 외모와 당돌한 행보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홍씨와의 일문일답.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

-인터뷰 시작 전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의미는?
▲이번 인터뷰까지만 하고 이제 개인 인터뷰는 안하려고 한다. 언론에 노출되다 보니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을 내려고 한다.

-눈물의 팻말 시위로 주목을 받았는데, 효녀연합 실체는?
▲대표나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버이연합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도 그 앞에서 효녀연합을 만들어서 팻말을 들자고 한 친구가 제안을 해서 내가 직접 팻말을 쓰고 들고 있게 된 것이다.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라고 생각해주시면 된다. 이후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난 주말 국민대회 때는 꽃을 이용한 플레시몹을 제안했고 많은 청소년들이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주된 활동은?
▲신촌대학교라고 하는 대안대학교의 소셜아트학과의 학과장으로 있다. 소셜아트학과는 퍼포먼스와 거리예술, 이론공부를 하고 실제로 실천도 하는 학과다. 인원은 정규학기의 경우 20명, 계절학기는 10명 정도로 이뤄진다. 수강은 신촌에서 한다. 자체 공간 말고도 신촌 일대 지역사회와 제휴를 맺어 마을처럼 사용하고 있다.

청년예술가들과 공연 준비하면서 결성
언론 자주 노출되니 왜곡된 시선 부담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엄마와 어버이라는 단어를 쓰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고통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용서를 강요한다. 위 단체들이 보상을 바라거나 더 많은 배상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분들인데 우리가 마치 떼를 쓰는 것처럼 만들고 그만할 것을 요구한다.
 

세월호 때 유가족에게 했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우리는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소녀상 앞에서 지키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왜곡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용서를 강요하는 모습이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본인이 생각하는 위안부 합의 문제점은?
▲모두 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들고 있던 팻말이 ‘인간에 대한 예의’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인간의 가장 극단의 고통을 오랜시간 겪은 분들이다. 그분들을 못 지켜준 것이다. 그 당시 못 지켰으면 역사라도 진실을 지켜줘야 하는데 당사자들은 합의에 빠져 있고 돈으로 이분들을 거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법적인 합의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 고통 앞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 같다.

-효녀연합을 보호한다는 ‘대한민국오빠연합’이 있는데?
▲우리를 지켜주겠다는 것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각이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오빠연합이 문제가 많다. 타 여성분에게 메시지로 이상한 말을 보냈다고 알고 있다. 오빠연합이 회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효자연합 같은 경우는 지난 주말 꽃 플레시몹에 함께 동참했다.

-주거 퍼포먼스는 무엇인가?
▲사실 지난달 31일, 인도 비행기표를 예약해 놨다. 방도 빼고 여행짐만 남겨둔 상태였는데 위안부 합의 소식을 보고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인도에 가도 제대로 있지 못할 것 같아서 주거 퍼포먼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주거 문제에 대해 몸소 이야기하고 싶었다.


“엄마와 어버이… 
막 쓰면 되겠냐”

-시민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이명박 정권 때 중증장애인 예산이 삭감됐다. 그 분들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등지셨다. 그 예산 삭감 이후로 언니와 촛불집회에 나갔다. 촛불만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활동했다.

고등학교는 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봤다.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삶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봉사활동을 넘어 이런 빈곤과 차별이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근본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김수영 시인을 좋아한다. 철학자 강신주씨가 쓴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김수영을 사랑하게 됐고 지금도 김수영이란 인물을 사랑한다. 김수영의 인문정신으로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김수영 시인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시’라고 했다. 예술도 온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청소년들 동참

-향후 계획은?
▲지난해 내가 이런 활동을 할지 재작년에도 몰랐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인도 오로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자 한다. 영성공동체인데 명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려고 한다. 여기를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고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활동도 계속 하려고 한다.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한 사람의 영웅이나 이벤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에 연결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의 중심에 서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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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